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경영관리는 프레데릭 테일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856년에 태어나서 1915년에 사망할 때까지 그는 어떻게 하면 더욱 작업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 고민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긴 책이 바로 『과학적 관리의 원칙들(The Principles of Business Management)』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원칙은 철학이 되었고, 오늘날 그의 이름을 본따 ‘테일러리즘(Tailorism)’이라 불린다. 이 책은 2001년 ’21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영 도서’로 선정되기도 한다.
그는 당대와 후대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생산성은 높였으나 노동자의 옆에서 초시계로 작업량을 관리하다 보니 인간성을 저해하는 생산방법이라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의 방법론에 영향을 받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더 발전시킨 사례가 포드주의(포디즘, Fordism)인데 이건 아예 노동자를 톱니바퀴의 부품으로 취급한다며 막대한 비난을 받았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톱니바퀴에 노동자가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 바로 이런 포디즘을 중심으로 한 컨베이어 중심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비판하는 메타포다.
인간 중심의 경영을 지향하는 나도 꽤 오래 테일러리즘을 비판했다. 여전히 비판의 포인트도 남아있다. 하지만 다시 곱씹어보면 결과적으로는 그도 결국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관리를 했다는 공감이 든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의 그림자보다 밝은 면을 보고자 한다. 물론 그가 경영계에 미친 영향은 두 번 이야기할 필요 없이 엄청나다. 그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포드를 비롯한 기업들로 인해 산업혁명의 2세대가 개문발차되었다.
다시 돌아보는 테일러리즘: ‘성과관리’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테일러리즘의 핵심은 “표준화”다. 사람들은 테일러를 말할 때 그의 과학적 관리는 측정과 분업이라고 주로 생각하지만, 핵심은 작업의 표준화다. 그는 ‘”공평한” 1일 업무량’을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러기 위해 작업 시간을 측정하는 일을 하였고, 노동자들이 일하는 옆에 초시계를 들고 과업분석을 했다. 각 공정별로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측정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초시계까지 들고 작업 과정에 대한 관리를 시작하였다는 것이 ‘과학적’ 관리의 시도를 여는 행동이 되었다.
테일러 이전의 관리는 어떠하였을까? 정조대왕이 화성행궁을 지었을 때나,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짓는 것과 같은 대규모 작업은 어떠하였을까? 그때도 공사기간을 중심으로 업무를 관리하였기는 하다. 그러나 ‘과학적(Scientific)’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통적 개념의 관리의 핵심은 측정과 분업이다.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 1776>에서 이미 유명한 핀 공장의 비유를 들었다.
노동자 한 사람이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수작업으로 핀을 만든다면 잘해야 하루에 한 개정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핀 제조과정을 18개 공정으로 나누어 열 명이 분업하면 하루에 4만 8천 개의 핀을 만들 수 있고, 한 명이 하루에 4천 8백 개의 핀을 만들 수 있다.
분업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고, 그걸 계량화하는 업적도 아담 스미스는 이미 테일러보다 150년 전에 이루어냈다. 즉 테일러리즘의 핵심은 ‘분업’이 아니다. ‘측정’도 아니다. 분업과 측정은 테일러 이전에도 존재하는 개념이었다.
당시 미국의 공장에서는 조직적 태업이 많았다. 생산량과 무관하게 비슷한 임금이 지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일러는 더 성과를 낸 노동자에겐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 이윤 배분 시스템을 생각했다. 더 성과를 낸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기를 기대하는 ‘인간 존중 사상’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하다 보니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 장비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알아냈다. 당시 절삭기는 품질이 떨어져 성능이 안정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가공 소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이 점에 집중했다. 그래서 관리자는 표준작업 시간을 정할 수도 없었고, 노동자 역시 경험과 직관에 의해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절삭기의 품질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우선이이라고 생각했고, 절삭 작업 표준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테일러를 그저 노동자 옆에서 초시계 들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이 연구에 무려 26년간 몰두했다. 그리고 1898년에 고속도강(高速度鋼)을 개발했다. 오늘날 금속절삭의 기초를 그가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 연구에서 그는 금속절삭기의 속도와 운반에 대한 12가지 법칙을 발견하였고, 노동자가 경험이나 직관이 아닌 프로세스와 공식에 따라 매뉴얼에 맞추어 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를 위해 8명으로 이루어진 책임자 조직도 고안했다.
이러한 필생의 연구끝에 그가 죽기 4년 전 나온 책이 바로 『과학적 관리의 원리(Principle of Scientific Management)』다. 100페이지도 안되는 핸드북이지만 이것이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났다.
이 책을 통해 영향을 받은 기업들로 인해 산업혁명의 2기가 부흥했고, 거기서 나온 문제점을 집대성하여 정리한 사람이 피터 드러커다. 근대 경영학이 현대 경영학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피터 드러커에서부터 시작하여 경영학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포드와 같은 미국식 대량 생산 문화는 세계대전 중 군수산업에서 큰 효과를 보았고, 전쟁이 마치자 그 사람들이 기업으로 들어와 같은 방식으로 미국 경제의 호황기를 이끌었다. 그 흐름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은 오늘날 경영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격언이 아닌가 한다. 그는 그의 저서 『내일을 지배하는 것』에서 테일러를 일컬어 “그의 과학적 관리법과 그 뒤를 잇는 IE(산업공학)이야말로 세계를 변화시킨 미국의 지혜”라고 극찬했다.
우리가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서 작업의 표준화, 작업표준, 표준시간, 전문화된 스탭 조직 등을 갖추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그게 잘 갖추어진 회사도 드물다. 이를 오용하여 수백 개의 KPI를 만들기만 하고 지키기도 힘든 지표 관리를 하는 조직들도 있다.
성과관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가 성과를 관리해야 하는 목적과 이유는 무엇인가. 테일러가 작업 표준을 만들어 관리한 것은 결국 모두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오늘날엔 그러한 그의 가치와 철학보다는 초시계로 측정하는 것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성과 관리’에서 필요한 것은 센서가 아니라 업무 시간의 절감과 생산성의 개선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관리를 위한 관리, 평가를 위한 측정 같은 것은 100년 전의 그가 생각하던 모습도 아닐 것이다. 오늘날 ‘성과 관리’라고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행동들이 결과적으로는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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