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어 읽기(read aloud)는 영어 교육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소리내어 읽기는 반드시 버려야 하는 읽기 방식이다. 이는 리딩의 목적이 낭송이 아니라 이해(comprehension)인 한 어쩔 수 없다.
읽기의 발달 단계는 1. 읽기 시작 단계(Beginning reading) – 2. 소리내어 읽기 단계 (Read aloud) – 3. 묵독 단계(Silent reading)으로 나뉜다. 소리내어 읽기는 묵독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일 따름이다.
(1) 읽기시작단계 (Beginning Reading)
이 단계는 파닉스(phonics; 발음 중심 어학 교수법)를 배우는 단계다. 파닉스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 짧은 이야기책 ‘파닉스 리더’를 주로 읽으며, 타인들이 읽어주는 책을 읽어주는(being read) 단계다. 영어 모국어 환경에서는 이 단계에 들어서기 전 인쇄물에 대한 노출도(exposure to prints)가 파닉스 학습의 성공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즉 소득, 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 지위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1]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한국인들은 자연스럽게 발음을 익히기 힘들다. 불행히도 파닉스 법칙에 어긋나는 단어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를 모국어로 자연히 익히는 이들과 달리, 한국인은 이 법칙에 어긋나는 기본 단어들은 오로지 노출 빈도를 높여 익히게 하는 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파닉스 법칙에 어긋나는 기본 단어들은 sight word 혹은 dolch word라 부르며 인터넷에서 쉽사리 그 리스트를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이 sight words들은 파닉스를 배우는 와중에 끊임없이 노출을 시켜주어야 하며, sight word reader가 따로 있으므로, 파닉스 리더를 수월히 읽을 즈음에 함께 끼워서 계속 읽게 해주어야 한다.
(2) 소리내어 읽기 단계 (Read Aloud)
본격적인 단계다. 기본적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읽는 단계(guided reading)를 말하나 가이디드 리딩의 테크닉은 십여 개로 또 세분할 수 있다. 즉, 소리내어 읽는 방법에도 다양한 교수 방법이 있다. 혼자 읽기, 또래와 함께 읽기, 극화시켜 읽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현해서 아이들이 읽게끔 도와줄 수 있다.[^2]
이 단계에 읽어야 하는 책들이 수준별 독본(graded reader)이다. 수준별 독본 시리즈의 대표적인 예로 옥스포드의 ORT(Oxford Reading Tree)를 들 수 있다. 이 시리즈들의 핵심은 리딩 지문 난이도 조절을 위한 어휘 통제에 있다.
수준별 독본 뒤표지를 보면 헤드워드(head word) 수가 적혀있다. 헤드워드란 같은 단어족(word family)에 속하는 단어는 한 단어로 세서 뽑은 대표단어다. 예로, run-ran-run의 헤드워드는 run이고, run과 ran이 모두 글 안에 나와도 헤드워드는 1로 표시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체 단어 수 대비 헤드워드 수가 적으면 같은 단어족의 단어가 반복된다는 의미이므로 지문의 난이도는 낮아진다.[^3]
문제는, 어린이 학습자의 경우 단어 수 세기(word count)를 헤드워드로 하면 안 된다. 아동들의 경우 한 단어족에 속하는 run과 ran을 다른 단어로 인식하므로, 다른 단어로 세어 주어야 한다. 어린이 영어 교육이 훨씬 더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수준별 독본과 유사한 형태로 챕터북(chapter book)이 있다. 챕터북은 Captain Underpants나, Franny 시리즈, Nate the Great 시리즈 등 짧은 이야기가 동일한 주인공과 비슷한 틀을 가지고 여러 권으로 진행되는 형식으로, 아이들이 이전 책에서 읽은 사전 지식(prior knowledge)을 가지고 다음 권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소리내어 읽기’는 묵독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단계인데도, 성인들 조차 아직 이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험과 통계는 없으나, 오랜 강의 경험에서 얻은 나의 직관에 다른 교수님들의 직관을 종합해 보자면, 인서울 대학 교양영어 신입생들의 리딩 수준은 미국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화 정도 읽는 수준인데, 이 동화들 역시 대부분 버겹게 읽는다.
영어를 외국어를 영어로 접하는 성인이 여전히 소리내어 읽는 단계에 머무를 경우, 아이들 동화책을 읽으면 문자 발달 단계는 맞을지 모르나 인지발달 단계 (cognitive development level)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어른이 되어 영어 공부한다고 동화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몇 출판사에서는 성인들도 읽을만한 수준별 독본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Oxford Bookworm 시리즈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읽을만은 하나 이상하게도 이런 책들은 교육적이고 재미가 없다. 키스 씬 좀 집어 넣고 게임과 전투 장면 넣을 것 강추한다.
(3) 묵독 단계 (Silent Reading)
소리내어 읽기 단계를 거쳐 묵독으로 가야 하는 과학적인 설명은 이렇다. 소리 내어 읽는 과정에는 우리 뇌에 부하가 두 배로 걸린다. 눈으로 읽어 들여 처리하면서 동시에 소리를 내어 읽을 때, 해독(decoding) 처리와 발성기관을 움직이는 동작 명령(motor command)이 뇌에 동시에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1분당 읽는 단어의 수를 세는 실험인 WPM (word per minute)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는, 소리 내어 읽는 경우 wpm은 평균 250 단어, 최대 510단어이나, 묵독으로 가면 최고급 리더들의 묵독 속도는 1분에 900단어를 넘어서기도 한다. 기존에 말하던 속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속도 자체보다는 독해의 자동성(automaticity)을 의미한다. 뇌가 불러들이는 정보처리의 단위가 자동화되면 될 수록 이 단위 하나의 덩어리는 커져서 남들이 다섯 개 문자를 읽을 때 고급 독자들은 다섯 개 단어를 읽어 들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빨리 읽으면 이해가 떨어지지 않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리딩에는 “매튜 효과”가 철저히 적용된다. 마태 복음의 말씀,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고 있는 자는 더 받게 되리라는 법칙. 빨리 읽는 사람이 더 잘 읽고, 잘 읽는 사람이 이해도 더 잘한다. 다음 편 포스팅은 이 매튜 효과에 대해서 하겠다.
요약: 소리 내어 읽기(read aloud)는 상징인 전 단계에서 익힌 문자와 소리가(價), 의미가(價)의 매칭 자동화 연습을 하는 과정으로 굉장히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가 지나면 반드시 버리고 묵독(silent reading)으로 이행해야 한다.
[^1] 가정의 사회경제 지수(SES)를 주로 활용해서 이런 결과를 내놓는다.
[^2] 어린 시절 1학년 국어 시간에 썼던 방법들도 몇 개 이 중에 속한다. 예를 들면, 그 중 하나가 반 전체가 입을 맞춰 함께 읽는 합창 읽기(coral reading)가 있고, 읽다가 틀리면 다른 아이가 뺏어 읽는 돌아가며 뺏어 읽기 (Round Robin reading)가 있다.
[^3]지문 난이도 계산 방식은 사실 더 복잡한 공식으로 존재한다. 문장의 길이와 음절 수를 넣어서 수식에 넣고 뽑는다. 이 수식 계산 방법만 대여섯 가지가 별도로 존재하나, 복잡하므로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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