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최근 주변 지인들로부터 협업 툴 아사나Asana 도입 관련 문의가 많아 ’19년 6월에 작성한 내부 공지용 글을 그대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내부용으로 빠르게 작성한 글이라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약 1년간 사용해보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좋은 툴이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역시 모든 직무에 적합한, 완벽한 툴은 찾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혹시라도 그런 툴 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린더 얘기, 회사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쓰다 보니 또 너무 식상해지는 것 같네요. 그래서 현재 작성 중인 매우 클리셰한 주제의 글(ex. 우리 모두 함께 화이팅 합시다)는 다음 전체 회의 때 말씀드리는 걸로 하고, 오늘은 좀 더 실질적인 주제를 다루어볼까 합니다.
며칠 전부터 우리는 함께 고생하며 아사나(Asana)와 하베스트(Harvest)라는 새로운 툴을 습득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팀은 그 여느 팀들보다도 매우 빠른 속도로(누군가가 보기에는 다소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새로운 툴들을 시도하는 팀인데요.
2017년 6월 창업 이후 주요 메신저는 슬랙으로 변동이 없었지만, 다른 툴은 꽤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 파일 관리는 드롭박스를 거쳐 G Suite(개인드라이브 → 팀드라이브)으로,
- 문서 정리는 원노트, Confluence를 거쳐 노션으로,
- 협업을 위한 툴은 트렐로, 지라, 노션을 거쳐 아사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미팅 때 구두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가 아사나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좋은 협업 툴’을 사용하면 변화가 생깁니다.
- 일하는 사람 본인이 자신의 태스크를 관리하기가 편하고,
- 프로젝트 매니저가 일하는 사람의 현황을 파악하기 편합니다.
(사실 이 2가지만 잘 되면 협업 툴은 다른 게 필요 없죠)
노션을 통해 협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결국 이 두 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아사나 도입 보름 만에 이렇게 별도의 글까지 써가며 아사나의 주요 장점들을 다시 한번 어필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새로 쓰게 된 이 툴이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의 업무 효율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근거로 ‘매니저의 관리’ 뿐만이 아닌 ‘일하는 사람 본인의 태스크 관리’ 또한 편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의 업무 하나하나 다 알지도 못하면서, 무엇 때문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태스크가 형성되고 처리되는 ‘일의 과정(Process)’이 직무와 영역을 떠나서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직 배우고 있는 입장이고 주제 넘는 내용들이 많지만, 오늘은 간단히 세 가지 정도만 아사나의 주요 기능에 대입하여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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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 리스트와 우선순위
개인적으로 여러 업무 스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을 뽑을 듯합니다. 아래는 제가 2014년 위트스튜디오 마케팅 인턴 근무 당시 날마다 작업했던 Daily To-Do 리스트입니다.
내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관리히는 능력은 사실 어느 순간 마스터 된다기보다는 평생,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하는 스킬이라 생각합니다. 업무적인 것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아사나는 그 우선순위를 관리하는 데 있어 최적화 된 툴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몇십 분, 몇 시간을 사용해가며 수기로 작업하던 To-Do 목록을 아사나에서는 간단한 입력과 단축키 몇 개로 정리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상황에 맞게 간단히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To-Do List도 여러 툴에서 관리해야 했지만, 이제는 My Task 탭을 통해 한 번에 통합하여 관리 가능합니다.
간편한 마우스 드래그와 주요 단축키를 통해 손쉽게 우선순위 관리가 가능하며, 지속적인 순위 설정 연습을 통해 보다 나은 상황 판단력과 업무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됩니다.
2. 비효율의 자동화
얼마 전 제가 「비효율의 숙달화」라는 페이스북 글을 공유한 적이 있는데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못 보신 분들이 더 많을 듯하여 인상 깊은 두 문단만 발췌해보았습니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는 ‘비효율의 숙달화’입니다. 엄청나게 비효율적인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름 요령이 생기고 숙달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자신이 일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하루 고생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 때는 말도 안 되는 비효율이 눈에 보였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됩니다. 심지어 대리나 과장쯤 되면 매우 자연스러워집니다. 왜일까요? ‘비효율이 숙달’되었거든요. 숙달되면 자기가 신입사원보다 잘합니다.
그러면 이미 기득권이 된 겁니다. 그러니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원대한 뜻을 품고 입사한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단순노동에 치이면서 부품화됩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환경에 적응합니다. 아마 요 몇 주는 아사나가 불편하실지 몰라도, 한두 달만 지나면 대부분이 적당히 적응해서 아사나를 사용하고 계실 겁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적당히 적응하는 것’과 ‘완전히 숙달하는 것’의 차이는 앞으로 우리의 업무 효율성에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사나는 기존에 익숙해진 여러 비효율적인 일들을 각종 인터그레이션과 기능을 통해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A. 슬랙, 이메일, forms 연동 기능을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태스크를 새로 입력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툴 간의 이동을 줄이고, 놓치는 업무가 없도록 도와줍니다.
B. 위클리, 데일리 등 반복되는 주요 업무는 자동 반복 설정이 가능합니다: 불필요한 반복 행위를 줄여 시간을 아껴줍니다.
C. 다양한 단축키 기능의 활용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축키는 우리가 기존해 해오던 여러 비효율적인 습관들을 자동화하는 가장 기초적인 해결 방식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단축키 활용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의 경우, 아사나 뿐만이 아닌 일상 속에서의 단축키 사용 습관이 어쩌면 일상을 통째로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단축키 덕후’로서 팀 내에 덕후 동지들이 많다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단축키에 익숙하지 않은 동료를 발견하시는 단축키 덕후 분들은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친절히 단축키를 전파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수치화와 시각화
지난 몇 달간 다수의 스프린트를 통해 우리는 2주 단위로 우리의 업무를 수치화하고 시각화하는 연습을 해 왔습니다. 이번에 도입한 아사나는 제가 그간 경험해본 어떤 툴보다도 다양한 통계와 시각 자료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공합니다.
모든 내용에 대해 팀원 모두가 수시로 확인 가능합니다. 개인 업무의 기록과 수치화는 커리어 개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인이 각 프로젝트에 있어 어떤 부분을 얼마나 기여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팀과 매니저 차원이 아닌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수치화와 시각화의 장점과 중요성은 위 이미지 몇 장 안에 다 드러나는 듯하여 중요성을 더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물론 본질은 일을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겁니다. 1)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2) 자동화하고, 3) 수치화 및 시각화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위 3가지를 습관으로 만들 경우, 우리 모두가 일을 더 잘 해내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저도 배워 나가는 단계입니다. 그러니 위 3가지 외에도 일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모쪼록 부탁드리며, 지속적으로 ‘도구’를 바꿔나가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글의 일부를 발췌하며 오밤중의 글을 마칩니다.
직원들 가운데 3분의 2가 내장된 브라우저를 사용하는데, 이들은 더 나은 부라우저가 있지 않을까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하려면 사람들은 수완을 좀 부려서,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해야한다. 내장된 기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주도력을 발휘해서 더 나은 선택지를 찾은 것이다.
바로 그 노력, 아무리 미미하다고 해도 그 주도력이 작업 수행 능력을 예측 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주도적으로 브라우저를 파이어폭스나 크롬으로 바꾼 직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달리 접근했다. 그들은 고객들에게 상품을 팔고,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할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상황을 바로 잡았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용자가 사파리나 익스플로러 사용자보다 독창적이다? 사파리 사용자들은 불편할 수 있는 진실이지만, 저자는 통계를 통해 사실을 보여준다. 크롬이나 파폭 사용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쓰는 사람들보다 업무 달성 능력이 25% 더 높았다는 것이다.
- 『오리지널스』(한국경제신문사, 2016)
원문: 역삼동까만콩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