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단둘이서 술 한잔하게 되는 일은 절대 우연하지 않다. 한쪽이 의도했거나, 원했거나, 또 한쪽이 조심하지 않았거나. 상대가 유부남이어도, 여자 친구가 있는 같은 회사 동료더라도, 남자와 여자는 그냥, 술을 마실 수는 없다.
공대에 입학한 지 일 년 만에 나는 이미 확신했다. 남자와는 친구가 될 수 없구나. 요즘 들어 남자 사람 친구 혹은 여자 사람 친구라는 뜻밖의 신조어가 남녀 관계 정의를 도와주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그런 여유 따위도 없었다.
첫사랑으로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언제든 말없이 오뎅 바에서 소주잔 기울여주던 친구도, 몇 달간을 매일 같이 연애 상담해줬던 친구도, 아들 같은 마음으로 군대 보냈던 친구도, 하나도 빠짐없이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 나에게서 멀어졌다. 결국 그들의 마음속에 나는 ‘친구’의 연장선이었다기보단 ‘여자’의 연장선에 가까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여자로서 좋아했다는 뜻이 아니라, 여자 친구로 가득 찬 마음들을 다른 ‘여자’에게 나눠 줄 여유가 없다는 거다. 한정된 시간 속에, 그들의 마음속에 남겨둘 사람에서 ‘여사친’인 나는 매번 소외당하기 일쑤였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애초에 남자와 여자가 친해질 때 최소한 한쪽은 상대를 이성적으로 매력이 있다 생각해서인 경우가 많다. 우습게도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친구라는 순수한 단어를 넘어서서, 사회에서 마주치는 이런 저런 관계일수록 불필요한 연락으로 인한 오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 관계가 남자-여자인 경우 보통 인간적인 매력과 성적인 매력은 따로 떼어놓기 어렵다.
미안하지만 Dear my freinds, 결국 문제는 남자들이다. 여자들은 진짜 남자랑 친구 하고 싶다. 마음을 나눠줄 여유가 없는 것도 그대들, 목적이 없으면 연락을 안 하는 것도 그대들, 아니다 싶으면 10년 지기 친구도 잘라낼 수 있는 것도 그대들, 남자들이다.
문득 최근에 연락이 끊긴 10년 지기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에게서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던 다른 친구의 단호한 얼굴도 기억난다. “왜? 걔가 날 좋아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이런 멍청한 질문을 주위에 던져야 했을 정도로 10년 동안 친했던 그 친구는 나에게 어떠한 단서도 주지 않고 단호히 내 곁을 떠나갔다.
결국 문제는, 남자들이다.
원문 : 김장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