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상품 기획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고객의 소비 유인을 분석해야 하는 업무가 더러 있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워드 파일을 켜면 도대체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무엇이 고객들의 지갑을 열도록 자극했는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고객들은 왜 그 물건을 샀을까? 나는 왜 내 생각만큼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대가를 지불했을까?
이 글을 통해 이 근본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다. 다만 사람들의 본성과 본능을 통해 ‘구매’라는 행위를 바라본다면 조금 더 눈에 보이는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은 근원적이고 심리학에 가깝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만 정리해 글을 올려본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성적이지 않은 존재이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 알아야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성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혹은 실제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이상적인’ 이성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진화론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가 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폴 맥린(Paul MacLean, 1913–2007)이 밝힌 ‘삼위일체뇌‘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진화의 과정에 따라 변연계, 신피질, R복합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변연계라는 부분이 감정과 본능의 원천을 담당한다고 한다.
실제로 변연계에서는 다양한 정서적 반응과 행동, 모성애 등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행동의 통제를 관장하는데,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을 때 인간이 감정을 제어하고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우리를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이렇게 인간은 감정에 지배당하는 동물임에도 왜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를 우월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할까? 이는 인간이 뇌에서 생각이란 것을 할 때 범하는 흔한 착각 중 하나이다.
인간들은 자신이 평균 이상의 능력이나 성품을 가졌지만, 부정적 특성은 평균 이하로 가졌다고 생각하는 ‘우월성 편향’을 흔히 범하는데,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편향에서 기인한다. 이 세상을 살면서 ‘이성적’이라는 속성은 ‘감정적’이라는 속성보다 더 우수한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가져야 할 역량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속성인 ‘이성적’ 속성을 강조하고 그 반대급부의 속성을 숨기려고 한다. 즉 우리가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이성적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우리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 근본적이고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라면, 어떻게 그걸 소비에 이용하는 걸까?
인간은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돈을 써서 무엇인가를 구매하는 소비의 과정에서도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하고 ‘꼭 필요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마케터와 기획자, 담당자들은 어떻게 사람들이 그 상품을 소비하도록 자극할까?
지금부터 인간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7가지 소비 유인을 정리한다. 마케팅 담당자나 기업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담당자라면 반드시 봐야 할 글이며, 단순한 고객의 입장이라도 내가 왜 집에 있는 이 물건들을 손에 넣었는지를 알아두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나. 고객의 구매행위에 확신과 타당성을 준다
인간이 자신의 소비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상품을 구매해야 할 구매 유인을 명확하게 작성해 줘야 한다. 따라서 실제로 고객이 가진 고민(페인 포인트)을 활용하거나 고객이 선택할 다른 상품과 우리 상품을 비교하여 구매에 타당성을 주는 경우가 매우 많다.
다음 예시를 보면 코르크 폼롤러라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비싼 마사지샵’과 해당 상품을 비교하는 뉘앙스의 문구를 구성했다. 고객들은 이 문구를 보고 ‘비싼 마사지샵에서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저 상품을 구매해서 집에서 편리하게 마사지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가성비가 높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상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편의성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가격, 어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서 구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구매 유인이 어땠든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고객의 구매 행동이 ‘타당한 근거’ 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상세페이지나 광고에는 상품을 구매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위 광고 소재나 상세 페이지의 성과는 꽤 괜찮은 편이다.
둘. 좋아 보이는 겉모습을 활용한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한창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 수많은 혹자는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 시장에 의해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라고 예측했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프라인 시장이 건재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품을 눈앞에서 내가 직접 확인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최대한 예뻐 보이고, 완제품처럼 보이는 이미지(상세 페이지나 광고)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대개 새로 나온 상품들이나 핫한 상품들의 상세 페이지를 면밀히 보면 상세 페이지의 비주얼에 큰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물티슈 사이트 중에서 당신은 어느 회사의 사이트에 조금 더 끌릴 것이냐고 질문했을 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사이트를 선택한다. 겉모습보다는 실제 사용 후기도 중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고객이 상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이 이미지(콘텐츠)이기도 하고, 이미지가 직관적이고 보기 좋을수록 사람들의 상품 신뢰도 또한 상승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채용 시장에서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전담 인력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셋. ‘너만 없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라, 사람들의 반응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남들이 하면 같이 행동을 따라 하는’ 동조를 하기도 한다. 즉 어떤 사람이든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너만 없는 아이템’ ‘인싸들은 다 쓰는 아이템’ 등 다른 사람들이 이미 사용해서 효과를 봤다는 느낌의 문구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한다.
넷. 나는 무조건 잘될 거라는 말을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 대해 매우 관대한 경향이 있어, 광고에 나오는 이미지나 문구처럼 자신도 쉽게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활용해 교육, 다이어트, 운동, 뷰티 등의 카테고리에선 사용 후 모습이나 비포애프터를 강조한다.
이는 해당 상품들이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 등 본능적인 욕구 이상의 상위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며,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은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관대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섯. 구매를 하지 않아도 계속 구매 자극을 한다
물론 이렇게 유혹을 했음에도 구매하지 않거나 원하는 마케팅 액션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이탈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기업은 고객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쿠폰 리워드 등 다양한 형태의 리워드를 제공해 지속적으로 구매에 대한 메시지를 노출하고, 이성의 끈이 풀린 순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구매하지 않았지만(그 상품을 잘 참았지만) 특정한 트리거로 인해 할인 마지막 날 제품을 구매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지속적으로 상품 구매에 대해 자극을 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두 가지 방법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소비욕을 완전히 억제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누구나 관심사가 있고, 취향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 구매해야 하는 상품들이 존재한다. 또 인간의 소유욕과 소비욕은 이성이 아닌 감정과 본능의 영역에 더 가깝다. 우리가 이를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통제의 방법보다는 내가 어떻게 소비를 하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소비의 형태를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옳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돈을 많이 사용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열심히 저축을 하며 돈을 적절히 잘 쓰게 되었던 필자의 두 가지 소비 조절 방법을 소개한다.
나의 소비패턴을 이성적으로 확인한다
뱅크샐러드와 토스 같은 앱을 확인하면, 내가 어느 비용을 주로 사용하는지 사용명세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돈을 쓴 다음 사용명세를 3일에 한 번 정도 확인하는 편이며, 지나치게 과소비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인지하고 조정한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비를 절반 정도 줄였던 것을 확인했는데, 내 소비 패턴을 확인하게 되니까 그 식비를 운동 기구 등 자기계발적인 면에 투자하거나 그 돈을 비상금 계좌에 넣어놓는 등 돈을 무작정 사용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구매 시 나의 감정의 근원을 확인한다
돈을 아끼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는 사용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상품이나, 무조건 사고 싶은 감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필요해서’ 나 ‘꼭 즐겨야 하는(저 같은 경우는 커피를 매일 마셔서 커피 비용은 고정으로 지출됩니다)’ 비용이 아니라면 구매를 과감하게 하지 않았다.
최근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5를 사고 싶은 감정이 갑자기 들었지만, 냉정하게 플스5를 사고 싶은 이유가 ‘게임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게임 환경이 지금도 좋은데 굳이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구매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만약 그 게임기를 샀다면 다음 달 경제 사정이 더 나빴을 것이다.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내 감정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소비를 억제한다고 아무것도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감정이 소비에서 앞선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의 소비를 바라본다면 조금 더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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