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사람들이 소비해놓고 후회했던 것들에 대한 The New York Times의 리뷰 기사 「The Year of Buyer’s Remorse」가 흥미롭다. 이중 공감 가는 몇 가지 사례들을 공유해본다.
가장 후회하는 소비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
먼저, 작년 한 해 열풍을 일으켰던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Nintendo Switch Lite)를 구매한 것이다. 알다시피, 요즘 전자 게임 기기들이 절대 저렴하지 않다. 기기와 별도로 플레이할 게임도 구매해야 한다. 주변 친구들이 너도 나도 게임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는 게 부러워 덩달아서 구매했지만, 곧 후회가 밀려왔다고 한다.
실제 현실 삶은 할 일은 산적같이 쌓여있는데 정작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본인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한 번쯤 게임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폭풍 공감할 것이다. 온라인 속 캐릭터가 강하고 화려해질수록, 내 현실 삶은 그 반대가 되기 십상이다.
I kept thinking, ‘Why am I doing chores on this game when I am not doing them in my real house?’
나는 계속 생각했어요. ‘왜 내가 계속 이 게임에서 잡일들을 하지? 실제 우리 집에서 내가 해야 할 것들은 안 하면서 말이야?’
사재기한 휴지
다른 사례로는 예상했겠지만, 코로나19으로 인한 사재기 열풍에 대한 후회다. 일명 공황 구매(panic buying)라고 하는데, 공포에 질려 마트 선반 물건을 싹쓸이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작년 초, 미국에서는 화장실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광풍처럼 지나갔다. 오죽하면 마트에 1인당 1개로 구매 개수 제한이 들어갔고, 새벽부터 화장지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월급 대신 휴지를 지급하거나, 생일 선물로 휴지를 받고 감동해서 우는 패러디 유머들이 유행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재기한 경우 대부분 후회하기 마련이다. 20–30개씩 사다 놓은 휴지 상자는 막상 집에 놔둘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공간만 차지하고, 정신없이 집어 들은 제품의 퀄리티가 좋을 리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배웠다고 한다!
The biggest life lesson I learned during this experience is that toilet paper will come back in stock.
이번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운 교훈이 있다면, 화장실 휴지는 언제든 마트에 다시 채워진다는 것이지요.
충동 구매한 옷
마지막으로, 반값 세일에 빠져 충동 구매한 옷들이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광풍을 피해 갈 수 없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여러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정신없이 할인 행사를 했고, 이 기회를 놓칠세라 쉴 새 없이 옷을 구매한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깨닫기 마련이다. 작년 한 해,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로 집에서 츄리닝 한 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술집/식당들도 문을 닫았을 뿐 아니라, 교외 행사 및 오프라인 모임들이 모두 취소되어, 결국 사놓은 옷을 입고 나갈 일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I was having a little bit of buyer’s remorse, thinking where am I going to wear this suit? Everything is closed; we are all in lockdown,
나는 구매 뒤 후회하게 됐어요. 이 옷들을 어디에 입고 나가지? 하고 생각하면서요. 모든 것이 닫혀 있고, 결국 모두 락다운(격리) 중인 거잖아요.
가장 만족하는 소비
그렇다면, 나의 작년 소비를 돌이켜 봤을 때, 만족했던 소비는 무엇이 있을까? Top 3을 꼽으면 아래와 같다.
템퍼 페딕 베개
오래돼서 푹 들어간 베개를 과감히 청산하고, 인체공학에 맞게 설계됐다고 자랑하는 템퍼 페딕(Tempur-Pedic) 베개로 교체했다. 정말 베개가 좋아서인지, 심리적 효과인지는 몰라도,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스르륵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볍고 개운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오래된 베개를 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왠지 모를 당당함이 느껴진 것도 재밌었다.
고급 칼
싸구려, 조잡한 부엌칼 대신, 무려 $200 (약 2십만 원)이 넘는 장인 정성이 깃든 고급 칼을 구매했다. 와우! 이건 완전 신세계다. 살짝 손목 스냅만 줘도, 딱딱한 바게트 빵이 두부처럼 썰리는 마법을 경험했다. ‘잘 고른 칼 하나, 열 셰프 안 부럽다’는 말이 딱 맞다. 요리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고, 힘이 덜 드니 요리하는 게 즐거웠다. 칼을 씻은 후 빛이 잘 드는 곳에 두 손으로 고이 모셔놓았다. 햇볕에 반사돼서, 더욱 빛나는 칼을 볼 때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가족사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전문 사진사와 함께 집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전문가의 손길은 확실히 달랐다. 멋진 앵글의 샷과 포토샵으로 적절히 리터칭 돼서 나온 가족사진을 처음 받아 봤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집안 여기저기 액자에 걸어두고, 볼 때마다 그때의 행복함이 생생히 떠오른다. 매년은 조금 무리일듯하고, 적어도 2–3년에 한 번은 가족사진을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며
책 『무조건 행복할 것(Happiness Project)』에서 저자 그레첸 루빈은 ‘소비와 행복’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가치(value)를 두는 것에 현명하게 소비하는 것이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
무조건 비싸거나, 과시형 소비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내 일상 삶의 능력을 높여주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데 돈을 쓰는 것이 행복을 증진해준다고 한다. 나의 활력과 건강을 증진하고, 자신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일들에 소비할 것을 권장한다. 2021년, 올 한 해는 어떠한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