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2021년 10월 27일에 발행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질문을 보면 주인공을 알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 콜에선 실적 발표 이후 Q&A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질문을 보면서 시장에서 네이버의 어떤 사업에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는데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선 누가 뭐래도 ‘커머스’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질문의 절반 이상이 커머스와 관련된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바뀝니다. 10개의 질문 중 무려 6개가 몰린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커머스는 분명 검색 광고 이후 네이버의 가장 중추가 될 사업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은 막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콘텐츠 부문은 경쟁이 치열한 것은 사실이나, 올해 3분기 기준 성장률 자체가 60%로 커머스 대비 거의 2배 정도 가파릅니다. 더욱이 이미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는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이를 이끄는 건 네이버 웹툰으로 이미 월 거래액 1,000억 원을 돌파했고, 마블 등 글로벌 IP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 중이며, 국내에선 문피아를 인수해 자체 IP 확보에도 힘씁니다.
특히 원소스멀티유즈가 각광받으면서 네이버의 이러한 IP들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여기서 CJ와의 전략적 제휴도 빛을 발했는데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제작은 CJ의 스튜디오 드래곤이 맡고, OTT 플랫폼 티빙에서 선공개하는 방식을 택하며 시너지를 내기 때문입니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제페토
하지만 정말 무서운 아이는 따로 있었습니다.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성장 가도에 올라선 제페토는 콘텐츠 부문의 성장률도 뛰어넘는 속도로 커나갑니다. 사회적 관심이 몰리면서 일단 MAU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여러 패션 브랜드나 유통사는 물론 정치권과 연예계마저 발을 들이밀면서 영향력도 점차 커졌습니다.
물론 아직 유의미한 매출 성과를 내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네이버도 MAU 등 자세한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수익 안정화보단 성장성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방향을 일부 밝히기는 했습니다.
이렇게 제페토가 주목받는 이유는, 네이버가 보유한 IP를 판매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웹소설의 히트작 중 하나인 〈재혼황후〉의 아이템을 판매해 인기를 끈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와 같이 콘텐츠 기반의 상품은 물론, 기성 패션 브랜드의 아이템 등을 판매 및 광고 유치를 통해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하네요.
거품 논란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메타버스지만 제페토는 확실한 선두 주자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고, 기존의 콘텐츠 IP들과 만났을 때 파괴력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기대할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콘텐츠와 커머스는 남이 아닙니다
이처럼 콘텐츠 부문은 네이버의 또 다른 미래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자체로도 매력도가 높지만 차세대 주력 산업인 커머스 부문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포인트입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물론 웹 예능과 웹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커머스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라이브 커머스 강자이기도 한 데다가 확실히 콘텐츠 커머스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쇼핑몰을 열었듯이 콘텐츠 사업은 결국 커머스로 이어지는 것이 숙명으로 보이고도 하고요.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처럼 고객을 락인하는 장치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쿠팡도 쿠팡 플레이를 론칭하는 등 투자를 계속했지만 이 분야에서만큼은 네이버를 당해낼 수 없기도 합니다. 일부의 기대처럼 메타버스가 모바일 혁명의 뒤를 이은 새로운 메가 트렌드가 된다면, 네이버에게는 확실한 찬스가 될 전망입니다. 이미 제페토를 통해 플랫폼과 역량을 모두 가졌으니 말입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 가볍게 트렌드를 나누는 뉴스레터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