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서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릴 적 남과 여에 대한 사랑관은 이렇게 형성된다. 각종 매체와 영화 드라마는 줄곧 결혼을 연애의 성공적인 결말이라 포장한다. 물론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제목의 영화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 주는 드라마도 있지만 그 작품들마저도 결론은 행복한 결혼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끝난다.
그러나 실제로 결혼해보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며 남자와 여자는 모두 당황한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 생각하지 못했던 역할, 즉 페르소나를 쓰게 된다는 것.
-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여러 관계가 얽히고설킨 새로운 사회생활이라는 것.
그러니까 결혼이나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사람은 타의에 의해 원하지 않는 역할 가면을 써야 한다. 더불어 사랑으로만 결혼 생활이 성립되고 유지될 것 같지만 이는 둘만의 삶이 아니게 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한마디로 둘의 사랑이 결혼생활의 전부라는 건 결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라 할 수 있다.
시간 관리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시간 관리도 마찬가지다. ‘나’와 ‘시간’ 둘의 관계를 해결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란 생각은 금물이다. ‘나’는 오롯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페르소나는 여기저기에 걸쳐있다. 여러 시공간과 관계에 얽히고설켜 있다. ‘시간’ 또한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내 시간은 누군가로부터 침범당할 수 있고, 또 때로는 내 시간을 떼어 누구에게 주어야 한다.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럴 계획이 없으니 괜찮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직장에서의 역할을 고려해야 하고, 만에 하나 갑자기 가정을 꾸리면 내 시간 관리와 계획들은 급격한 변화로 모두 중단될 수 있으니 미리 그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좋다.
즉, 남자와 여자의 사랑으로만 결혼 생활이 이루어진 게 아니듯, 나와 시간의 관계로만 시간 관리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시간을 잘 쪼개고 계획을 잘 세우면 뭔가 이루어지겠지란 생각을 재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더 현실적으로 지금의 내 상황을 주시하고 정의하고 계획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왜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한 번 돌아보자. 그 안에 분명 내 의지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들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변수가 생겼을 수 있다. 시간이 생기면 의지가 부족하고, 의지가 생기면 시간이 없거나 계획한 것을 실행할 수 없는 순간이 생겼을 것이다. 모두, ‘나’와 ‘시간’ 그 둘만의 관계에 집중해 계획한 결과다.
그렇다면, ‘나’와 ‘시간’ 외에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고, 더 나은 내 시간 관리를 위해 해야 할 것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것들을 잘 파악하고 관리해야, 진정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루어내고 실현할 수 있다.
첫째, 내 페르소나를 잘 파악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나’에 대한 탐구다. 내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나열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내가 그 역할에 맞춰 해야 하는 일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내가 계획한 일을 하기 위해 본업인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거나, 가족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페르소나를 제대로 파악하고 구분하지 못하면, 주객이 전도된다. 본업과 가족을 우선에 두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마치 본업과 가족이 내 계획을 방해하거나 변수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계획하는 대부분은 ‘나’를 위한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를 기반으로 성립되는 존재다. 그리고 그 가장 두껍고 무거운 페르소나는 ‘먹고사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나에게 있어서는 ‘직장인’ ‘가장’ ‘남편’ ‘아빠’가 그것들이다. 그러니 내가 계획하는 것들은 이를 토대로 하거나, 이를 고려해 세워져야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강연하고 MBA를 공부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모든 것은 ‘나’라는 통합된 존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각자의 ‘페르소나’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역할과 시간 관리를 파악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각자의 페르소나와 그로부터 나온 일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가족에게 중간보고 하고 증거물을 보여준다.
내가 직장인이면서 대학원 공부도 하며, 다수의 책을 출간하고 여러 강연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족의 이해와 배려다. 이러한 이해와 배려를 얻기 위해선 내가 계획하는 일과 하는 것들에 관해 중간보고해야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란 속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왜 하는지 가족은 알 권리가 있다.
첫 번째 책을 집필할 때였다. 당시 해외 주재원으로 너무나 바쁜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출간 계약을 하고 원고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결국 주말 가족과의 시간을 떼어 활용하기로 했다. 주말이면 단 얼마라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려 노력했었는데, 그러한 시간이 사라지자 아이들의 눈빛엔 서운함이 가득했다. 그러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건 또 아내였다.
이러한 때 전후 설명 없이 급하다는 이유로 방문 걸어 잠그고 글을 써 내려갔다면 어땠을까? 또는 가족들을 방해 요소로 규정을 했다면? 단언컨대,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없었고 아예 글이 써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첫 번째 책은 출간 자체가 안되었을 거란 생각이다.
아내는 출간 계약이 된 이후부터 나를 잘 이해해줬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나는 잘 설명을 해줬다. 아빠가 작가가 되어 책을 내는 것에 대한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다행히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이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물론, 책 집필이 끝난 후 무엇을 하고 놀자는 약속은 잊지 않았다.
마침내 책이 나오고 먼 한국에서 날아온 책을 보여주자 아이들은 감탄했다. 책을 이리저리 펼쳐 보며 그동안 놀아 주지 못했던 시간을 아이들 스스로 보상받는 듯했다. 이처럼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걸 이루고 싶은지 가족들과 나누고, 가능하다면 그 결과를 보여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와 가족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 이것을 토대로 시간이 확보되고, 또 그 시간에 나는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셋째, 본업의 경계를 넘지 않는다.
‘사이드 프로젝트’와 ‘딴짓’은 같은 말이면서도 다른 말이다. 어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라 하면 뭔가 도움이 되는 일처럼 들리지만, ‘딴짓’은 그리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간혹 어느 한 곳에 고여 있지 말라는 뜻에서 ‘딴짓을 하자’는 말을 하지만, 이 또한 말 그대로 소비적인 딴짓을 하자는 게 아니라 자아계발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자는 말에 더 가깝다.
생산적인 ‘딴짓’은 본업을 중심으로 할 때 빛을 발한다. 내 ‘직업’에서 ‘업’을 알아채고 그 ‘업’을 활용하면 더 좋다. 사실 우리는 ‘해야 하는 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그 배운 것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써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러한 유기적 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 회사 일이나 해야 하는 일은 퇴근 후에 쳐다도 보지 않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지난날을 차분히 돌이켜 보길 바란다. 내가 성장한 팔 할은 ‘해야 하는 일’에서 온다. 억지로, 먹고 사느라 하지 않으면 안 되어서 하게 된 일들에서 나는 보물과도 같은 경험과 배움을 얻는 것이다. 그 따분한 ‘일’을 ‘업’으로 대할 때, 나에겐 기회가 생긴다.
그러니까 ‘본업’에 충실해야 사이드 프로젝트가 성립된다. 유(有)라는 개념이 없으면 무(無)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없다. 어둠이 없으면 빛이라는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업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본업’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에 중심을 둘 줄 알아야 한다.
이 둘을 철저하게 구분할 때 비로소 나에겐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된다. 나는 근무 시간이나 회사 일을 해야 할 때, 절대 글을 쓰지 않는다. 점심시간에도 독서를 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다. 본업인 회사일에 집중한다. 본업에 무게가 실려야 중심이 잡히고, 그 이외 시간에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내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본업에 충실할 때, 사이드 프로젝트도 제대로 돌아간다. 그러니 사이드 프로젝트가 본업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고 그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효과적인 시간 관리와 성공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란?
먼저, 성공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드 프로젝트는 언젠간 직장인이라는 본업을 대체하여, 제2의 인생을 풍요롭게 유지해주는 평생의 ‘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효과적인 시간 관리가 필요한데, 그 전제 조건은 바로 내 페르소나와 본업의 중요성을 알고 나 혼자만의 시간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 가족과 내 주위 사람들, 그리고 여러 얽히고설킨 관계와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야 제대로 된 시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지금쯤이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만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란 걸 잘 알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이상향을 마음속에서 지워내 필요는 없다. 소스라칠 만큼 혹독하고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러한 이데아와 판타지는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거기에 매몰되거나 지나친 몰입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현실을 볼 수 있는 눈. 현재를 파악할 수 있는 관점. ‘나’와 ‘시간’에서 벗어나 본업의 중요성과 여러 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센스. 이것이 나를 지켜내고, 나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성공적인 시간 관리의 필수 요소라 생각한다.
원문: 스테르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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