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259회차를 맞은 브라운백 커피의 성장 세미나는 외부 연사를 초청해 개최되었다. 멤버들 모두 열띤 토론을 벌이고 늦은 밤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첫 창업을 할 때부터 어떻게 다 같이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새로운 것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서 어떻게 우리 멤버들은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이 1권 미만의 책을 연간 읽는 국내 실정을 고려하여 스스로 삶에서 배우는 습관을 장착하도록 도우려면 어떤 스위치를 설계해야하는가?
작은 조직의 내부 성장 문화의 구성은 사실 상당한 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 정말 쉽지 않았다. 여러 회사를 운영하며 15년 이상 의식적으로 노력해온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한 번 쯤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동안 겪었던 다양한 시행착오와 배움을 아래와 같이 공유해본다.
1. 언제 할 것인가 : 시기의 문제
조찬 교육이 많았던 시절에는 아침에 해본 적도 있었다. 아침 6시부터 모여서 한 적 있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으며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특정 요일을 정해서 저녁 시간으로 하고 있다. 요일도 여러 번 변경했고, 시간대도 조정했는데 제일 좋은 것은 구성원이 원하는 시간대를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2. 얼마나 자주 할 것인가 : 주기의 문제
당연히 이런 함께 배우고 자극받는 시간은 주기가 짧을수록 좋다. 그런데 주기가 짧으면 구성원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특히 발표자의 경우 발표의 경험을 쌓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너무 자주 한다면 업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브라운백의 경우 주 1회로 정착되었는데, 이 경우 구성원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3. 어떤 내용을 할 것인가 (1) : 공통 세션
공통 세션은 총 5가지의 코너로 구성된다.
- 모두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배려하는 체크인
- 누구나 익명으로 질문하고 대표자가 가감 없이 대답하는 오픈톡
- 한 주간 브라운백의 핵심 가치인 자유, 존중, 고객 지향에 가장 걸맞는 행동을 보여준 멤버를 칭찬하는 칭찬합시다
- 팀별 리더가 한 주간의 성과와 고객의 소리를 공유하는 PO 타임
- 새로운 멤버들이 온보딩 과제를 발표하는 인턴 타임
여기에 CFR(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피드백 Feedback, 인정 Recognition)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이기 위해 노력했다.
성장세미나 초기에는 이런 다양한 구성을 할 수 없었고, 회사 내부에서 상향평준화해야할 역량이 많았기 때문에 주요 리더들은 상당히 자주 발표했다. 가장 많이 진행을 한 사람은 나였는데 약 250회 정도 세션을 진행했다. 발표도 많았지만 워크샵 형식, 퍼실리테이션의 역할 수행 등 다양한 방식을 연구하고 실험했다.
4. 어떤 내용을 할 것인가 (2) : 개인 세션
브라운백 커피의 성장세미나에서 진행한 개인 발표는 회사 가치와 미션을 강조하고 주제를 그것으로 한정하는 지정 주제 발표, 자유 주제 발표, 독서의 내용과 배움을 공유하는 독서 발표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조직이 작아서 팀 내부에서 이렇게 진행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지만, 회사 전체에서 할 경우 인원이 20명만 넘어가도 전문성과 관심사의 세분화로 어려워진다. 누군가는 제품 개발에 관심이 없고, 누군가는 브랜드의 홍보에 흥미가 없다. 주니어, 시니어, 경영진의 경험과 지식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장 추천할만한 보편적인 개인 세션은 일정 기간의 회고 발표이다. 브라운백에서는 3개월간의 회고를 매주 2명씩 진행하고 있다. 그 사람은 지난 3개월간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걸 느꼈는지, 뭘 배웠는지를 함께 나누게 된다. 이런 회고는 인원이나 팀의 영역에 관계없이 우리 회사 동료의 이야기이므로 청중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브라운백 커피에서는 다루고 싶은 주제를 각자 제출하고 투표를 해서 상위의 자유주제를 진행하는 세션도 실험하고 있는데 발표의 질이 상향 평준화 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5. 어떤 내용을 할 것인가(3) : 팀 세션
조직이 30명을 넘어가면 집중의 유지가 아주 어렵다. 그래서 브라운백에서는 공통 세션에 개인 발표와 회사 차원에서 필요한 교육, 공지 등을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팀별로 독립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팀 세션으로 구분했다.
팀 세션에서는 업무 활동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격의 없이 나누는 캔 미팅, 스프린트와 스크럼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고객의 니즈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문제를 해소하는 미니 해커톤, 수개월 단위로 돌아가는 OKR에 대한 팀 회고 등 팀별로 의미 있는 시간을 채우고 있다.
5.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가 : 실험과 시도
브라운백 커피에서는 구글 밋과 무지향성 마이크를 활용한 원격 성장세미나, 외부 연사를 초청하거나 타 회사와 함께하는 오픈 성장세미나 등 멤버의 증가와 경력 다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식을 꾸준히 실험하며 성장세미나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런 실험과 개선은 매우 중요해서 계속 쌓아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 2시간 30분 동안의 시간을 위와 같은 다양한 구성으로 채우기까지 진행한 다양한 시도는 현재의 구성에 의미와 가치를 더해주었다.
6. 가장 중요한 것 1/2 : 문화와의 일관성
조직에서 이런 팀 성장 활동을 정기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사람은, 특히 지식근로자는 같은 활동이라도 자율적으로 할 경우와 강제로 할 경우 생산성이 10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한다. 성의 없는 말 한마디가 좋은 자료와 관계를 망치는 것은 주위에서 늘 쉽게 볼 수 있다.
문화를 구성하는 각 활동은 사실 회사의 사명과 핵심가치에서 연장될 때 의미가 있고 살아 움직인다. 고등학교 교실 벽에 기재된 ‘하면 된다’는 말은 담임 선생님과 반 학생들이 진심으로 믿을 때 숨쉬기 시작한다.
브라운백 커피의 핵심가치는 ‘자유, 존중, 고객 지향’이며 이러한 가치는 일하는 방식, 채용과 인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활동에도 반영되었다. 그때 비로소 성장세미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만드는 성장세미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7. 가장 중요한 것 2/2 : 리더
리더는 뒷짐 지고 구경하면서 구성원들이 알아서 성장하라고 하는 것은 본인은 유튜브에 빠져있으면서 자녀들은 독서하기를 기대하는 어리석은 부모와 같다.
조직의 모습은 작은 조직일수록 리더의 성향을 닮게 된다. 구성원들이 밝지 않고, 배우지 않고, 성실하지 않다면 아마 리더가 그런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함께 자라기를 바란다면 리더부터 가장 적극적이고 깊은 고민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원문: 손종수의 페이스북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