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집니다. 6월 1일에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 최로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일명 ‘꿈의 무대’에 올랐습니다. 6만 명의 팬이 떼창하는 장관을 연출하면서 글로벌 팬덤을 스스로 입증했고 글로벌 팬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단단해지는 모양새입니다. ’21세기 비틀즈’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말이죠.
이들의 인기와 함께 주목받는 것은 바로 그들의 태도와 인성입니다. 그들과 같은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이 말하는 ‘BTS’ 영접(!) 후기는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월클(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신인과 같은 겸손한 자세와 태도 덕분에 함께 일해서 즐거웠다며, 또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 일하고 싶은 아이돌로 언급합니다.
새로운 앨범을 출시하면서 연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도 그들의 태도가 드러났습니다. 질문하는 기자에게 모두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했고 모든 질문은 직접 메모하면서 경청했으며 VCR 화면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인성에 대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죠. 글로벌 기자 간담회를 다녀온 기자 역시 ‘좋은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아이돌이다’라며 그들의 ‘사람됨’을 후기로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태도와 인성이 드러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궁금해진 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기법이었습니다. 물론 아티스트 자체의 ‘사람됨’이 이런 태도를 만든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연예계 생태계상 데뷔 7년 차 장수 아이돌 그룹, 게다가 ‘글로벌 아이돌’이 이와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점에는 분명 매니지먼트의 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방탄소년단 모든 멤버가 현재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7년 재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속 계약 만료 직전에 보통 재계약 여부를 밝히지만 계약이 만료되기 훨씬 이전인 1년 전에 다시 7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총 14년 동안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활동을 빅히트에 맡겼습니다. 보통 연예계에서는 7년을 ‘마의 7년’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재계약을 맺게 되는 이 시점 멤버 일부가 탈퇴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해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현재 소속사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 만료 1년 전 7년 재계약을 전 멤버가 맺었습니다. 이는 모든 멤버가 빅히트의 현재 매니지먼트에 매우 만족한다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빅히트는 어떤 시스템이 있고 매니징을 하기에 방탄소년단이 자신의 7년을 더 맡길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빅히트는 어떻게 BTS를 ‘월드 클래스’ 반열로 띄울 수 있게 되었는지 말이죠.
빅히트의 육성 시스템과 회사 운영방침은 대외적으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대로 살펴보기는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기사, 아티스트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을 통해 조금이나마 ‘매니지먼트 기법’을 총 2편에 걸쳐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이돌 기획사’가 아닌 ‘콘텐츠 제작사’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05년 방시혁 PD가 설립한 기획사입니다.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PD로 활약하던 방시혁 PD는 JYP를 나와 독립을 해서 차렸죠. 2010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월급을 받을 정도로 처음 5년간은 기획사 운영이 쉽지 않았습니다. 걸그룹을 준비해서 데뷔를 시키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대중의 반응을 싸늘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 수록 방시혁 PD를 두고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을 한 사람이라고, JYP에서 제작 PD로 남아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등의 말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대형 3대 기획사를 뛰어넘는 시장 평가를 받습니다. 2018년 영업 이익만 놓고 보면 빅히트(641억 원)는 SM(477억 원), YG(95억 원), JYP(287억 원)를 압도했습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무려 97%에 달했죠. 물론 매출의 90%가 방탄소년단으로부터 나오는 현재의 구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소형 기획사에서 시작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오늘날 대형 기획사 못지않은 성장 가도를 달리는 것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한 가지 미션으로 250여명의 직원이 함께 움직입니다. 바로 “고객들에게 위안을 주는 음악과 아티스트(Music and Artist for Healing)”라는 미션입니다. 이 미션에 들어있는 주체는 2명입니다. 고객과 아티스트죠. 결국 모든 것이 고객(팬)과 아티스트 중심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콘텐츠’입니다. 고객과 아티스트가 만나는 접점이 바로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션의 시작은 바로 2010년에 만든 ‘영상 콘텐츠 전문팀’이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직원 수는 단 10명이었습니다. 이 중 일부를 ‘영상 콘텐츠 전문팀’으로 세팅하면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에서야 ‘영상 콘텐츠’가 대세지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영상 콘텐츠는 결코 ‘대세’가 아니었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지만 그만큼의 홍보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수지타산이 전혀 많지 않은 콘텐츠였습니다.
특히 소형 기획사 입장에서는 공수(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탓에 영상 제작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못해서 할 수 없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뮤직비디오도 가급적 없애는 추세가 있었으니 이 당시의 ‘영상’ 콘텐츠가 얼마나 찬밥 대우를 받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빅히트는 일찍이 ‘콘텐츠’에 가능성을 봤고 다양한 포맷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수의 일상, 백스테이지 모습,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등을 만들며 팬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팬 콘텐츠’에 제작에 집중하면서 어떤 팬 콘텐츠가 팬들에게 반응이 있는지 레슨을 배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어떤 콘텐츠가 팀원들의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지, 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지, 아티스트를 모르는 사람이 ‘덕통사고(입덕을 하게 되는 갑작스러운 순간을 가리키는 신조어)’를 당할 수 있는지 포인트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BTS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가질 수 있게 된 토대가 바로 이런 회사의 ‘문화’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빅히트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BTS의 바쁜 스케줄에도 3분의 1 이상은 꼭 팬 콘텐츠를 만드는데 시간을 쓰도록 스케줄 관리를 합니다. BTS 멤버 진은 V LIVE를 통해 그들의 스케줄에 대해 회사의 방침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3분의 1은 일정에 투자하고, 3분의 1은 연습이나 녹음 등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바로 ‘팬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할애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스케줄에 매우 만족하며 회사가 참 똑똑하다며 회사의 매니지먼트에 대한 만족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콘텐츠 중심’ 문화가 없다면 소셜 미디어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BTS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작년 방시혁 대표와 함께 빅히트의 공동 대표에 오른 윤석준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 단순히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런 고민은 본인, 방시혁 대표, 방탄소년단 멤버뿐 아니라 ‘전 직원’이 매일 함께 고민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한 아이돌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팬에게 새롭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회사의 미션, 그리고 이런 미션에서 비롯한 ‘매니지먼트’가 오늘날 늘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를 먼저 외치는 BTS를 만들었습니다. 팬이 있어서 아티스트와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방시혁 대표가 가르친 ‘좋은 태도’
BTS가 방시혁 대표를 언급하는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이를 볼 때 다른 기획사와 다른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방시혁 대표가 그들의 ‘친구’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다른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회사 대표를 언급할 때는 어려워할 때가 많습니다. 대표에게 장난을 치고 농담을 던지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BTS와 방시혁 대표는 서로 친구같이 장난을 치기도 하고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관계가 오늘날의 BTS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말이죠.
방시혁 대표는 BTS에게 ‘자율성’을 가장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연습생 시절부터 ‘자율적인 연습’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그들이 자유롭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보통 기획사 연습생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계획적으로 움직입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습니다. 수업은 늘 가득차 있고 주차마다 진행되는 평가는 늘 긴장하게 합니다.
물론 이런 ‘스파르타식’ 교육 덕분에 실력이 뛰어난 K-POP 아이돌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처럼 모두가 비슷한 연습생 시절을 겪으면서 외국에서는 기획사를 ‘K-POP 가수를 찍어내는 공장’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시스템 덕분에 실력 있는 아이돌이 배출될 수 있었지만 역으로는 이 빈틈없는 시스템이 결국은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자율성 덕분에 각 멤버들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기자 간담회 때 나온 믹스 테이프입니다. 각 멤버들은 앨범에는 싣지 못했지만 대중에게 공개하고 싶은 곡을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믹스 테이프로 공개하는데요. 리더 RM, 슈가, 제이홉이 자신이 작곡한 노래로 믹스 테이프를 발매했죠. 이를 두고 한 기자가 “다른 멤버들도 믹스 테이프를 출시할 계획이 있나요?” 질문을 던졌고 리더 RM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사실 믹스 테이프를 어떤 멤버가 언제 출시하겠다, 이런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요. 본인이 하고 싶으면 본인이 준비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작업실을 원한다면 작업실을 받을 수 있거든요. 최근에 제가 냈는데 제가 직접 다 해서, 가져가서, 제가 이걸 내고 싶은데 시기를 잡아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감수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었습니다. 결국 본인이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믹스 테이프 발매 시스템에 대한 내부 프로세스를 들어볼 수 있는 영상 (TC 04:45-)
방시혁 대표가 연습생 시절부터 강조한 또 한가지는 바로 ‘팀 중심’사고입니다. 팀이 없으면 개인도 없는 지론으로 늘 팀 단위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가르쳤습니다. 이는 BTS의 월드 투어를 다룬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Burn The Stage’를 보면 더 도드라집니다. 그들은 늘 함께 모여서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합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갈등을 피하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무대 동선 문제로 인해 멤버 진과 뷔가 갈등을 겪습니다. 싸움으로 번지게 되자 리더 RM은 현장에서 즉시 중재를 하면서 무대에 집중하자는 말로 수습합니다. 이렇게 마무리하지 않고 멤버들은 공연은 끝난 뒤 숙소에서 다 같이 모여 오늘 있었던 ‘갈등’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꺼냅니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면서 이 갈등에서 올바른 해결방법을 찾고자 팀 전체가 함께 노력합니다.
실제로 방시혁 대표는 ‘적극적으로 싸우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싸우는 것이 꼭 나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싸움을 피하면 갈등이 더 커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갈등에 정면으로 부딪치고 그 상황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에서도 멤버 진과 뷔가 다시 화해하면서 앞으로 이런 점을 서로 조심하자는 말하는 부분을 보고 ‘이래서 이 팀이 팀워크가 좋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배운 다양한 ‘인성 수업’과 ‘가치관’이 오늘날의 BTS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