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커뮤니티’ 전성시대다. 직장인 커뮤니티 중 가장 활성화된 건 여성 커리어 커뮤니티다. 여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20여 년 전부터 혼자 남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언니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직장에서 탄탄대로를 걷기보다는 노매드 식으로 일하고 싶은 주니어. 이들이 ‘여성 커뮤니티’에 모여 연대한다. 그리고 이곳은 다양한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커리어 서사를 쓰는데 큰 자양분이 된다.
만약 당신이 남자여도 이들의 고민과 해결 방식은 유용하다. 여성 커뮤니티지만, 결국 슬기롭게 커리어를 쌓는 직장인의 한 사람의 고군분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커리어를 쌓는 여성들의 뒷심이 돼 주는 지금 가장 핫한 여성 커뮤니티 4곳과 그들만의 해법을 소개한다.
커리어 우먼 1세대에게 마이크를 건넵니다, 헤이조이스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지만, 롤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 임원을 같은 회사에서 찾기 어렵다. 헤이조이스는 이를 문제 삼았다. 여성 커리어 문제 해결 플랫폼인 헤이조이스는 업계에서 묵묵히 일해 임원진 자리에 오른 여자부터 앞으로 업계의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내 마이크를 건넨다.
일류 기업의 여자 임원진의 토크쇼는 이곳에서 가장 빨리, 가장 자주 열린다. 헤이조이스가 진행하는 콘퍼런스인 ‘콘조이스’를 통해 옐로우독 제현주, 어도비 우미영, 마켓컬리 김슬아 등의 각 산업군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높은 자리에 오른 여성들의 도전기를 들을 수 있다.
임원진에겐 마이크를 쥐여준다면 한창 커리어를 쌓아가는 시니어 연차의 실무자에겐 돗자리를 깔아준다. 이들이 ‘러닝클럽’ ‘재테크 투자’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 등 일과 일상 사이에서 나를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지식을 알릴 수 있게 이벤트나 모임을 꾸린다.
강연을 통한 동기부여를 고취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강연 시스템이 발달 됐다. 채팅창을 통해 연사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나누거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때그때 표현하는 등 자발적인 인사이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지난 고강도 거리 두기 시기에는 이나리 대표가 직접 나서 멤버들의 커리어 고민을 직접 상담해주거나, 각 업계의 임원, 팀장급을 모아 주니어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세션을 진행했다. 언택트 시대 야무지게 일하는 여성들은 줌(ZOOM), 클럽하우스에 끊임없이 함께 모여 소통을 하고 성장했다.
커리어에 정답은 없어, 나만의 서사가 있을 뿐 ‘창고 살롱’
꼭 롤모델이 있어야 해? 오히려 과거 여성들의 커리어가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하거나, 아예 일은 포기하고 육아만 하는 획일화된 과정이 문제 아닐까? 창고살롱이 본 여성 커리어의 문제다. 그래서 이들은 한 여성의 대단한 실적, 화려한 스펙보다는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균형을 잡는 서사에 주목한다.
여성들이 커리어 지속하기 어려운 건 실력이 아닌 ‘가족 돌봄’, ‘질병’, ‘결혼, 육아’ 때문이다. 생애 주기별 다양한 이벤트를 겪으면서 여자들은 ‘나’를 지운다. 하지만 지금의 여자, 엄마들은 그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창고살롱은 이 시도에 조명을 비춘다. 그리고 이에 서사를 부여하고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각자의 서사를 발견하고 계획하기 위해 ‘살롱’이 열린다.
독서 모임, 영화모임, 강연 등이 있다. 모임 전에는 요즘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모임 끝에는 자신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단상을 나눈다. 종일 가족 일에 지친 여자들, 지극한 평범한 사람들이 줌(ZOOM)에 모여 하나의 책, 영화를 두고 생각을 나누기만 했는데도 묘한 힘을 얻고 내일을 준비하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이게 이 공간이 추구하는 커리어의 지속 가능 방식이다.
커뮤니티에 출석하다 보면 어느 날 잊었던 여자들이 떠오른다. 항상 아이들 전화로 바쁜 워킹맘,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여자 상무님, 나이 든 부모를 모시고 사는 싱글 여자 과장 등 어떻게든 나의 미래가 아닐 거라 선 긋고 싶었던 이들이지만 알고 보니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사는 커리어 우먼들. 그들에게 뒤늦게나마 응원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대단한 실적, 화려한 경력을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옆의 여성동료와 연대하는 방법이란걸 말이다.
내일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는 곳, 뉴그라운드
서점에 가면 어느 회장님의 성공 신화부터 대기업 대리님이 투자 비법이 널렸다. 문제는 90% 이상이 남자 저자이고 대단한 실적을 내야만 책을 낸다는 것. 뉴그라운드는 이를 문제 삼았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일, 다양한 직업이 있고, 조직이나 사회가 부여하는 이름과 관계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나름대로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게 뉴그라운드(New ground)의 생각이다.
뉴그라운드는 ‘기록’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커뮤니티 플렛폼이다. 창업자인 신지혜, 황효진은 밀레니얼 여성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고 방향을 만들어가기를 꿈꾼다는 걸 다양한 사업을 통해 느꼈다. 이에 2개월간 ‘1–3년 차’ ‘4–6년 차’ ‘7년 차 이상’ ‘프리랜서’로 나눠 나의 일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임은 진행은 뉴그라운드에서 준비한 질문에 답하는 식이다. 연차에 따라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와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성장을 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기 인식에서 온다. 이는 가장 마주하기 싫고 어려운 일인데, 그나마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의 일과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 과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뉴그라운드에 오면 질문을 던져주는 이들이 있고 이에 답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찾다 보면 적어도 나의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앞으로 되고 싶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한 기록이 이직이나 승진을 위한 포트폴리오가 되는 건 덤이다.
공짜로 상담해주고 잔소리도 해줍니다, 팟캐스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 생활’
잘난 년이 활기 치는 세상을 위하여!
팟캐스트인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이하 언슬조)’의 방송 첫 구호다. 아마, 잘났지만 직장생활 하면서 이유 없이 주눅 들거나 차별받아 속상했던 진행자 5명의 애환이 담은 문장이 아닐까.
앞서 소개한 3곳의 커뮤니티와 달리 언슬조는 팟캐스트다. 많게는 19년 차, 적게는 8년 차 여자 직장인 진행자들이 연봉 협상, 사내정치 대처법, 커리어 플랜의 현실적이고 연차에 따른 다양한 조언을 건넨다. 이에 수많은 여성 청취자들의 호응을 받아 책을 냈고, 여성 직장인 바이블로 입소문 나 있다. 독서 모임에서 만난 이들이 3년여간 팟캐스트를 매주 해 누적 조회 수 190만 회를 기록하고, 책까지 만들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여성만을 위한 조직 생활 이야기가 따로 필요했는데 그동안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팟캐스트, 책을 통한 매체라 커뮤니티라기보다는 일방향 소통이라고 생각할 거 같지만, 오산이다. 팟캐스트 코너 구성과 댓글을 보면 어느 커뮤니티보다 다양한 의견과 사연이 올라오고 청취자끼리 댓글로 연봉협상, 이직, 커리어성장, 재테크 등 조언을 해주는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진행자뿐 아니라 애청자인 사내대주부 님, 왱알 님 등의 연륜이 느껴지는 현명하고 건강한 조언들이 오간다. 그리고 오프라인의 북토크 쇼, 모임이 간헐적으로 열린다.
커리어 성장이고 나발이고 퇴근 후 침대에 누워만 있고 싶은 직장인도 오늘 출퇴근, 샤워하면서 이 팟캐스트를 들어보자, 이 언니들은 게으른 여자 직장인 붙잡고 조언을 떠먹여 주는 가성비 제일 넘치는 커뮤니티다.
원문: 배추도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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