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X, 드라마틱한 성장 과정
2008년 스페이스X가 창립된 지도 6년이 되는 해, 일론 머스크는 그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에 휩싸일 때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스페이스X가 지난 6년간 수익 없이 연구·개발비만 지출한 데다가 엄청난 비용을 들인 팰컨 1호의 발사가 3차례나 실패하면서, 모아둔 자금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른 사업체인 테슬라 또한 예상에 못 미치는 성과로 다음 달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 이틀 전, 일론 머스크는 기적적으로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 15억 달러(1조 68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 직전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후 스페이스 X는 ‘나를 파괴하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추진 로켓 재사용부터 민간인 지구 궤도 비행까지 모두가 실패를 점쳤던 일들을 기어코 성공시켰다. 결국, 스페이스 X는 현재 항공우주산업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왜, 스페이스X에 시간과 돈을 쏟아부을까
Zip2와 페이팔을 거쳐 1.5억 달러를 수중에 가진 일론 머스크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린 성공한 기업가였다. 그는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더욱 불리는 대신 어릴 적 수없이 반복해 읽었던 『코스모스』와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등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로켓에 관심을 기울였다. 스페이스X의 시작은 문득 떠오른 질문에서부터였다.
식량난과 물 부족,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에서 몇십억 명이나 되는 인구가 지속해서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바탕으로, 그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머스크가 2002년 스페이스 X를 설립하면서 세운 목표 중 하나는 우주선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이었다. 기존 우주선들에 사용되는 비효율적인 비용 때문에 우주 산업이 민간분야로 넘어오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추진 로켓이 폭발하지 않고 플랫폼에 착륙할 수 있게 한 ‘로켓 재활용 기술’을 2015년에 성공시킨 이후 그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우주 왕복선에서 kg당 2만 달러에 달하던 탑재체(payload) 운반 비용이 스페이스X 개발로 2천 달러까지 낮아진 것이다. 게다가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드는 변동비는 5억 달러에서 5천만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초기 비용과 운영비를 각각 90%씩 적게 들이면서도 똑같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켓 재활용의 성공 이후 탄력을 받은 스페이스 X는 민간 우주 시장 개척, 달 탐사 및 화성 유인 우주 탐사선 발사, 전 세계 대상 위성 인터넷망 구축(스타링크) 등을 목표로 우주산업 분야를 선도해가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화성 이주를 위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묵묵히 달려 나가고 있다.
거듭된 실패에도, 스페이스X가 로켓을 쏘는 이유
스페이스X는 이미 개발한 로켓 재활용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보다, 화성 이주 등을 위한 SN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로켓 발사에 도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총 3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일론 머스크 개인의 의지다. 그는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꿈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Why’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이루기 위해서 ‘실패는 하나의 옵션이며 만약 실패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그런 만큼 실패는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다음으로는, 스토리를 바탕에 둔 브랜딩이다. 2018년 2월, 테슬라의 로드스터는 팰컨 헤비를 통해 우주로 나간 최초의 자동차가 되었다. 테슬라 또한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위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는 브랜드와 스토리가 중요하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몸소 실천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 X가 공유하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비전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줄은 아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뇌리에 그가 만든 이야기와 유머를 직접 강렬하게 새겨 넣어 버리는 순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시너지 효과 또한 극대화되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스페이스 X가 우주 산업의 대명사가 되기 위함이다. 1960년대의 아폴로(Apollo) 우주선 사진을 보면 아날로그적인 실제 버튼과 다이얼 모양이 보인다. 그러나 현재 스페이스X의 드래곤(Dragon)에는 수많은 제어 장치들이 매끈한 디자인의 화면 하나에 모두 담간다.
이에 멈추지 않는다. 사진 속에 있는 스페이스X 비행사들은 촌스러운 주황색 우주복이 아닌 공상과학 영화의 주인공들 같은 모습이다. 스페이스 X는 실패를 발판으로 우리가 꿈꾸는 공상과학 영화 속의 우주여행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소비자들은 스페이스X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멈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마무리
처음에는 모두가 비웃고 실패를 점쳤던 우주 산업을, 스페이스X는 정면으로 극복해 내어 우주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비록 여러 경쟁자들이 나타나 현재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기는 하지만, 약 20년간 스페이스 X가 보여준 스토리와 성과에 공감한다면 그 매력은 쉽게 빛을 잃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과연 스페이스X가 화성에 성공적으로 다다를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원문: Life B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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