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또 일을 저질렀다. 또 빌보드 1위에 등극했다.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2위까지 오르는 데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쾌거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철저한 트랜스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전략의 성공이다.
트랜스미디어란 무엇일까? 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전개하지만, 이 이야기는 동시에 하나로 이해될 수 있어 콘텐츠 소비자가 이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바탕에는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을 깔아 두되 각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트랜스미디어를 최근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방탄소년단이다.
전 세계가 방탄소년단의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에 매료된 점도 분명 있지만 콘텐츠 전략이 이들을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아직까지 방탄소년단만큼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완벽하게 적용하여 성공을 이룬 콘텐츠 사례가 많지 않다.
그만큼 방탄소년단은 단순 아이돌 그룹을 넘어 향후 콘텐츠 방향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소중한 존재다. 방탄소년단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트랜스미디어를 활용했을까?
방탄소년단의 트랜스 미디어 전략 분석
트랜스미디어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고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적용했는지 살펴보자. 첫째,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되면서 내용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킨다. 동일한 스토리가 미디어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 아니다. 각 미디어의 개별 스토리들이 함께 소비될 때 전체로서 시너지를 발생한다.
방탄소년단은 <BTS월드>라는 본인들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음악에 한정 짓지 않고 캐릭터 사업, 게임, 웹툰, 웹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했다. 방탄소년단 이전에도 H.O.T, 젝스키스, EXO, 등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러나 원천 소스를 갖고 반복된 내용의 2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OSMU 방식에 그쳤다.
이와 달리 방탄소년단은 세계관은 공유하되 각기 다른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 콘텐츠들을 전부 모아 전체를 보았을 땐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완성되어 세계관을 이룬다. 이러한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스토리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키며 더욱 공고한 팬층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한 SNS를 활용하여 팬들과 소통하며 스토리에 살을 붙였다. SNS는 각 플랫폼별로 특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러한 플랫폼별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세부 전략들을 수립하여 각각 특성에 맞게 채널들을 운영했다. 트위터의 경우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팬들과 직접적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BTS 세계관의 정보들을 빠르게 전달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미지 위주의 콘텐츠를 통해 스타와 팬 사이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했다. 유튜브에서는 음악과 관련된 공식 영상들뿐만 아니라 안무 연습 영상, 멤버들의 일상 영상, 데뷔 영상들을 공유하며 팬들이 세계관에 훨씬 더 깊게 스며들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러한 각 미디어 플랫폼별 스토리들이 함께 소비될 때 전체로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각각의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소비되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하며 이와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로서 전체 이야기에 분명하고도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각각의 콘텐츠는 스스로 독립적인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체 스토리 라인을 이끄는 여러 개의 입구 역할을 한다.
몇 달 전 방탄소년단 웹 예능인 <달려라 방탄>은 100회를 맞이했다. 이 예능은 TV를 통해 송출된 것이 아니라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해 송출되었다. <달려라 방탄>은 방탄소년단이 누군지 몰라도 예능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그러나 여기서 웃고 노는 이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인지 안다면 그들에게 더욱 궁금증이 생기고 방탄소년단의 세계로 이끄는 입구 역할을 수행한다.
방탄소년단을 콘텐츠로 한 게임들이 여러 출시했다. 방탄소년단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캐릭터인 BT21은 게임 개발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퍼즐스타 BT21> 이틀 만에 100만 건이 다운로드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두 번째로 출시한 육성 게임인 <BTS월드>는 전 세계에 출시하며 많은 인기를 이끌었다.
이처럼 게임은 방탄소년단 기존 캐릭터와 세계관에는 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캐릭터를 활용하여 팬들에게 방탄소년단 세계관 안에서 또 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기존의 세계관에 섞여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넷째, 트랜스미디어는 이야기의 생성이 제작자에게만 있지 않고 콘텐츠 소비자들에 의한 의미부여 및 직접 콘텐츠 제작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참여문화로서의 특징을 가진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이야기 소비 경험과 이들 각각의 이야기들의 전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은 결과적으로 보다 강력한 팬덤을 형성시키고 그 과정에 형성된 이들의 목소리는 다시 원작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전체 스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상보적 양상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미피디아 프로젝트>다. 방탄소년단은 팬들과 함께 전 세계에 숨겨져 있는 2,080개의 QR코드를 찾아내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2,080일간의 기록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온라인 및 앨범 표지 등의 각종 힌트를 풀어 QR코드를 찾아내면 <아미피디아>에 접속하게 되고, 스타와 팬들과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이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한 스타와 팬 간 소통이 아닌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팬들도 방탄소년단이라는 가수가 성장하는 데 참여함으로써 더욱 많은 소속감과 유대감을 고취시킨다. 이는 고스란히 라는 전체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다섯째, 개별 미디어의 각기 다른 성격과 선호를 보이던 수용자들을 하나로 묶거나 서로 다른 미디어의 상호교류를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해 시장 확대에 기여한다. 가수가 생산하는 주요 콘텐츠는 음악이다. 그러나 음악의 길이는 대부분 3분 내외이며 이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세계관을 스토리텔링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가수들은 뮤직비디오 등의 방식을 활용하여 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다. 유튜브에서 <강남 스타일> 영상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싸이를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만들었다. 그러나 싸이의 콘텐츠는 어떠한 스토리를 담고 있기보다는 독특한 영상 컨셉에 치중했고, 이에 열광한 대중들이 발전한 SNS를 활용해서 전 세계 미디어로 급속하게 퍼뜨리게 되면서 큰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Love yourself’ 등 발매하는 앨범마다 스토리를 부여하여 연결성을 강조했다. 이는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가 되어 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며 팬층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위의 그래프는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싸이와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비교한 그래프다. 싸이는 음원을 발매한 2015년, 2017년에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방탄소년단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싸이는 일시적으로 서로 다른 성향의 대중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성공했지만, 이들을 꾸준한 팬으로 유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대중들을 스토리를 무기로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상호교류를 유도했다. 이는 음반 판매량 결과로 나타났다.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될 때마다 음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초기 앨범이었던 <학교 3부작> 시리즈의 평균 판매량은 약 13만 장에 불과했다면, 현재 진행 중인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평균 판매량은 약 167만 장에 달하면 극명한 수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탄탄한 세계관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트랜스미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관이 탄탄하게 구축이 되어있다면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세세한 이야기까지 포함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몰입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 팬덤을 이용해 단순 팬이 아닌 적극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면 문화를 넘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K-POP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만큼 많이 발전되어 있었다. 여기에 현재 콘텐츠 트렌드를 정확하게 집어내어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즉, 세계관을 구축하여 스토리를 형성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결합해 세계관 기반의 개별 이야기를 만든 후 이들을 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열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콘텐츠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당분간 콘텐츠 트렌드에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POP에서 트랜스미디어의 가장 우수한 성공 사례가 나온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한 넥스트 방탄소년단이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원문: 김화초의 브런치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