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의 7할은 보도자료 쓰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이야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스타트업에 특히 보도자료 릴리즈가 중요한 이유는 마케팅 광고보다 효율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돈을 투자받아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만한 공신력 있는 자료로는 기사만한 게 없다.
우리 기업이 이만큼 대단해요, 라는 것은 자체 광고를 통해서 나가는 것보다 기사를 통해 나가는 게 훨씬 신뢰가 간다. 게다가 광고보다 단가도 훨씬 싸지 않나. 똘똘한 홍보팀 직원 1명이 내는 보도자료가 몇백, 몇천을 들여서 내는 광고보다 훨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내가 다니는 스타트업은 운 좋게도 대표님이 기사 노출의 파급력을 피부로 실감해 홍보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 때문에 일이 많기는 하다. 일주일에 평균 작성하는 보도자료가 3~4건이다. (실제로 배포되는 건수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료 작성하는 스킬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보도자료를 쓰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 그리고 초보들이 보도자료 쓸 때 도움이 될만한 나만의 꿀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눈길을 끄는 제목을 잡고, 소제목을 활용하자
제목은 사실 나도 매번 자료를 쓰면서 많은 시간을 쏟는 부분이다. 글은 금방금방 써 내려갈 수 있는데, 이 모든 걸 요약하는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제목 하나를 쓰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곤 한다. 내가 원하는 내용을 모두 담고 싶은데, 그러기엔 제목이 너무 길어진다. 그렇다고 딱딱하고 늘어지는 제목을 쓰고 싶지는 않다. 기왕이면 회사의 아이덴티티도 담고, 현재 트렌드를 반영하는 느낌의 제목을 따고 싶다.
그럴 때 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만 잡아내서, 제목은 조금 재미있게 써본다. 대신에 소제목을 추가한다. 3개 정도의 소제목을 따로 만들어 글에 주제가 되는 핵심내용 3가지를 요약해서 작성한다. 보는 사람들이 제목과 함께 소제목 3개만 보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2. 제일 중요한 내용은 첫 줄에, 되도록 한 줄로 간결하게.
이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이유,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하는 핵심 포인트 한 가지는 무조건 첫 줄에 넣는다. 그렇다고 그대로 넣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면, ’00회사가 000기술을 개발했다’고 넣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000될 것이다’, ‘000가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000 하게 만들었다’ 등 우리의 기술로 인해 앞으로 변화하게 될 일들을 쓴다. 그래서 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길이 가고 직접 와닿을 만한 문구를 첫 줄에 넣는다.
3. 육하원칙을 빼먹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씩 가장 기본적인 육하원칙을 빼먹을 때도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 내용이 모두 보도자료 안에 빠짐없이 잘 기재돼 있는지 확인한다. 이 부분이 종종 빠져 있으면 내용 보충 때문에 기자들에게 전화 세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육하원칙뿐만 아니라, 회계나 결산, 실적 자료를 쓸 때는 얼마가 들었는지, 또는 얼마나 벌어들였는지에 대한 언급도 꼭 필요하다. 숫자는 항상 가장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다.
4. 현재 이슈가 되는 것, 트렌드가 되는 것을 포착한다.
한 가지 재료를 가지고도 어떤 요리사가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글을 써도, 홍보팀 담당자의 능력에 따라 이 내용은 현재 트렌드를 반영하는 자료가 될 수도, 의미 없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 홍보하고 싶은 서비스, 기술을 현재 트렌드와 연관 지어 쓸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제품 세일이 있다고 치자. 사업부에서 ‘이거 그냥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세일 행사예요’ 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써서는 안 된다.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트렌드를 찾아내 연결고리를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대신 000 제품으로 호캉스를 떠나보세요’ 라던지. 이런 연결고리를 찾으려면, 평소 이런저런 이슈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꾸준히 뉴스를 찾아보고, 업계 트렌드를 알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5. 회사와 관련된 주관적 이야기(앞으로의 계획 비전, 시장 전망 등)를 넣고 싶을 때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자
사실만을 나열하는 보도자료에서 우리 회사의 주관적인 입장을 담고 싶을 때는, 인용문을 쓰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보도자료를 쓸 때 이 인용문을 자주 쓰는 편이다. 이 서비스 혹은 제품, 기술로 인해 우리 회사가 그려나갈 미래나, 고객들에게 기대하는 반응 등을 쓴다. 보통은 이 사업의 주체인 임원이나 또는 중요한 기사의 경우 대표의 이름을 빌려 글을 쓰기도 한다. 물론 특정한 누군가의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확인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6. 주제에서 벗어난 다른 이야기를 넣고 싶을 때는 마지막 문단에 넣자
보도자료는 다 썼는데 이 밖에도 사람들에게 또 하나 주지시켜주고 싶은 게 있다면, 마지막 문단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한편, 000은 000을 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많이 쓰는 편이다.
보도자료 전체적인 주제와는 큰 연관은 없지만, 이전에 보도자료로 나갔었던 우리가 계속해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업의 진행 과정이나, 보도자료화하기에는 내용이 크지 않지만 알려주면 좋을 이벤트 내용 등은 이런 방법으로 소화해도 좋다.
7. 보도사진은 되도록 주제에 맞는 것으로 준비하자.
이미지 한 장이 주는 힘이 생각보다 크다. 줄글보다 카드뉴스가 새롭게 뜨고, 유튜브에 영상 뉴스가 뜨는 것처럼 트렌드도 계속 변한다. 그렇다고 줄글 보도자료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이미지 자료에도 신경을 쓰자.
보통 글은 공들여서 써도, 이미지 자료는 그에 반의반도 공들이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읽는 사람들은 이미지를 통해 전체 내용을 파악할 때가 많다. 되도록이면 정성껏, 보도자료의 주제가 들어간 예쁜 이미지를 만들고 첨부하도록 하자.
8. 자료 작성이 끝난 후에는 담당자의 연락처를 넣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료 작성 후 말미에는 이 자료를 쓴 사람,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한 번 더 언급한다. 자료 작성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작성한 보도자료와 관련된 연락, 생각보다 많이 온다. 우리 자료의 내용을 좀 더 보충해서 기획기사로 쓰고 싶어 하거나, 다른 업계 소식들과 엮어서 쓰려고 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다뤄질 수 있으니 연락처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나의 보도자료 한 건이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기사로 재생산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원문: 콜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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