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자. 철도 상하분리를 통해 그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철도 운송부분 민영화는, 최근 국토부가 신규 노선 운송권을 철도공사에 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게다가 6월 26일, 국토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 을 통해 철도공사를 여러 개의 자회사로 분할한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하였다.
민영화가 한국철도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에서 이어집니다.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세 가지 주요 질문
이에 따라 철도 민영화 논란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나는 이 논의를 요약하는 데 가장 좋은 질문이 “누가 한국철도의 주인이어야 하는가?”라고 보고, 이 질문의 하위 질문으로 다음 질문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1. 철도공사는 정말로 철도를 믿고 맡길 수 없는 방만하고 안이한 조직인가? NO
직원 1인당 철도총괄지표는 대단히 양호하며, 수송계획도 제한된 자원을 감안하면 적실한 편이기 때문에 철도공사의 운송사업 역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저운임 정책으로 인해 영업수지에 큰 타격이 있으며, 정부의 직간접적 경영 개입의 부적절함 때문에 철도망 구성이나 철도에 대한 공론 형성이 부적절하게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
2. 민간 참여는 한국철도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NO
막대한 고속철 건설 부채를 상환하는 데 수도권고속선 신규사업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는 심대한 불공정경쟁이자 철도부채 문제를 부추길 뿐이다. 부채를 상환하고, 철도 스톡을 확보하는 투자에 신규사업자가 본격 참여한다면 민간사업자의 부담은 대단히 커져 이익 실현에 방해물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차량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으로 재정을 투자하는 상황 하에서는 오히려 철도공사의 기존 고속열차 스톡을 최대한 활용해야만 폭주하는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이유 때문에, 수도권고속선은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3. 공적서비스의무 보조금이 현재 한국의 맥락에서 민간참여에 유효한 동력이 될 수 있는가? 현재 시스템으로는 NO
원리상 공적서비스의무 보조금 지급은 민간이 철도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기법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신들이 철도공사가 공익서비스의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돈이라고 평가한 액수의 75% 정도만을 공사에게 지급하고 있으며, 민간사업자에게는 이보다 더 적은 액수를 지급하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 때문에 공공서비스의무 보조금은 한국에서는 민간이 철도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사실상 될 수 없을 것이다.
큰 질문 아래서 이들 답을 다시 간추려 보자.
한국철도공사는 믿을만한 운송사업 역량을 갖춘 상태인데 반해, 국토부는 그보다는 못미더운 관리 역량을 갖춘 행위자다.
민간 참여는 주인이 져야 할 책임(고속철 부채, 유형자산 투자 부담)를 최대한 지지 않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으므로, 이 사업자는 철도의 주인이 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공적서비스의무 보조금은 오지 노선의 혜택을 받는 지자체나 다른 복지정책 부처처럼 연관된 행위자의 도움 없이는, 지금처럼 철도공사도 민간사업자도 견디기 힘든 정도만 지급될 것이다.
국토부에 대한 변론, 그리고 비판
이런 평가는 철도공사를 악조건 속에서 분투하는 사업자로, 국토부는 이들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민간참여 사업자는 철도의 주인이 되기에는 사실상 모자란 이들로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철도공사와 민간참여 사업자에 대한 평가는 명백한 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토부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변론이 가능한 입장에 서 있다.
재정정책의 맥락에서 보면, 이들은 팽창일로에 있었던 인프라 관련 예산을 깎아야 하는 입장에 있다. 현 제도상, 편성당 3~4백억원에 달하는 고속열차를 비롯해, 각종 철도차량은 정부가 절반 정도 예산을 대서 구매해야 한다. 한 편성이라도 차량을 줄이고자 노력할 수 밖에 없다. PSO 보조금 역시 가능하면 덜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이들은 철도공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재정에 끼치는 부담을 줄일 임무가 있다. 이 점에서 국토부의 행동은 어느 정도 변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철도 민영화 논의를 꺼낸 이래, 철도부채에 대해서는 지금껏 유효한 방침을 내놓은 바 없다. 또한, 수도권 고속선 개통 이후 피할 수 없는 차량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게다가 앞서 글에서 분석했듯 수도권고속선 차량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철도공사의 고속열차 활용도를 끌어올려 대처하는 방법으로 서비스 수준을 확보하는 길이 있음에도,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도권고속선의 철도공사 운영을 대안에서 무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들은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 잘못은 국토부가 철도의 훌륭한 주인이 되려면 철도정책에 대해 더 깊은 책임을 지고 더 깊은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의 국토부는 철도의 주인으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국토부는 6월 26일 「철도산업 발전방안」에서 철도공사를 지주회사로 개편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경부선 등을 운용하는 지주회사 본사에, 수서발 수도권고속선을 운용하는 자회사, 벽지 노선을 운용하는 제3섹터 여객회사, 화물 자회사, 차량관리 자회사, 시설정비 자회사, 기타 비운송사업 자회사로 분할되어 각각의 법인이 되게 된다.
이들 자회사 가운데, 화물∙차량관리∙시설관리 자회사에 대해서는 철도공사 지분이 100%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분할하는 이유는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직 회계적 분리를 통해 각 부분별 비용 요소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투명성 증진, 자회사화로 가능할까?
“투명성을 높이고 적자 감축 및 비용절감”을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의도지만, 비용 절감이나 기타 노동생산성 증가가 철도공사에게 시급하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점을 앞서 확인했다. 또 재래선의 적자는 결국 저운임 정책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앞서 확인했다.
법인 분할을 통해 투명성을 높인다는 주장에 대한 좋은 반례로는 같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LH 공사의 합병 사례가 있다. LH 공사는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합병하여 만들어진 거대 공기업이다(LH는 2012년말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보다 자산규모가 더 큰 기업집단이다).
이 두 기업을 합병했던 이유는 중복 조직을 없애는 한편 택지조성과 주택건설을 한 기업이 수행하도록 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관계는 철도부분에서는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의 관계와 유사하다. 그리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합병은 대체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그렇다면 국토부는 LH의 사례를 본받아, 철도산업에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직 합병을 시도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오히려 차량관리 및 보선 업무처럼 철도 운영에 핵심적인 업무를 자회사로 분리하여,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늘릴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하려 시도하고 있다.
한 산하 공기업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합병이 조직 슬림화와 효율성 극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다른 산하 공기업에 대해서는 대체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회사조차 분할해야 좋다는 주장을 하는 국토부는 자신의 주장이 과연 일관된 것인지 반성해야만 한다.
철도공사의 자금난, 자회사가 꼭 필요한가?
철도공사의 자금난으로 인해, 수도권고속선 개통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철도공사의 고속선 사업자 출자 비율을 30%로 제한하며 70%는 공적자금으로 지원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새 고속선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시설투자가 필요할 뿐, 출자나 새로운 법인 설립이 필요한 것은 전혀 아니다. 필요한 시설투자 자금은 신규 차량을 빼고 약 4천억으로 추산되며(고속철 사업 민간참여에 필요하다고 국토부가 이야기한 비용을 준용), 따라서 공적 자금을 지원한다면 이 정도 액수에 차량 증비 자금을 약간 지원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설령 자금난 때문에 철도공사의 출자 비율을 낮춘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철도공사측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택할 수 있는 기법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국토부측의 악의로밖엔 해석할 수 없다. 철도공사에게 이른바 황금주(단 한 주만을 보유하더라도 경영권을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가 부여된 주식)를 부여했다면, 그래서 대부분의 출자금을 공적자금으로 조달하면서도 철도공사는 새 고속철 사업자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면?
아마 철도공사의 자금난을 해소하면서도 경영권 매각에 대한 우려는 적은 법인 구성이 가능했을 것이다. 황금주 제도는 이미 외국의 여러 민영화 사례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법이다. 제도적으로 약간의 보강만 거치면, 공사가 이를 보유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황금주 제도 역시 민영화를 시도하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 만든 제도일 따름이다. 나는 철도공사의 출자금 조달 문제를 걱정했다면, 황금주 제도를 택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정도의 주장을 했을 뿐이다. 새 고속철 사업자를 따로 만들어서 얻을 편익이 크지 않다는 점은 다음 글에서 상세히 서술하기로 하겠다.
지자체의 철도에 대한 태도의 문제 : 역내 대중교통이 아닌 혐오시설
철도 주변 행위자 가운데 가장 아쉬운 것은, 지금껏 지자체가 철도에 대해 보여온 태도다. 이들은 간선 철도를 장거리 여객 및 화물을 처리하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좋은 혐오시설로 생각했지, 역내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는 거의 무심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지역의 승용차 의존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밖에는 없고, 광역 생활권 형성이나 그에 기반한 중심지의 고밀도화도 기대할 수 없다. 철도공사로서도 다음과 같은 독일철도의 실적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인구밀도는 ㎢당 230명으로, ㎡당 500명에 육박하는 한국보다 훨씬 낮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낮을수록, 그리고 이동거리가 가까울수록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대단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장거리 열차보다 지역내 열차의 운송량이 더 많다. 인구밀도가 오히려 높은 우리도, 지자체가 광역 생활권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철도를 발전시켜달라는 요구와 적절한 재정 지원을 계속한다면, 독일과 같이 지역내 열차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대로 지역의 광역 생활권 형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철도공사의 영업 수지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국토부는 수도권 고속선 논쟁과 관련해서 재래선 승객을 고속철 승객에게 의존하여 서비스를 받는 준 무임승차자로 간주하는 언급을 여러 차례 남긴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영업수지가 개선되면 충분한 반론이 될 것이다.
철도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영화는 적절한가?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철도의 주인은 철도 체계 주변에서 편익과 손실을 입는 모든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철도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여러 조직이 이들을 대신하여 철도에 대해 판단을 하는 이유다. 이를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각각의 조직들이 철도 각 부분의 ‘주인’으로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다.
철도공사는 어느 정도 합격선 안에 있었다.
민간의 경우, 간선철도 부분에서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위자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국토부는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자체는 (특히 직접 철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철도에 자격 있는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필요한 일은 민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 부분인 국토부와 지자체의 행동 변화인 셈이다.
참고 문헌
삼성경제연구소 편, 『민영화와 한국경제』. 1996.
박정수∙박석희, 『공기업 민영화 성과평가 및 향후 과제』. 2011.
철도통계연보, 1978~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