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지 못하는 건지, 메뉴판을 멀쩡히 앞에 두고도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보던 남자는 결국 가장 싼, 아메리카노를 시키곤 꼬깃꼬깃 손안에 쥐고 있던 2천 원을 내밀었다. 내가 두 손을 뻗어 돈을 받는 순간, 그 남자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서둘러 내 손을 빼고, 눈앞이 새하얘진 채로 커피를 내렸다. 그가 몇 마디 말을 걸었지만 대충 네네, 대답만 했다. 잔을 그에게 내미는 순간, 또 그의 두 손이 내 손을 잡았다. 하얀 그의 손은 아기 손처럼 부드러워서, 더욱더 소름이 끼쳤다. 다음날, 그 … [Read more...] about 똘페미라고?
‘남사친’, 그 미묘한 관계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서 술 한잔하게 되는 일은 절대 우연하지 않다. 한쪽이 의도했거나, 원했거나, 또 한쪽이 조심하지 않았거나. 상대가 유부남이어도, 여자 친구가 있는 같은 회사 동료더라도, 남자와 여자는 그냥, 술을 마실 수는 없다. 공대에 입학한 지 일 년 만에 나는 이미 확신했다. 남자와는 친구가 될 수 없구나. 요즘 들어 남자 사람 친구 혹은 여자 사람 친구라는 뜻밖의 신조어가 남녀 관계 정의를 도와주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그런 여유 따위도 없었다. 첫사랑으로 마음이 힘들 … [Read more...] about ‘남사친’, 그 미묘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