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8년 42마리, 2019년 42마리, 2020년 61마리, 2021년 60마리, 최근 4년 평균 51.25마리,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는 한 주당 한 마리 이상씩 먹었다. 치킨을 안 먹은 달이 없었다. 2018년 6월 월세와 공과금 포함 56.2만 원을 지출하며 허리띠를 극한까지 졸라맬 때도 4마리를 먹었고, 2020년 12월에는 9마리를 먹었다. 내게 치킨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내 입맛은 사춘기 중이다. 요즘 사춘기 청소년들과 취업을 앞둔 청년들은 꿈을 갖지 않는다. … [Read more...] about 치킨, 자아실현의 우울한 대체제
“무한도전”은 혼밥러를 기억하지 못한다
유재석이 지겹다. 그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나는 묵묵히 밥을 먹다가 간혹 피식거렸다. 내 웃음소리가 내게 들릴 때, 빈 방의 윤곽이 선명해졌다. 내 방은 늘 비어 있었고, 나는 빈 것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인 듯했다. 내 방에는 내 목소리보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형이었던 멤버들이 동생이 되는 동안 나는 그들과 밥을 먹어왔다. 우리가 함께한 끼니가 얼마인데, 그들은 나를 몰랐다. 나는 … [Read more...] about “무한도전”은 혼밥러를 기억하지 못한다
생일상: 엄마는 당신의 그런 식사를 원치 않는다
낮잠에서 깼을 때, 미역국 냄새가 났다. 어느 집에서 미역국을 끓이는 모양이었다. 짭조름한 냄새에 식욕이 동했다. 그러나 미역국을 사먹을 데는 없었다. 인스턴트 미역국도 먹을 만했지만 재료를 아끼지 않은 찐한 국물을 들이키며 큼직한 미역을 우걱우걱 씹어 먹던 기억을 충족시켜줄 정도는 아니었다. 입 안에 기록된 그리움이 위장을 긁어댔다. 그날이 생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생일은 명절만큼 번거롭다. 태어나고 싶었던 적도 없고, 태어나려 선택한 적도 없고, 태어나기 위해 노력한 … [Read more...] about 생일상: 엄마는 당신의 그런 식사를 원치 않는다
중고 장터, 느린 암살자
1. 스팸의 제철은 명절 추석과 설 전후로 스팸이 제철이다. 200g에 3,000원 안팎이던 것이 당근마켓에서는 2,000원 초중반 대까지 떨어진다. 선물 받은 것들을 처분하는 것이다. 채식이라도 하는 것인지, 돈이 급한 것인지 판매자의 사정은 몰라도 순해진 가격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 가격이면 동네 마트에서 파는 1,000원짜리 유사 햄들과 가성비 어깨를 견줄 만하다. 자취생들은 이때만 부지런해도 스팸을 넉넉하게 수확해 1년을 푼푼히 날 수 있다. 스무 개가 넘는 스팸을 쌓아 … [Read more...] about 중고 장터, 느린 암살자
커피, 자본주의 시민의 혈액
커피는 기호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다. 근로자의 혈액이기 때문이다. 부릉부릉, 피를 예열하는 것은 커피뿐이다. 식후 땡은 긴급 수혈의 시간이다. 도시인은 더 이상 아침에 우유 한 잔, 점심에 패스트푸드로 쫓기지 않는다. 이제는 아침도, 점심도 커피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지는 몰랐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학생에게 카페인은 성적의 필수 영양소였다. 당시는 무작정 마셔 되지는 못했다. 용돈의 한계 때문에 극한의 졸음 앞에서야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았다. … [Read more...] about 커피, 자본주의 시민의 혈액
과일과 자취생: 생활의 윤기를 잃어가며
2012년 여름, 과일과의 이별을 예감했다. 평생 안 보고 살지는 않겠지만 우리 사이가 소원해질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주 6일 근무에 세전 월 150만 원의 자취 시절, 앞으로의 연봉을 확신할 수 없을 때였다. 그해 8월 마트에서 내가 수박을 당연하게 지나치는 것이 문득, 당연하지 않았다. 1,000원짜리 햄 쪼가리 근처를 어슬렁대며 생각해 보니 여름의 허리가 꺾이는 동안 수박을 딱 한 번 먹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5월에 친구 결혼식 뷔페에서 먹은 몇 조각이었다. 수박이 … [Read more...] about 과일과 자취생: 생활의 윤기를 잃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