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보상을 노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매스컴을 도배했다. 일탈 행위에 국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향후 신도시 개발을 위한 보상 계획은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있고, 보상을 겨냥한 땅 투기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왜 낮은 보상가의 신도시 땅을 살까? 일반적으로 신도시 개발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면 지구 밖의 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마련이다. 지구 안의 땅은 수용할 때 보상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보상가는 대체로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요즘 수도권 신도시에서 보상가는 공시지가의 두 배 이내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는 공시지가의 두 배를 넘은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로 1.5~2배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수용당하는 신도시 내보다 밖의 땅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토지 보상이 현금 보상만 있는 것도 아니다. 새 땅이나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진다. 주민공람일 기준으로 1년 전부터 집을 소유하면서 직접 거주한 경우 ‘이주자 택지’를 받을 수 있다. 주로 점포 겸용 주택을 짓는 땅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들은 신도시 예정지 안에서 살지 않는다. 따라서 이주자 택지나 이주자 주택은 받을 수 없다. 대신 주민공람일 이전부터 수도권 기준으로 1000㎡ 이상의 땅을 갖고 있으면 ‘협의 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있다.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용지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일반 공급 분양가로 분양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파트를 특별공급 방식으로 분양받을 수도 있으나 분양 시점에 무주택자이어야 한다.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은 분양 시점까지 살던 집을 처분해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무조건 아파트를 주는 게 아니라 계획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 추첨으로 대상자를 결정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지는 유동적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상 기준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도시의 후한 보상이 투기적 수요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 목적의 외지인과 원주민 간 보상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토지 시장 흐름이 달라졌다
사실 과거에는 돈이 있으면 땅에다가 돈을 묻었다.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는 데다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대박은커녕 애물단지가 되어 되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10~30년 동안 팔리지 않는 땅을 갖고 있는 고령자가 많다.
더욱이 요즘 토지 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로의 변화다. 수도권의 한 토지 전문 중개업자는 “10년 전만 해도 투자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20%로 줄고 실수요가 80%를 차지한다”고 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묻어두기 식 투자는 과거 토지 투자 패러다임으로, 요즘과 맞지 않는다. 비환금성이 강한 토지는 한 번 사면 자금이 잠길 가능성이 큰 데다 수익을 보려면 시간을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으로 땅 대박신화가 다시 부활하는 것으로 일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묻지 마 교외 지역 땅 투자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퇴행적 투자다. 부동산 시장의 메가 트렌드를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축은 교외보다는 도심이다. 도심 공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부상하는 것과 맥이 통한다. 도심 아파트 키즈들은 교외 논밭, 임야가 낯설어 투자를 꺼린다. 도심 공간에 대한 친숙도가 높다.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도심 역세권 아파트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
이번에 문제가 된 LH 직원들도 30대보다는 5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사놓은 수도권 일대 전원주택 부지들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그만큼 땅 투자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언론에 오르내리는 토지 전문가가 별로 없을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가
먼 미래 개발 가능성만을 보고 사람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토지 활용도는 도시 지역에 근접할수록,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높아진다. 땅을 사더라도 도심이 좋다.
최고의 땅은 젊은 사람들이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곳, 다시 말해 젊은층 중심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일반적으로 땅을 살 때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 목적은 바로 가격 상승보다는 이용 측면의 가치다. 좀 더 쉽게 말해 건물을 지을 땅을 사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땅을 살 때는 합리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이 땅에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짓는다면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이 얼마인지,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교외 땅을 사더라도 판단 기준은 건물 신축이어야 한다. 잘만 활용하면 임대수익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노후에는 특히 그러하다. 스마트폰 앱 ‘토지이용규제’나 ‘부동산 디스코’를 다운로드받아 활용하면 농지나 임야 등 교외 지역 땅의 용도 등 각종 규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굳이 비용을 들여 토지대장을 떼어보지 않고서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 가능하니 꼭 사용해보길 권한다.
자경하든지 농지은행에 맡겨야
또 하나, 1996년 1월 이후 농지를 사려면 자경(自耕)이 필수다. 취득 당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주말농장은 제출 제외)대로 직접 농사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농업경영계획서에 밭에 고추와 배추를 심겠다고 기재해놓고 과실수를 심으면 위반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자경은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동네 주민이나 전 주인의 대리 경작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농지를 보유하면서 농사짓지 않으면 처분 명령이 떨어지고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 강제 매각을 당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농지은행은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사람의 농지를 위탁받아 자경할 농업인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농지은행에 8년 이상 위탁하면 부재지주라도 일반 양도세율에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농지를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공부상 지목과 관계없이 실제 경작에 이용되고 있는 사실상 농지인 경우, 위탁 가능하다. 도시 지역, 개발 예정지, 1000㎡ 미만 소규모 농지 등은 위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원문: 박원갑의 부동산미래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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