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아이돌이 있습니다. 얼마 전 컴백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윙스 외전: 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으로 한국 가수 최초로 연속 4개의 앨범이 모두 한 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를 평가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또한 핫 100차트에 아쉽게 오르지 못한 25위까지의 순위를 나타내는 ‘버블링 언더 핫 100’ 차트 15위에도 함께 올랐습니다. K-POP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셈이죠.
바로 2013년에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입니다.
그들의 ‘K-POP 역사 새로 쓰기’는 작년부터 슬슬 조짐이 보였습니다. 2016년 10월에 선보인 정규 2집 ‘윙스(WINGS)’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의 26위에 진입하며 한국 가수 최고의 기록을 세웠죠. 그리고 한국 가수 최초로는 영국(UK) 오피셜 앨범 차트 62위에도 올랐습니다. 미국과 영국, 전 세계 음반차트의 ‘표준 지표’라고 볼 수 있는 양 국가의 음반 차트에서 모두 역사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온라인 채널에서도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낫 투데이’ 뮤직비디오는 K-POP 그룹 최단 시간인 66시간 25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2,000만 회를 돌파했으며 그보다 먼저 공개된 ‘봄날’ 뮤직비디오는 3,700만 뷰가 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10월에 공개한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는 2017년 2월 7일 기준으로 1억 뷰를 돌파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 팬 규모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스타 라이브 방송 ‘네이버 V앱’에서는 빅뱅(350만 명), 엑소(330만 명)를 제치고 팬 수 1위(420만 명)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화제성으로 인해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발표한 2017년 2월 가수 브랜드 평판에 당당히 1위로 올라섰습니다.
어떻게 방탄소년단은 데뷔 5년 차에 K-POP 역사를 새로 쓰는 대세 아이돌이 되었을까요?
1. SM + YG + JYP의 전략을 버무리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는 방시혁 프로듀서가 2005년 설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방탄소년단과 에이트 이현, 2AM 이창민으로 구성된 옴므만 소속되어 있는 그야말로 소형기획사입니다. 이런 소형 기획사에서 이런 ‘대형’ 가수가 나오긴 쉽지 않습니다.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 글로벌 인프라, 홍보 역량 등이 대형기획사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방시혁 프로듀서가 택한 방식은 “대형기획사 3사의 장점만 모아보자!”였습니다.
-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의 자율성 존중
- SM엔터테인먼트: ‘원 소스 멀티 유즈’ 사업
- JYP엔터테인먼트: 보편성에 기초한 음악
YG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모든 결정권을 아티스트에게 맡깁니다. 아티스트가 스스로 곡 작업을 하고, 앨범 콘셉트를 정하고, 프로듀싱도 하고, 스케줄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죠. 아티스트의 개성과 역량을 가장 중요시하며 아티스트만의 음악 활동을 최대한 지원해줍니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YG의 아티스트 자율성 존중 문화를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스스로 곡/가사 작업을 하죠.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데뷔 5년이 지난 지금 전 멤버가 작곡과 작사가 가능한 아티스트로 성장했으며 지난 정규 2집 앨범 윙스(WINGS)에서는 멤버 각자가 작곡, 작사한 곡을 1곡씩 수록할 정도로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SM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연예기획사답게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방식으로 활용하는 법을 잘 압니다. 일명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이죠. ‘원 소스 멀티 유즈’란 하나의 재화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합니다. SM은 아티스트 초상 사업,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아티스트의 직접적 수입(출연료, 행사비, 광고료 등) 이외의 수익을 거두는데 굉장히 능숙합니다. 사업을 잘한다고 볼 수 있죠.
방탄소년단도 SM의 이런 사업적 감각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해 규모를 갱신하는 단독 콘서트를 통해 그들의 성장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굿즈 판매뿐만 아니라 메신저 이모티콘, SNS 채널 소통 등을 통해서 아티스트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JYP는 지금까지 ‘보편성’에 기초한 음악을 많이 선보인 기획사입니다. 원더걸스, GOD부터 최근 트와이스까지 호불호 없이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선보이죠. JYP 수석 프로듀서로 일했던 방시혁 프로듀서가 이런 JYP 방식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전 세계의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보편적 요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기존 K팝보다 서구인이 듣기 편한 힙합 장르를 바탕으로 곡 작업을 하면서 해외 팬들을 급속도로 흡수했고 퍼포먼스에 가까운 칼군무 요소를 방탄소년단 앨범에 적용하며 방탄소년단만의 개성과 함께 보편성을 가진 그룹이 되었습니다.
2. 해외에서 먼저 뜬 아이돌, ‘역수입 전략’을 활용하다
방탄소년단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뜬 아이돌입니다. 국내에서는 대다수가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고 있을 때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는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이미 성장해있었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해외에 내보낸 게 유효했습니다. 이미 빅뱅, 엑소 등을 통해 K-POP에 대해 어느 정도 맘이 열려있던 해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칼군무’를 보면서 빠져들었습니다. 그 결과 2014년 ‘쩔어’를 시작으로 해외 팬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일명 ‘역수입 전략’을 활용하게 됩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여러 정황과 객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국내 시장에 방탄소년단을 “K-POP을 대표하는 글로벌 아이돌” 포지션으로 홍보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차츰 홍보가 나가면서 국내에서도 슬슬 반응이 오게 되었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은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해외 소식은 국내에 전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국내 팬들이 많아지게 되었죠. 대다수의 아이돌이 택하는 1. 국내의 높은 인지도 2. 글로벌 진출 방식을 ‘역’으로 이용한 거죠. 또한 국내에서 수많은 아이돌이 생겨나고 경쟁하는 ‘진흙탕 싸움’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네이버 V앱 출시 마케팅을 제일 잘 활용한 아이돌
네이버의 대표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한 V앱은 2015년 7월에 출시한 스타 LIVE 방송입니다. 스타들의 콘텐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죠. 그러다 보니 V앱은 서비스 런칭 당시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끌어줄 ‘대표 아이돌’이 필요했습니다. EXO와 같은 아이돌이 끌어준다면 굉장히 ‘땡큐’였던 상황이었죠. 국내·외 타겟을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EXO는 인기 정점을 찍고 있고 몸값이 매우 비싼 대표 그룹이라 서비스 런칭 마케팅에 크게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 기회를 노리고 적극적으로 들어온 게 바로 방탄소년단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엑소, 빅뱅 급의 1위 아이돌이 메인으로 나서주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애초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기에 해외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 BTS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BTS 입장에서도 해외 팬은 많지만 국내 팬 수가 아쉬웠던 상황에서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해주는 상황이 싫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V앱과 BTS의 ‘윈윈 전략’이 시작되게 됩니다.
네이버는 대대적인 서비스 런칭 마케팅에 BTS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BTS 월드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줬죠. BTS도 이 기회를 살려 국내 팬들을 대상으로 본인들을 잘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외 팬들과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지속적으로 소통을 했기에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방송을 이끌어나가야 재밌는지 등의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빅뱅, 엑소 등에 팔로워가 크게 밀렸지만 그들의 방송이 ‘꿀잼’ 방송으로 소문이 나면서 해외 팬, 국내 팬들을 급속도로 끌어들였습니다. 결국 독보적인 팔로워 수 1위 채널이 되었고 국내에서 인지도를 쌓게 된 결정적인 ‘한 방’이 됩니다.
그 밖에도 방탄소년단이 성공하게 된 요인들은 많이 있습니다. ‘학교 시리즈’ ‘청춘’ 등과 같은 곡과 앨범 스토리를 통해 본인들이 가장 잘 얘기할 수 있는 소재, 그리고 10대 팬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진 점도 큰 인기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소형 기획사 소속이라 ‘흙수저 아이돌’로 불리던 방탄소년단이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증명해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장돌’이라는 점도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한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은 아직 100% 다 보여주지 못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흙수저 아이돌’로 불리며 데뷔 이후 5년 동안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프로듀서는 맘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탄소년단이 K-POP 역사를 새롭게 쓰는 대세 아이돌로 떠오른 지금, 작은 규모라도 전략적인 접근과 차별화된 한 방이 있다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역사를 기대해봅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