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학력 논란 즈음해, 경영대학원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드립니다.
미국의 경영대학원은 Ph.D, MBA, 임원 교육(Executive Education) 이렇게 세 축으로 돌아갑니다. 석사가 없는 미국에서 Ph.D는 한국의 석·박사 통합 과정 개념입니다. 연구 중심 대학원 문화가 있는 미국에서는 이 Ph.D가 핵심이자 중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연구를 위한 학위(Academic degree)와 별개로, 회사에 근무하는 재직자들을 위한 전문 학위(Professional degree)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대에 있는 MBA, 로스쿨에 있는 LL.M, 행정대에 있는 MPA 등이 이런 학위입니다. 보통 대학 졸업하고 3–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주니어 직원을 중간 레벨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MBA는 입학 전형(Admission criteria)에서 2–3년 경력을 요구하는 전문 학위 프로그램입니다만, 사원/대리급 직원들만 재교육이 필요한 건 아니죠. 그래서 시니어 매니저나 디렉터급을 위한 경영 교육 과정도 있습니다(보통 15년 이상의 경력 요구). 그게 경영 MBA(Executive MBA)입니다.
경영 교육은 기업체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을 위한 인바운드(Inbound) 단기 연수 과정인데, 사실상 학교 입장에서는 이게 돈이 가장 많이 됩니다. 경영대학원들은 여기서 돈을 벌어 박사 학생들 장학금을 줍니다.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경우 3–5일 과정 하나에 2,000–3,000만 원씩 받고 그럽니다. 여기서 우리가 “학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구분하는 건 학교에서 과정을 수료하고 ‘졸업(Alumni)’ 자격을 주느냐 아니냐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 MBA는 정규 학위가 맞습니다. 예전에 안철수 후보가 와튼 EMBA 샌프란시스코 분교 나왔다고 정규 과정이 아니니 파트타임이니 어쩌니 말이 있었는데, 그건 비즈니스 스쿨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 캠퍼스는 구글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와 같은 건물에 있는데 저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EMBA는 업무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을 주말에 몰아넣고, 이미 경력이 많은 사람을 뽑았으니만큼 커리큘럼도 이론이 아닌 토론을 중심으로 짠 과정입니다. 교육 시수도 차이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경영 교육에서 졸업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은 보통 최고 경영자 과정이라 부르는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입니다. 대기업에서 임원 예정자들 많이 보내는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진행합니다. 이거 수료하면 동문으로 쳐줍니다. 이건 학력에 넣으셔도 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AMP는 6개월에 1억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그 외 나머지 경영 교육은 동문 지위를 주지 않습니다. 교육의 길이도 열흘, 일주일, 5일, 3일, 심지어 하루짜리도 있습니다. 저도 미국의 탑스쿨에서 4일짜리 연수 과정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당연히 이를 학력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영문 이력서의 교육(Education)란에는 ‘Alumni’로 등록된 졸업 이력을 작성하고, 기타 연수 과정은 추가 교육(Additional education)이나 연수(Training) 같은 별도의 챕터로 나눠서 구분을 합니다. 저도 직업상 다양한 교육을 들었는데 정규 학위 과정과 별도의 수료 과정은 구분해서 적어 놓습니다.
요약하자면
- 김건희가 졸업한 서울대 EMBA는 정규 석사 맞음.
- 이 과정에는 3–5일 정도의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의 단기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같이 끼웠음. 이건 그냥 수료증(Certificate of Completion)만 있고 학점(Credit) 인정을 해주지 않는 과정임.
-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학력으로 퉁친 건 잘못된 것임. 표준 이력서는 이것을 구분하게 되어 있음.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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