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쉬어야겠다” 하며 책을 펴면 동생이 묻는다. “누나는 쉰다면서, 왜 책을 펴?” 나는 말한다.
책을 읽는 게 쉬는 거라서.
매일 책을 읽고 가끔 강의를 듣는다. 어떻게 보면 공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각해 보니 이런 것이 딱히 스트레스받거나 하는 일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다. 그냥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니까.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 독서다.
돌이켜보니 몇 년 전만 해도 나 또한 독서는 공부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책을 정말 좋아하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생각을 깊이 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도 공부가 무척이나 즐겁다고 한다. 그의 저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공부법』은 어른을 위한 공부법에 대한 책이다. 즐기는 공부를 하되, 어떤 식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단계를 설명한다. “가바사와 씨는 매일 열심히 공부하시죠?”라고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공부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아요.
나는 한 달에 20~30권의 책을 읽고, 매일 서너 시간 이상 집필 작업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공부가 아니라 즐거움이다.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공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게는 즐거움이므로 공부 시간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공부를 즐긴다는 점이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자기 성장하는 일이다. 평생 성장을 지속하면 행복한 일생을 보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공부다. 공부란 새로운 지식, 경험, 깨달음을 얻는 일이다. 공부하면 결과적으로 행동과 습관이 변화하고 기술과 기능이 갈고 닦인다. 그렇게 자기 성장이 유발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 수파리 공부법
- 수: 스승의 방식을 배우고, 그 기본을 지키는 일
- 파: 스승의 방식을 충실히 연마한 다음 다른 방식을 연구하는 일
- 리: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하고 독자적인 경지를 열어 한 차원 높은 방식을 고안하는 일
기본을 그대로 따르고 철저하게 흉내 내는 수 단계(초급), 타인과 다른 방식을 연구하고 더욱 성장해나가는 파 단계(중금), 그리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탐구하고 한 단계 진보하는 것이 리 단계(상급)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누군가에게 배우지도 않고, 입문서를 읽지도 않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립하고자 한다. 그러나 기본이 전혀 없으므로 숙달하지 못하고, 숙달하더라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길게 지속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에서 그만두게 된다.
1. 두 걸음 앞서가는 사람을 만나라.
사고방식, 행동, 습관은 틀림없이 전염된다. 거울 뉴런이 자기 주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복사해서 자신에게 마음대로 집어넣기 때문이다.
2. 나선 계단을 오르듯 조금씩 위로
자기 성장을 끌어내는 법칙이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먼저 인풋이다. 인풋을 하면 아웃풋을 한다. 아웃풋을 하면 또 인풋을 한다.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하는 것은 원형의 둘레처럼 같은 곳을 도는 것이 아니라 나선 계단을 오르듯이 조금씩 위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사용하는 정보를 강하게 기억한다. 바꿔 말해 사용하지 않는 정보는 전부 잊게 된다. 정보를 사용하는 활동이 바로 아웃풋이다. 우리가 아웃풋을 할 때 정보가 사용되며 그 정보는 뇌에 깊이 새겨진 자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자기성장은 인풋의 양에 비례하지 않고, 아웃풋의 양에 비례한다. 인풋을 하면 최대한 아웃풋을 해야 한다. 애써 입력한 정보를 출력하지 않는 것은 입력된 정보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3. 슈퍼 아웃풋의 4단계
1) 타인을 가르치는 일이 가장 효과가 높다
어떤 공부법이 기억에 정착하는 비율이 가장 높을까? 미국 국립 훈련 연구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강의 수강’이 5%, ‘읽기’가 10%, ‘시청각 학습’이 20%, ‘토론참여’가 30%, ‘실제 해보기’ 75%, 그리고 ‘타인을 가르친 경험’이 90%다. 이것을 러닝 피라미드라고 부르며, 그중 가장 학습효과가 높은 피라미드의 정점은 타인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2) SNS에서 스스로 정보 배포하기
가르치기의 다음 단계는 스스로 정보를 배포하는 일이다. 블로그나 메일 매거진에 기사를 쓸 때는 자신의 체험, 경험, 정보, 지식을 정리해서 재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는 과정이 기억을 강화해 준다. 또한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적당한 긴장감이 발생한다.
3) 체계화를 통해 빠르게 성장한다
상대가 알기 쉽도록 자신의 체험과 지식을 정리하고 다시 구축해서 전달하는 것이 체계화이며, 세미나 강연을 하는 경우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 5명이든 10명이든 좋으니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경험을 쌓아보자.
4) 자신의 체험이 쌓인 창고를 정리한다
내가 매년 2–3권씩 출판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출판해서 뇌의 공간을 계속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해서 나선 계단을 오르듯이 자기 성장의 계단을 올라가자고 했다. 출판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배포하는 일이나 강사로서 상대를 가르치는 일보다 훨씬 규모가 큰 인풋과 아웃풋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기 성장도 훨씬 크다.
책을 쓰는 일은 사람을 크게 성장시킨다. ‘슈퍼 아웃풋 공부법’의 최종 단계이자 궁극적인 아웃풋이 바로 출판이다. 대청소한 뒤에 집안에 공간이 생기듯이 창고에 정리하는 출판 작업을 하면 뇌에도 널찍한 공간이 생긴다.
최근 책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에 읽은 책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구나.’ 10년 전에 읽은 책의 진수가 완전히 몸에 스며들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냈다. 예전에 읽은 책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책을 읽어도 효과가 없다” “공부해도 효과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몰두했던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매년 2–3권을 낼 정도로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20대 시절부터 매월 20–30권 꾸준히 책을 읽으며 지식을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공부 습관은 10년 쌓이면 그 분야만큼은 타인이 쫓아올 수 없는 단계에 돌입한다. 그것이 1만 시간의 법칙이며 10년의 법칙이다.
가바사와 시온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니 저자가 말하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었다. 바로 ‘아웃풋’이다. 인풋도 중요하지만 아웃풋이 훨씬 배움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잘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기쁨을 느껴보았다면, 아마 배움도 쭉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원문: 지식큐레이터 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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