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린(Lean)’을 업무 속 일상 용어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모두 입을 모아, 린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말하는 이는 없다. 이유도 없이 속도를 좇거나, 속도감을 즐기는 방식은 조직을 속으로 병들게 한다. 왜 그렇게들 다들 린 하고 싶은지. 그러다가 정말 훅 갈 수 있다.
린의 본질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린에 대해 오해 한 가지는 바로 ‘속도 중심적 해석’이다. 무조건 ‘빨라야 한다’고 말한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빠르게’ 되지 않는다면, 그건 린이 아니라고까지 한다. 과연 실제로 린이 그런 뜻으로 만든 것이 맞을까.
사전 속 린은 ‘기대다, 기울어지다, 숙이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또는 군살 없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업무에 린은 본래 ‘린 스타트업’의 줄임말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빠르게 제품을 만든 다음 고객의 반응 등을 분석해 제품을 개선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여기서 핵심은 ‘고객의 반응 등을 분석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여기서의 린 은 고객에게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정리하면 ‘(목표한) 고객의 반응’을 통해 우리 제품 및 서비스가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우리 스스로 평가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에 포함해 전개하는 이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실제 MVP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러프하게나마 검증할 수 있는데, 이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부분 리더 등의 창조주에 의해 실질적 모습이 결정된다. 그게 무슨 린인가.
실제로 이런 과정의 생략으로 소위 ‘망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봤다. 자신의 의지와 열정만 갖고, 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천에서 수억의 개발비를 쏟아부었음에도 ‘예쁜 쓰레기’를 만든 것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목적을 띠고 만들었으면, 적어도 ‘누가 우리에게 기꺼이 돈을 내고 계속해서 사줄 것인가’를 위한 치열한 검증을 개발 과정 전 단계에 포함해야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 여전히 자기 감을 믿고 의지한 채 무모하게 앞으로만 빠르게 나아가려는 행보를 보인다.
린 하고 싶다면 수시로 ‘방향’을 점검하자
기업의 방향은 고객이다. 기업은 오로지 고객만을 바라보고 그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적절한 형태와 내용으로 쉼 없이 전달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빠르게 도달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올바르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 모든 원흉은 ‘방향’에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가’ 하는 기업의 목적성에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창출’이라는 일반적 이해만이 팽배하다. 그러다 보니 조직 공동의 ‘비즈니스 목적’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다. 그냥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여러 활동 등이 기업 내외를 둘러싼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모호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성장을 확신할 수 없다.
줄어든 확신은 기존 속도의 저하까지 불러오기도 한다. 무언가 빠르게 될 듯했지만 쉽사리 결과로 맺어지지 못한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높거나 적정 수준의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만한 가치를 점차 잃어버린다. 표면상의 린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방향을 잃어버리면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 다소 철학적인 명제일지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만들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움직임(Activational Index)이 계속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움직임이 과거와는 다르게 하락세를 겪는다면, 분명 우리는 뭔가 잘못했고, 더욱 악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과 같다.
제대로 린 하고 싶다면 점검해보자
우리의 목표 고객이 가진 특성 파악을 위한, 고객과의 상호작용 결과 논의
해당 논의는 ‘정기적 회의’의 핵심 안건으로 목표 고객의 일정 수준 이상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늘 산정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Value Proposition)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부분 및 전체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리뉴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성장의 방향과 속도 모두에 대해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꾸준히 주요 지표의 변동 폭을 확인해 고객 및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을 점쳐보자
고객의 움직임이 생각과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처음부터 헤비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지 말고, 고객 활동 지표에 따라 언제든 고객 또는 서비스상의 피벗(Pivot)을 준비해야 한다. 그로 인해 비즈니스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거나 적절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대와 다른 성장을 보인다면 목표 고객의 재설정까지도 고려해보자
목표 고객의 주변부가 우리의 또 다른 목표 고객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제품 및 서비스가 누구에게 가장 유효한지를 점검하며 동시에 우리의 방향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에는 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품 및 서비스의 일부 변형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타기팅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량 대비 너무 넓게 고객군을 고려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많은 기업이 하는 일반적 실수가 너무 넓게 고객 범주를 설정해 이를 검증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제품 및 서비스 상태와 역량을 고려해 지역, 나이, 성별, 라이프스타일 등 고객군의 재해석(Segmentation)을 통해 새롭게 시장과 고객의 정의를 해야 한다. 여기서 뜻밖의 기회(새로운 고객 needs)를 발견할 수도 있다.
내가 만들고 싶거나, 만들 수 있는 것을 내다 파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창업자가 가진 아이템, 아이디어, 주특기 그리고 현재 의지와 욕구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은 기업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오로지 고객만이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이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치와 이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계속해서 갈고닦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빠르게 하려고 여러 과정에 ‘고객의 참여 또는 그들과 관계된 여러 지표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한다면, 그것이 바로 린이다. 무작정 ‘목표한 상태’로 도달하기 위해 가열하게 앞으로 달리는 건 린이 아니다.
원문: 이직스쿨 김영학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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