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에 경제학 전공의 모 대학교수가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라는 충격적(?) 인 기고를 하였다. 이 기사는 야후재팬에 소개되자마자 단숨에 7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90년대 이후 일본이 정체하고 있는 동안, 아시아 국가 즉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등이 꾸준히 성장을 이룩하며 국민 생활 수준을 높여온 것에 비해, 일본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그 이유로 일본인의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라는 오만한 자존심에 있다고 대놓고 저격했다. 다른 나라의 좋은 점을 배우려 하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작금의 일본 사회의 안일한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는 팩트 폭격의 기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넷우익을 중심으로 한 국뽕주의자들은 한국 따위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쾌하며,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식의 ‘정신승리’ 에 취한 댓글에 많은 ‘좋아요’가 붙는다. 반면 해외를 나가보면 실제 일본의 위상이 많이 추락해 있음을 절감한다며, 이 기사의 주장대로 일본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댓글들도 많이 보인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
참고로, 가장 많은 ‘좋아요’을 받은 댓글 하나를 번역하여 소개한 후, 기사를 소개한다.
아무래도 관료 출신의 대학교수 같은데, 이거 참 아둔한 발상이므로 내가 한마디 해야겠다. 이미 인프라가 정비되어 있고, 물자가 풍부하게 있으면 생활은 좋을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뛰어난 사람이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지금은 옛날에는 들어가지 않던 저소득층이 카운트되었을 뿐이다. 나라 전체 돈의 저축을 보면 당연한 결과.
경쟁이 늘어나면 디플레이션이 되는 법인데, 전혀 논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인물이 경제기획청에 근무하고 있었으니 이런 세상이 되었다고 먼저 반성해야지, 이런 곳에 투고나 하여 일본이 어쩌고저쩌고 운운하는 입장이 아니라 생각한다. 한국보다 위냐 아래냐고 한다면 완전히 위다. 경제 규모가 다르다.
- ‘좋아요’ 수 4817
난 이 댓글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따봉이 달린 것 보면 일본인들의 평균적 경제학 실력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한순간 스쳤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고 추측건대, 마지막 문단의 한국보다 위냐 아래냐는 문장에 ‘좋아요’을 누른 듯하다. 아무튼 이하는 기사 번역.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
- 「なぜ、日本は韓国よりも貧しくなったのか」 하라다 유타카, Wedge, 2021.04.12
일본의 생산성이 선진국 중에서 낮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실질 소득이 낮다는 것이며, 가난하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풍요로움의 지표는 일 인당 실질 구매력평가 GDP이다. 일본은 이 풍요로움 지표에서 한국에게 뒤졌다.
우선 사실을 확인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일본이 뒤떨어진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일본은 캐치업(Catch Up) 을 끝내고 선진국이 되었기에 이제 캐치업 형태의 성장을 할 수 없다. 이제부터 성장을 이끄는 것은 독자성과 독창성이다’ 고 하는 언설에 있다 생각한다. 그런 하찮은 독자성과 독창성에 집착하는 사이, 일본은 풍요로움에 있어 미국을 따라잡기는커녕 캐치다운 하여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에 계속 추월당하게 되었다.
일 인당 실질구매력 평가 GDP로 보는 일본의 풍요로움
위의 도표1은 IMF가 추계한 주요 국가・지역의 일 인당 실질구매력 평가 GDP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제일 위에 있는 선이 싱가포르, 그다음이 미국, 홍콩이 미국과 거의 나란히 위치한다. 2019년 싱가포르의 일 인당 구매력평가 GDP는 9.7만 달러, 미국은 6.2만 달러이다.(코로나 쇼크의 영향으로 각국 비교를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2019년 수치를 최근의 수치로 간주한다)
이를 보게 되면, 80년대까지는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성장을 해온 일본이 1990년대부터 정체해 왔으며, 다른 나라를 추월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 최저수준을 겨우 유지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독일, 대만,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한국의 밑에 위치한다. 이탈리아는 위에서 내려와 일본보다는 조금 위, 한국은 밑에서 올라와 일본보다 위에 있다.
물론 통상적인 환율 레이트 환산으로 일 인당 GDP로는 일본은 1987년부터 2000년에 걸쳐 미국을 추월해왔지만, 이는 때마침 엔고 현상으로 추월했던 것에 가깝다. 일본인이 풍요로워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 사람당 실질소득을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실질구매력 평가 GDP를 보는 것이 적절하다.
흥미로운 것은 홍콩이다. 미국과 같은 수준의 소득이 된 후에 정체하고 있다(이건 정치 정세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홍콩이라면 ‘이제 캐치업 형태의 성장은 할 수 없다. 이제부터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독자성과 독창성이다’ 고 말해도 괜찮겠으나, 일본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또한 홍콩은 평균수명도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다(일본은 2위). 홍콩에서 억지로 연명치료를 행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 건강수명도 세계 1위일 것이다. 일본이 배워야 할 것은 세계에 얼마든지 널려있다.
도표 1에서는 알기 어렵기에, 미국을 1위로 표기한 것이 도표 2다. 이것을 보면, 일본은 1991년에 미국의 83%까지 추격하였으나 그 후 점점 뒤떨어져 현재는 7할 이하인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을 잡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전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 나라들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이 캐치업 또는 그 과정에 성공하고 있다. 중국, 인도도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캐치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만이 정체하고 있다.
이 결과는 구매력평가에 의한 것으로 환율 레이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만든 이 도표를 보았으면 한다.
이 도표 3은 환율 레이트로 환산한 일 인당 GDP를 일본, 미국, 중국, 인도, 홍콩, 한국, 대만에 관하여 살펴본 것이다. 도표를 보면, 일본은 1987년에서 2000년까지(98년을 제외) 미국보다도 높으며, 2010년부터 12년까지는 미국의 9할을 넘는 수준이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2019년에도 26% 높다.
그러나 환율 레이트는 장기적으로는 수출산업의 생산성을 반영하고, 단기적으로는 알기 힘든 이유로 크게 변동한다. 국민의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일 인당 구매력평가 GDP이다. 자유로이 수출입되는 재(財)의 가격은 달러 환산으로는 세계의 어디에서도 같은 숫자가 되어 움직인다.
그러나 자유로이 수출입 되지 않는 재(財)나 서비스 가격은 세계 국가마다 다르다. 사람들은 자유로이 수입되는 재(財)뿐만이 아니라 자유로이 수입되지 않는 재(財)나 서비스도 이용하여 생활한다. 후자의 가격이 높으면 환율 레이트로 측정한 달러의 소득이 높다 하더라도 실질 생활 수준은 낮아지게 된다. 생활 수준의 국제비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실질 구매력평가 GDP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뒤처지는 일본
나는 일본이 뒤처지는 큰 이유가 ‘일본은 캐치업을 끝내고 선진국이 되었기에 이제 캐치업 형태의 성장을 할 수 없다. 이제부터 성장을 이끄는 것은 독자성과 독창성이다’ 이란 주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이런 주장을 믿고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틀린 말이다.
사실 일본은 미국을 추월한 적이 없으며, 90년대 이후는 미국과의 차이가 벌어지고만 있다. 이 사이에 아시아 국가들이 착실히 캐치업 형태의 성장을 지속하여, 싱가포르는 미국을 추월하였고, 홍콩은 미국에 따라붙었으며, 대만과 한국은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은 캐치업은커녕, 캐치다운하고 있으므로 일본에 필요한 것은 다른 나라의 뛰어난 점을 배우는 것이다. 일본에는 우버도 없고, 유기 EL 패널도 만들지 못하며, 간편하게 전자결재하는 시스템도 보급되지 않고 있다. 이는 독자성과 독창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농업, 운수, 전력, 금융, 건설, 도・소매, 식품 산업 등의 생산성이 낮은 것도 그렇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뛰어난 사례를 흉내 낼 수 없는 규제, 제도,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뿐만이 아니라 정부 기능에서도 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일본 정부가 세계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드러났다. 세계의 선진국은 국민 소득을 파악하고,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으로 타격 입은 사람들에게 재빨리 급부금을 배부해 왔는데 일본은 그게 되지 않았다.
세계는 감염 확진자를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전화 통화로 감염경로를 추적한다. 결국 일손 부족과 프라이버시의 장벽에 부딪혀 그것도 잘 안 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의료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하면서도, 유럽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감염자로 의료붕괴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백신도 만들지 못하고 접종체제도 뒤처지고 있다. 어렵게 구입한 백신을 세계에서는 1병으로 6회 접종할 수 있는데 일본은 5회밖에 못한다.
일본의 보도기관은 후생노동성의 설명을 받아들여 6회 접종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라 전했다. 그러나 일본의 5회가 특수한 것이고, 6회 접종 가능한 주사기가 세계 표준이다. 귀중한 약제를 조금이라도 아끼는 것이 좋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세계 수준에도 뒤떨어지고 있다. 뒤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후생노동성의 언어조작을 곧이곧대로 받아적은 것이다.
일본은 뒤떨어지고 있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풍요로이 즐기기 위해서는,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 것을 배우고 흉내 내며 욕심을 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 후에 일본의 독자성과 독창성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원문: Hun-Mo Yi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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