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사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신입사원의 상징인 단정한 남색 정장, 줄무늬 넥타이, 갈색 구두와 사원증을 목에 걸고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느꼈던 벅찬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설레는 기분만큼 의욕도 항상 두 발자국 정도 앞서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의욕 넘치던 신입사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조금의 미소도 없이 무표정으로 타닥타닥 타자만 치는 누가 봐도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업무시간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있으면 회사에게도 손해지만 스스로에게도 손해가 크다. 직장인이라면 하루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간이 업무시간이다. 이 소중한 시간을 최저시급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단순한 안도감에 그냥 흘려보낸다면 당장은 편안함에 행복할진 몰라도 그 시간이 점점 축적되어 도태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그리고 금방 다른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따라잡지 못할 만큼 벌어진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신입사원처럼 온종일 의욕을 뿜어낼 순 없다. 업무시간 중 의욕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분명 충만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의욕이 가장 충만한 시간은 언제일까?
10시 30분
우선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밤에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올빼미형 인간들과는 전혀 반대인 유형이다. 오히려 밤이 될수록 종일 쌓인 피로에 점점 체력이 방전된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10시 30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끝낸 후 자리에 앉으면 본격적인 업무시간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 한 모금 마시는 것이다. 아침엔 일부로 거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 타는 목마름으로 물 한잔에 대한 욕구가 최대치가 되기 직전까지 참는다. 그리고 출근 후 회사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의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무튼 물 한 잔 마신 후 다음 단계는 몸에 카페인을 투여하는 것이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로 잠을 마저 깨우고 업무를 하기 위한 예열 단계를 끝낸다.
커피가 1/3 정도가 되었을 때 그 시간이 10시 30분이다. 카페인으로 각성된 나의 뇌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최대한 난도가 높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루를 편하게 보낼 수 있다.
15시 30분
10시 30분 이후로 가장 일하기 좋은 시간은 15시 30분이다. 일단 이 시간은 점심을 먹고 식곤증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 후다. 그리고 곧 퇴근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15시 30분이 넘어서 업무를 시작하면 칼퇴할 수 있는 확률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오후에는 갑작스러운 회의나 미팅이 잡히기도 하고 급한 업무가 떨어질 때도 있다. 15시 30분이 칼퇴를 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되는 셈이다. 그때부터 초인적인 힘이 나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집중력이 생기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칼퇴는 항상 달콤한 당근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일하게 된다.
마치며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두 시간대는 업무 시간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이등분 한 시간대이다. 목표가 없으면 금방 지치고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업무시간 중 10시 30분과 15시 30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빡빡하게 일하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훨씬 더 알차게 업무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의욕이 떨어지는 시간에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붙잡고 일을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서서히 예열한다. 이를 통해 의욕이 떨어지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의욕이 충만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순간을 정한다는 것이 사소한 일이지만 그 차이는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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