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 vs KPI라는 표현을 더러 봅니다. 맞는 표현일까요? 틀린 표현입니다. OKR은 체계를 말하고, KPI는 지표의 이름입니다. 애초에 같은 등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같은 체계끼리 비교하려면 OKR vs MBO 또는 OKR vs BSC 정도가 맞습니다.
그런데 OKR vs MBO는 또 맞는 표현일까요? 이것도 틀린 표현입니다. 둘은 vs로 할 만큼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앤디 글로브가 피터 드러커의 MBO 개념을 듣고 감명받아서 우리도 인텔의 MBO를 만들자 해서 i-MBO라는걸 만듭니다. 이게 이미 1968년의 이야기 입니다. 그 이름이 바뀐 게 OKR입니다. 즉 대립의 개념이 아니라 계승의 의미지요.
다만 그렇게 시작한 MBO가 오늘날엔 각 조직에 맞게 customization되면서 OKR vs MBO를 뉴 패러다임vs올드 패러다임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만, 여튼 맞는 표현은 아닙니다.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합니다.
제 사례를 들어드리자면, OKR 도입 컨설팅 문의가 와서 상담을 하고 나면 90%는 조직문화 컨설팅으로 내용이 바뀌게 됩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문화가 그대로인데 제도만 바꾼다고 바뀔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문화가 구글이 아닌데, 구글이 사용하는 방식을 이식하면 우리 회사가 구글처럼 될까요? OKR이 현장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화로 접근해야 하는데 제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지요. 설명을 해드리면 다들 OKR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것을 도입할 수 있을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우선이구나, 라고 모두 수긍하시게 됩니다.
“OKR을 하지 마세요”라는 말의 의미는,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OKR을 하든, MBO를 하든, BSC를 하든 도구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조직들이 이걸 ‘배워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MBO를 말할 때 이미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상시 피드백, Lean, agile 같은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이게 1950년대의 일입니다. 그런데 2020년의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MBO는 반대로 하고 있죠. 참고로 드러커가 MBO를 만든 이유도 테일러리즘과 포디즘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배워서 도입하는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걸 통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도구들이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라면, 그 상위개념인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첫째는 회사의 미션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둘째는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는 것이고, 셋째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넷째는 그 토양하에서 세부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제도나 규정? 아무리 만들수록 좋아지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규칙만 세우고 직원들에게 믿고 권한위임 해주시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조직문화가 답입니다.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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