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사회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일하는 개미들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략 20%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적당히 어영부영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열심히 일하는 무리들만 따로 분리해서 관찰해 보니 얼마 후 같은 비율로 열심히 일하는 무리와 그렇지 않은 무리로 나뉘었고, 빈둥거리는 무리들만 떼어내어 살펴보아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벌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해 보았더니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가진 소득분포의 불평등도를 나타냈고 구성원의 20%가 80%의 업무를 수행하며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창출한다는 경제법칙이 성립된 것이다. 이것을 파레토의 법칙, 즉 2대 8의 법칙이라고 한다.
지구상의 육지와 바다의 비율, 육지에서 산과 평야의 비율 그리고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의 비율도 이와 흡사하다. 조직의 활동에서 이 법칙을 원용해 행동한다면 경쟁력과 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은행과 백화점은 VIP고객을 특별 관리하는 한편 자주 찾는 고객에게는 우수고객카드를 발급해주고 일반고객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해 VIP고객으로 유도하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역시 2대 8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경영자는 회사의 사업구조에 있어서 핵심사업군 20%를 선택해 집중하고 여타 사업군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지인 중에서 20%의 소수와 긴밀한 유대를 맺고 공을 들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80%의 개미도 자신들이 맡은 경계업무를 하거나 종족 보존을 위한 기능, 알과 애벌레 보호 등 나름의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기조도 있다. 그들이 20%의 일하는 개미군에 편입되어 같은 일을 하면 오히려 전체 일의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저마다 남다른 소질과 능력을 가졌으며 그 적성에 합당한 일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다.
선택과 집중
대다수의 회사는 유능한 경력사원은 현장의 영업실적과는 거리가 먼 기획부서에 배치한다. 그들은 그 일에서 더 많은 실적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고급 두뇌는 영업 분야에서 가시적인 실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도록 배치한다. 유능한 인재라고 해 모든 분야에서 업무수행 능력이 탁월할 것이라는 생각은 일반화의 오류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열심히 일한 만큼 거둔다고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전체 노력 중 20%가 80%의 산출을 가져온다. 노력의 량을 높이기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일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휴식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워커홀릭보다는 놀 때 화끈하게 노는 사람이 생산성이 더 높다. 쌓이는 이메일과 SNS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들이다. 하루의 스케줄에서 80%는 줄여서 나머지 20%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을 읽을 때는 먼저 목차와 결론 부분을 읽어 요지를 파악하고 중점 부분에 80%의 시간을 투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협상은 전체 과정 중 마지막 순간 20%에 집중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 모든 구성원이 100%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각자의 위치를 자각하게 해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연극에서 주인공과 함께 엑스트라도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80%의 비핵심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역 파레토 법칙(롱테일의 법칙)도 있다. 주요 정보를 소수계층들만이 독점하던 시대를 지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시대에는 누구나 관심과 노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자유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 불균형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그리고 복지의 확대로 심각한 불균형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모든 구성원이 총화를 이루는 가운데 소수 핵심계층에게는 여하히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할지, 다수 비핵심군으로부터는 어떻게 적극적인 지원과 전폭적 협조을 이끌어 낼지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적절히 안배해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게 훌륭한 지도자와 지혜로운 경영인, 관리자의 역량이다.
원문: 이로운넷 / 글: 이정재 시니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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