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해피니스(Dr.Happiness)로 불리며 행복학을 30년간 연구한 에드 디너 유타 대학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행복을 가장 크게 느끼는 상위 10% 집단의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가까운 소수 집단과의 강한 유대감이다.
그는 다섯 가지 행복의 요소인 사회적 관계, 타고난 기질과 적응력,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돈, 사회적 안정감, 긍정적 사고 중에서 특히 관계를 강조했다.
좋은 관계란 상대와 신뢰와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보통은 가까운 가족 또는 연인,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오래 단련된 전문가일 텐데도 여자친구와 싸운 자취생은 멍하니 있다가 라면조차 제대로 못 끓이기도 한다.
회사에 불편한 사람이 있을 경우 정말 단 하루도 더 다니기 싫어진다. 2020년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설문에서 직장인 퇴직 사유 1위는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밝혀졌다. 구직 당시엔 그렇게 원하던 회사였는데, 회사가 아니라 소수 동료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것이다.
워싱턴 의과 대학의 토마스 홈스 박사팀에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 밝힌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 20가지 중 무려 60%가 관계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 중 4위였던 교도소 수감보다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은 항목 3개는 별거, 이혼, 배우자의 사망이었고 결혼, 가까운 친구와의 다툼 등도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수년 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서 한국은 사회적 관계 부문에서 10점 만점 중 0.2점을 받아 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점만 봐도 이 사회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곤경에 처했을 때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 없다고 한 사람이 거의 30%에 육박한 것이다.
이처럼 건강한 관계는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필요를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어쩌면 개선을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외롭고 여유 없는 삶에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카네기 인간관계론, 결정적 순간의 대화, 비폭력 대화 등의 보석 같은 책도 크게 도움이 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하루 5분이면 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방법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카카오톡과 페메, SMS는 정말 좋은 수단이다)
- 먼저 마음을 열고 연락한다
잘 지냈는지, 늘 응원한다든지, 그동안 못봐서 아쉬웠다든지, 한번 만나고 싶었다는 등 내가 들었을 때 기분 좋고 힘이 나는 이야기는 상대도 좋을 것이다. 먼저 마음을 열수록 세상이 웃어준다. 『돈보다 운을 벌어라』에서 저자 김승호 씨는 이렇게 전한다.
운은 밖에서 온다. 밖이란 곧 사람이다. 인생은 필요 없는 사람, 가령 내게 당장 돈을 주지 않는 사람을 성의있게 만나는 가운데 발전하는 법이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의 관계는 늘 어둡고 불편하다.
- 감사를 표현한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감사할 점이 있다.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은 것이다. 배려있는 말 한마디, 바쁜 가운데 내어준 시간, 상대는 모르더라도 나에겐 힘이 되었던 에피소드 등 사소함에 감사하는 습관은 상대를 소중한 인연으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만 최고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제1의 방법이다.
- 먼저 주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거창한 선물은 상대도 부담스럽다. 말 한마디, 책 한 권도 좋다. 과자 하나도 마음이 담겨있으면 전해진다. 그런데 대가를 바라는 순간 내 마음에 사채통장이 생기는 것과 같다. 주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끼면 즉시 기쁨과 보람이 채워지지만, 받는 것을 기대하고 주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부터 괴롭히는 행위이다.
-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브앤테이크로 잘 알려진 와튼 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 애덤 그랜트는 ‘한없이 베풀기만 하다 녹초가 되면 결국 실패한다. 성공한 기버의 공통적 특징은 다른 사람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관계는 다음에도 즐거운 관계이다. 그러려면 어설픈 마음은 털어낼 필요가 있다. 나에게도 컨디션 난조도 있고, 사건사고도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럴수 있다. 연락이 뜸할 수도 있고, 바쁠 수도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조지 베일런트가 72년간 추적 연구한 결론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과 신뢰’였다. 반면 같은 연구에서 고독과 외로움은 행복감뿐 아니라 뇌 기능을 저하시키고 수명을 줄였다.
누구나 원하는 행복은 건강한 관계에서 온다. 건강한 관계는 작은 시도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귀찮음이라는 이름의 핑계는 사람의 행복을 걷어차곤 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 진정한 행복은 ‘함께’에서 비롯되고 ‘우리’일 때 가능하다.
원문: 손종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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