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온다 리쿠’라는 이름의 일본 작가를 알게 되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와 그들이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을 너무나 깊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었다. 지금도 그 묘사 장면을 다시 읽어보면 새삼스레 놀라울 정도다.
그런 작가의 『7월에 흐르는 꽃』은 제목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그릴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설의 제목과 함께 소설의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한 장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 이거는 읽을 수밖에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길게 망설이지 않고 책을 구매했다.
택배로 책을 일찍 받고도 읽지 못하다가 본격적인 여름을 느끼는 토요일 오후 나지막한 시간에 읽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옆에 선풍기 한 개를 틀어놓고 책을 읽으니 이건 뭐 다른 건 필요가 없었다. 작품이 그리는 세계에 너무나 빠르게, 깊이 빨려 들어가 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묘한 분위기는 진하게 느껴졌다.
소설이 그리는 건 단순히 한 소녀의 살아가는 이야기, 혹은 한 소녀가 낯선 지역으로 전학을 와서 친구를 사귀며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여름에 어울리는 살짝 오싹한 기분이 들면서도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미스터리가 핵심을 이룬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가니시성은 녹색성 혹은 여름성으로 불리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의 초대장을 받은 주인공 미치루가 같은 반 친구인 사토 스오를 비롯해 사이키 가나, 쓰카다 노리코, 다쓰미 아키요 등 다른 소녀들과 마치 격리된 장소인 곳 같은 여름성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낯선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조용하고 평온하게 흘러갔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여름성의 풍경과 주인공 미치루의 시점을 통해 보는 풍경은 독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온다 리쿠의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가니시성이 있는 산은 바위산이라서 나무는 거의 없었다. 산을 푸르게 뒤덮고 있는 것은 담쟁이덩굴 같은 덩굴성 식물들이고, 그 밑에는 울퉁불퉁한 바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탁 트여 있어서, 몰래 성으로 다가가려고 하면 금방 들킬 것이다.
성의 주변은 흙담이 에워싸고, 바깥쪽은 깊은 수로로 되어 있었다. 더구나 수로 주변의 울퉁불퉁한 바위들 바깥쪽에 있는 것은 우리가 보트를 타고 건너온 강이었다.
성은 이중, 삼중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역시 예전에 요새로 사용할 만했다. 즉, 일단 성안으로 들어가면 바깥 세계로 나가거나 연락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 보였다.
마치 격리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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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여름성 풍경이 아니라 여름성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은 아무런 사정을 모르는 미치루와 함께 미치루의 시선을 따라가는 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미치루와 함께 오싹한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다가가선 안 될 위험한 것에 호기심을 품기도 하고, ‘왜’라는 질문을 번번이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주인공 미치루의 시선을 따라 소설을 읽어가면 마침내 비로소 제목인 ‘7월에 흐르는 꽃’의 의미를 알게 된다. 무심코 여름 캠프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말을 잃어버릴 정도다. 그 비밀은 오늘날 일어나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약간 비슷했다.
소설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주는 힌트는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마치 격리된 것 같은 장소, 거울 속에서 흐릿하게 비치는 듯한 그림자, 냇가를 따라 내려오는 꽃의 의미.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인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하나의 가설을 떠올리면서 그 해답에 도달할 수 있다.
해답은 알지만 여기서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소설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궁금하다면 직접 소설 『7월에 흐르는 꽃』을 읽어보자. 잠시 여름 더위를 잊고 싶을 때 읽기 좋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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