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ERICAN SCHOLAR의 「The After Time」을 번역한 글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여름, 나는 때로 이 세상이 마치 허먼 멜빌이 묘사한 소설 속 세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친 에이허브에게 흰고래 모비딕은 모든 광기와 고통, 사물의 이면을 자극하는 것, 악의를 품고 있는 진실, 힘줄이 끊어지고 뇌가 구워지는 것, 삶과 생각에 존재하는 모든 미묘한 악, 그리고 순수한 악이 구체화, 의인화된 존재였으며 그럼에도 실제로 공격 가능한 대상이었다.
그는 고래의 등에 인류가 아담 이래 느껴온 모든 분노와 증오를 쌓았으며, 마치 자신을 폭탄처럼 사용해 그의 뜨거운 심장을 그 위에 터뜨렸다.”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로 마지막 숨을 내쉬고 있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광기와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 몇 달씩이나 고립되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입막음을 당하고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상황에서 누가 힘줄이 끊어지고 뇌가 구워지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우리가 먼 미래를 예상할수록 시야는 점점 더 흐려지고 불확실성의 안개는 짙어진다. 2030년에 2020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30년 뒤인 2050년에는? 백 년 뒤인 2120년에는? 베이지안 추론과 빅데이터 분석을 훈련받은 초예측자들이라 하더라도, 5년 이상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저 동전을 던지는 것 이상을 예측하지 못한다.
더구나 나는 초예측자도 아니다. 나는 지구의 미래를 예측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역사의 교훈(The Lessons of History)』을 쓴 윌과 아리엘 듀란트가 쓴 서문이 떠올랐다.
이것은 위험한 작업이다. 오직 바보만이 수만 년을 불확실한 결론을 가진 수백 쪽으로 압축한다. 그럼 이제 그 일을 시작해 보겠다.
전시대와 후시대(The Before Time and the After Time)
1966년 방영된 스타트렉의 「미리(Miri)」 에피소드에서 아직 어린 소녀인 주인공 미리는 당황한 커크 선장에게 자신의 행성에서 모든 어른들은 죽었으며, 아이들만 남았다고 말한다.
전시대(Before Time)에 어른들은 아프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숨었고, 그들은 모두 죽었어요.
전시대(Before Time)의 어원을 추적한 언어학자 벤 짐머는 이 단어가 종종 전염병이 돌기 전의 세상을 가리키며 킹제임스 버전의 사무엘서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단어라고 말한다.
전시대(Beforetime) 이스라엘에서는 하나님에게 물어볼 것이 있을 때 선견자(seer)가 직접 가서 물었고, 우리는 그에게 들었다. 오늘날 예언자라 부르는 이들을 이전에는 선견자(seer)라 불렀다.
아틀란틱의 칼럼니스트 마리나 코렌은 코로나19가 이 오래된 용어를 되살렸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기 전의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사람들이 ‘전시대(Before Time)’라 부르는 그 시기를 마치 오래된 과거처럼 느끼게 만든다.
‘전시대’가 묵시론적 세상의 이전을 의미한다면, 묵시론적 시대가 끝난 다음을 예언하는 ‘후시대(After Time)’란 용어도 있을 것이다. 묵시론적(apocalyptic)이라는 말은 종종 세상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 단어에 해당하는 그리스어의 원래 의미는 ‘계시하다(revelation)’, 혹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내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 시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밝혀줄 것인지를, 그러한 예측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알아보려 한다. 그 이유란 요기 베라가 ‘예측은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이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여기 네 가지가 있다.
- 첫 번째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 특히 우리가 감정적으로 익숙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미래의 확률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비행기 사고 이야기를 자주 들음으로써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을 높게 예측하는 오류가 여기에 속한다.
- 두 번째는 부정 편향이라는 것으로 보상보다는 위험에, 긍정적 자극보다는 부정적 자극에 더 민감한 것을 말한다.
- 세 번째는 필립 테틀록과 댄 가드너가 쓴 『초예측(Superforecasting)』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대부분의 소위 전문가들 또한 그들의 미래 예측이 맞았는지를 확인했을 때 원숭이가 다트를 던지는 것과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자신의 예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서(확증 편향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자신을 과신하였고, 과학적 치장에도 불구하고 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인지적 편향과 착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 네번째는 어쩌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이 세상이 고도로 우발적인 동시에 혼돈의 상태라는 것이다. 특정한 역사의 변곡점에서 아주 작고 우연한 사건이 전체 역사의 방향을 돌릴 수 있으며 이는 사실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위의 요소들이 우리로 하여금 2020년의 시대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인지, 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를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끌고 갈 만큼 강력한 것일까? 아니면 이번 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파도에 씻겨져 사라질까?
인류가 얻어낸 대부분의 유익한 사회 변화는 폭력 혁명이나 파괴적 격변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에 기반한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2015년 출간한 『도덕의 궤적(The Moral Arc)』에서 나는 정치와 경제, 시민권과 범죄 정의, 전쟁과 예절, 통치와 폭력 범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서 진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했다.
거의 모든 경우,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더 안전하고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월등히 성공적인 접근이었다. 이런 흐름이 이 코로나 시대와 그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한 번 그 답을 알아보자.
코로나19에 대한 초예측
최고의 예측능력을 가진 앤서니 파우치(※ 역자 주: 미 국립보건원 전염병 연구소 소장을 36년째 맡고 있는 코로나 최고 권위자)도 이 전염병이 어떻게 끝날지는 알지 못한다. 우선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곧 덜 치명적인 변이가 나타날지, 아니면 (가능성은 낮지만) 더 치사율이 높은 변이가 나타날지가 중요하다.
아직은 2019년 12월 처음 발견된 형태에서 유전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백신 개발의 측면에서 좋은 소식이다. 사망률 또한 낮아지고 있고, 이는 숙주를 너무 빨리 죽이지 않는 것이 바이러스에게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사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감염된 뒤에도 몇 주 동안은 증상을 나타내지 않게 하는 것이 최상이며, 실제로 지금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백신이 만약 개발되고 생산된다면, 그리고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수십억 명이 이 백신을 맞는다면, 낙관주의자들의 바람대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미래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로는, 다수의 정부 기관과 공공기관, 사기업들이 이를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HIV처럼 여전히 사망률이 높으면서도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바이러스들이 있다. 독감 바이러스처럼 계속 변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백신 반대자들 때문에 집단 면역의 수준에 이르지 못해, 바이러스가 계속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SARS-CoV-2 혹은 코로나19의 다른 변이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되며, 이는 특정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자연계에서 매우 특이한 일이기 때문이다(천연두가 예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설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이번 바이러스의 싸움과 무관하게,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 그리고 먼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경제와 산업
유사 이래 모든 위기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는 결국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2조 달러 이상이 새로 인쇄된 이상, 경제를 망가뜨릴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 정도 규모의 부양책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 그럼 결국 경제가 망가지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담 스미스는 미국의 독립이 영국의 경제를 망가뜨릴까 걱정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것 말고도 망할 이유는 많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이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지지 않더라도 겨우 손익을 맞추던 산업들, 예를 들어 충분한 기부금이 없는 소규모 학교, 중소 규모의 종교시설, 소규모 신문사, 잡지사, 미디어 회사 그리고 문을 다시 열지 못하고 있는 백화점과 쇼핑몰은 어쩌면 완전히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힘든 일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저 나쁜 일만은 아니다. 이는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 곧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 기존의 산업이 파괴되는 과정이 조금 급하게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새로운 시대가 주는 이익을 만끽하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경쟁자가 들어오며, 우리는 월마트나 타겟과 같은 경쟁자들이 베조스의 제국에 틈을 내려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어떤 창고에서 언젠가 다음 세대의 애플, 구글, 아마존이 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지 누가 알 것인가. 독점이 오랜 시간 유지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버려진 백화점, 쇼핑몰, 그리고 다른 건물들은 창고, 피트니스 클럽, 병원, 박물관, 심지어 아파트 등으로 바뀔 수 있고 이미 그런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지어진 1,500개의 쇼핑몰 중 약 500개가 문을 닫았다. 그 중 60여 개가 주거 및 사무실을 제공하는 건물로 리모델링 되었으며, 75개는 재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다.
콜로라도 레이크우드의 한 쇼핑몰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000년 문을 닫은 이곳은 11,000평 넓이의 공원이 포함된 22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으며 총 8,400평의 사무실과 2,000명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는 쇼핑몰들은 이렇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앤드류 양이 지난 2020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주장하기 전까지, 보편적 기본소득은 그저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경선 때만 하더라도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수천만 명에게 수표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경선에서 떨어지고 몇 주 안 되어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번 재난지원금에 대한 경제적 분석 결과에 따라 이런 형태의 지원이 정부의 한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될지 결정될 것이다.
여행 제한이 사라지고, 항공사들이 승객을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하게 운송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금 거의 사라진 사업적 목적의 여행은 다시 재개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가상의 형태로 거의 모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당신을 구성하는 원자를 직접 이동시킬 필요가 있을까?
우리의 삶이 온라인으로 더 옮겨 가면서, 화상회의나 원격 의사소통과 같은 새로운 수요에 대한 거부감과 규제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어떤 영역들은 여전히 직접 얼굴을 보면서 이루어지겠지만 계약과 법적 문서까지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런 영역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의사와 환자들 또한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나중에는 편리함에 의해 점점 더 원격 의료와 가상 현실 등의 온라인 도구로 옮겨갈 것이다. 평균 17분의 상담을 위해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차를 몰고 가접수를 하고 긴 시간을 기다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대부분의 치료는 원격으로 이루어질 수 없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 어느 쪽에서건 조금이라도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결혼, 연애, 성, 그리고 재택근무
재택근무는 중세의 장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신발과 편자를 만들 때부터 있었지만, 그리 널리 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 몇 시간을 영혼이 빠져나가는 교통 체증을 버티며 가만히 앉아 길에서 보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길이 아니라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신체의 건강에도, 인간관계와 가족관계에도 좋을 것이다.
더 많은 남편이 집에서 일함으로써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며, 부부는 다양한 양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양성평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애의 형태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으며, 온라인 앱을 이용하면서 더 조심스럽게 적절한 상대방을 찾는 추세는 아마 계속될 것이다.
밀레니얼들은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성관계를 덜 가진다. 따라서 Z 세대, 혹은 96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말하는 i세대 역시 더 큰 성적 재량권을 추구하면서도 또한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그들은 안전한 성과 피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독서, 일기, 명상, 요가, 산책, 등산, 자전거, 수영 등은 혼자 하는 활동인 동시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유익한 것으로 이 시기의 일시적인 증가가 향후 습관으로 정착될 수 있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집을 수리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시간을 더 쓰게 된다는 것이며, 따라서 DIY 운동은 계속될 것이고 홈디포나 Lowe’s 와 같은 대형 자재 마트의 매출 또한 올라갈 것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또한 음식 배달과 픽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며, 이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식당들의 매출이 이를 통해 최소한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영역은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는데 보내야 할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오락, 여행, 휴가
술집과 음식점·클럽·경기장·극장 등의 밀집도 높은 놀이 시설은 사람들을 괴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수준의 방역이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기간 동안에도 문화심리학자 미쉘 겔판드가 보인 것처럼,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빡빡한 문화’는 시민들이 규칙을 덜 따르는 이탈리아나 미국과 같은 ‘느슨한 문화’보다 덜 힘들 것이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가정집 대여는 늘어날 것이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 역시 증가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변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는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사회의 공원과 유원지 등을 발전시킬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RV 차량의 대여는 650% 증가했으며, 관련 산업이 모두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극장은 70년대 각 가정에 TV가 구비되면서 인기를 잃은 자동차 극장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 사실 오늘날 훨씬 더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고화질의 TV를 거실에 가진 이들이 다른 이가 기침과 재채기를 할지 모르는 극장에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팝콘도 극장만큼이나 다양하고 맛있으며, 훨씬 더 싸기까지 하다. 실제로, 최근 집 밖으로는 나가고 싶지만 차 안에서 안전하게 있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자동차 극장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교육
교육 기관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학생 및 학부모와 함께 지식을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의 셧다운 이후, 나는 채프맨 대학의 과학적 사고 강의를 녹화했으며 누구나 이를 볼 수 있게 인터넷에 올렸다. 스티븐 핑커의 합리성에 대한 강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는데 수만 달러의 학비를 하버드에 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지난 10년간 수천 개의 무료 온라인 대학 강의가 개설되었고(예를 들어 MOOCs) 더 그레이트 코스와 같은 유료 교육 서비스가 생겼으며, 골라 들을 수 있는 수많은 팟캐스트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저렴하게, 그리고 쉽게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시대이다.
물론 모든 교육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실험 교육은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비언어적 신호가 함께 하는 교실에서의 수업을 화상 수업이 대체할 수도 없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하이브리드 교실이 개발될 것이다.
과도한 학비를 요구하는 고등 교육 기관들은 불만에 찬 학생과 부모들이 보다 경제적인 대안을 찾아가면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대학 학비만큼 많이 오른 것은 없다. 그 이유 중에는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있지만, 인구 구조상 이 이유는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인 것이 하나의 이유이며, 행정 및 서비스 직원의 급격한 증가 또한 그 이유이다. 코로나 전부터 대학은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으며, 앞으로는 복부의 지방을 줄이라는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정치와 사회
미국의 상하원이 원격으로 의회 업무를 수행한다면, 이는 그들이 지역 사회에 더 관심을 가지게 할 뿐 아니라 지금의 시스템에서 낭비되는 여행과 주거 비용을 절약하게 해줄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이들이 18세기에 만들어진 시스템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워싱턴에서 쉽게 만나기 힘들어진다면 로비로 인한 부작용 또한 줄어들 수 있다.
전자 투표를 도입해야 한다. 매년 온라인으로 오가는 돈이 수조 달러에 이르며, 비록 온라인 금융 사기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은행이 다시 종이돈으로 돌아가게 만들지는 않는다.
투표용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빚을 지고, 집을 사고, 돈을 보내고,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데 안전한 투표가 보안 전문가에게 어려울 리 없다. 러시아와 중국의 해커들이 미국의 경제를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거 시스템이 금융 시스템만큼만 튼튼하게 만들어진다면 전자 투표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 양극화는 코로나 첫 몇 달 동안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11월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양극화가 가장 심했던 2019년 말로 돌아갔다. 영국이 나치에 대항해 하나로 힘을 모은 것처럼, 사람들은 공동의 적을 만나면 서로 힙을 합친다. 코로나19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지, 아니면 더 분열하게 만들지는 두고 보아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면 비관적이다. 시간이, 그리고 선거가 이를 알려줄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집단 사이의 바람직한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고속도로에서 경찰이 사이렌을 울렸을 때 차를 갓길에 대는 것이나 정장을 요구하는 식당을 갈 때 이를 따르는 것에 비해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자유를 더 침해하는 것이라 느낀다. 주먹을 휘두를 자유는 다른 사람의 코앞까지이다. 누구나 담배를 피울 자유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얼굴에 대고는 아니다.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에 노출될 자유는 있지만, 다른 사람을 그런 위험에 노출시킬 자유는 없다. 토마스 홉스, 존 로크, 그리고 다른 사회 계약설의 선구자들은 수백 년 전 이미 시민 사회란 자유와 안전의 균형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코로나 시기에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미국인들은 지난 3월에만 190만 개의 화기를 구입했으며,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이는 전염병이 사회 불안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공포가 사라지면서 불안감 또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총기 사고는 미국 사회의 문제이며, 가까운 시일에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총기 관련 살인 사건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개인위생과 공중 보건
이제 악수는 끝났다. 주먹 인사, 팔꿈치 인사, 아니면 아예 접촉을 하지 않는 일본식 인사나 요기의 ‘나마스떼’가 이를 대신할 것이다. 이는 공짜로 쉽게 바꿀 수 있지만 감기, 독감 등 모든 전염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지난 몇백 년 동안 계속 낮아진 체온을 더 낮게 만들 것이다. 잠깐, 뭐라고?
2020년 1월, 스탠포드 의대는 독일의 내과 의사 칼 라인홀트 어거스트 분데를리히가 정했던 화씨 98.6 도의 체온 기준 대신 새로운 97.9도를 제시했다. 그들은 이러한 변화가 측정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지난 157년 동안 바뀌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우리가 덜 아프기 때문에, 우리 몸이 더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발전과 생활 수준 및 위생의 향상은 만성 감염과 전쟁에서 당할 수 있는 부상을 줄이며, 치아의 상태를 낫게 만들고, 결핵과 말라리아를 없앴으며, 19세기 이래 항생제의 사용과 함께 만성 감염을 줄였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우리를 더 건강하게, 곧 역사상 가장 낮은 체온을 가지도록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계속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 병상과 시체보관소를 채우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전망은 너무 긍정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를 지침으로 삼고, 합리적 초예측을 기법으로 삼은 이 전망들은 실제 미래와 완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신중한 낙관주의를 택하며, 오늘의 불행을 통해 배운 것으로 우리가 더 밝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