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태국으로 피난 가기 1: 태국에서 집 구하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현지에서 돈을 버는 방법들
해외에서 생활하는 가장 좋은 형태는 어디선가 매달 굴러 들어오는 돈을 쓰면서, 매일매일 할랑할랑 놀면서 지내는 거다. 하지만 전 세계의 선택받지 못한 젊은이들은 그것이 불가능한데, 이 경우에 최선은 현지에서 돈을 벌어가며 생활비를 충당하는 형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그렇게 원활하지는 않아서, 대다수는 벌어 놓은 돈을 까먹으며 생활한다.
여기서는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먹고살고 있었는지 대략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해서 나열해 보겠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지만, 이런 형태가 있다는 것만 참고로 알아두도록 하자.
1. 연금
태국에서 노년을 보내는 유럽이나 일본 노인들은 대부분 연금으로 생활을 한다. 한국 노인이나 청년 중에도 연금으로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 자기 나라에서 먹고 살기는 빠듯한 돈이라서 태국에 나와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청년 중에도 연금을 받으며 여행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 엄청나게 부러웠다. 나보고 원빈처럼 생기고 돈 없이 살래, 찌질하게 생기고 연금 받고 살래 묻는다면, 연금 받는 쪽을 택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 영어 강사
세계 어느 나라든 그렇지만, 태국에서도 영어 강사들은 잘 먹고 잘 산다. 정말 쟤네들은 나라 하나 잘 타고 태어나는 바람에 참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요즘 동남아에도 한류 열풍이 부니까, 한국어 강사를 해도 용돈 벌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수소문해 보았지만, 그 수요는 너무나 적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싸이의 말 춤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강사를 한다면 그게 돈이 될지도 모르겠다.
3. 사업
물류 유통업이나 현지에 가게를 내서 장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곳은 바로 게스트하우스. 마음에 드는 여행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생활하는 것은 거의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이리라. 하지만 꿈을 꾸는 것과 현실의 차이는 꽤 크다는 것, 알만 한 사람들은 다들 알 테다.
숙박업 외에도,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었고, 현지에서 옷가게나 회사를 차린 사람도 있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참 어려운 길이라서, 들은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지는 않겠다. 다만, 현지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방식을 잘 따르면서 장사를 할 수 있다면, 장사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는 했다. 물론 기본으로 어느 정도 돈! 돈이 필요하다.
4. 프리랜서
아주 드문 경우지만, 한국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들도 있었다. 이건 정말 일이 잘 풀려서, 해외에서도 작업을 해도 무리가 없는 곳을 잘 물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정말 좋아야 한다. 타고난 돈도 없지, 운도 없지, 복도 없지, 그런 사람들은 그저 손 쭉쭉 빨며 부러워 할 수밖에.
5. 주식 매매
태국에서는 꽤 많은 한국인들이 주식 매매로 생활하고 있다. 특히 30대 정도의 나이로 주식 매매를 하며 태국에서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직접 보고 들은 인원들만 따져도 대략 50여 명은 될 정도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 직업을 소개할 때, 처음에는 거의 대부분 ‘프리랜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진짜 프리랜서들과 구분을 하기 어려운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태국은 한국보다 두 시간이 빠르므로,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 고통이 있지만, 또 그만큼 빨리 장을 끝내고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식 매매로 진짜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대충 먹고 사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말해 주기를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평균치 같은 것은 낼 수 없었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대략 한 달 평균 1~2%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사실 이 정도는 욕심만 내지 않으면 되는 수준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설계를 해보자면, 대략 6천 정도의 판돈만 있으면 태국에서 오래 먹고살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에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6. 기타
은행 이자로 먹고살며 걱정 없이 여행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국에 건물을 가지고 임대업을 하면서 여행하는 사람, 한국에서 숙박업을 하면서 비수기에만 몇 달씩 여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여기저기 구걸을 하거나 사기를 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가이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서 가이드는 비교적 발을 디디기 쉽긴 한데, 별로 추천할 수 없는 업종이다.
어쨌든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다양한 형태로 먹고사는 방법이 있었다. 여러분도 모두 각자에게 맞는 형태를 한 번 고민해보자. 생각하는 데는 산책이 좋은데, 이왕 산책 나간 김에 로또나 한번 사 보시든지.
비자 문제
한국인은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태국에서 90일 동안 여행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장기간 태국에 머물 경우엔 비자를 따로 발급받아야 하지만, 그 원칙을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고도 마음 놓고 몇 년이고 머물 수 있는데, 바로 ‘비자 런(Visa ru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국한 지 90일이 다 돼 가면, 태국 주변에 육로로 갈 수 있는 국가들로 잠시 나갔다 들어오는 것을 ‘비자 런’이라고 한다. 이런 외국인들이 워낙 많아서, 하루치기나 1박 2일 코스로 여행 상품이 있을 정도다.
한국인의 경우는 태국 주변의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 국경만 잠시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 90일을 또 머물 수 있다. 태국에 머무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이렇게 90일씩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 방법이 별문제 없이 먹히고 있으므로, 비자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보다 기본 체류기간이 짧은 일본인들의 경우는 현지 어학원에 등록해서 학생비자를 발급받는데, 이 경우도 90일마다 한 번씩 비자 런을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웬만한 사업비자도 90일에 한 번씩 비자 런을 하므로, 세금 문제나 특별한 법률문제가 걸리지 않는다면, 대다수 외국인들은 일반적인 여행자 신분으로 비자 런을 뛰면서 태국에 거주한다.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한 방법을 찾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엘리트 멤버십(elite membership)’이다. 태국 정부에서 판매하는 멤버십 카드로, 150만 바트(약 600만 원)을 내면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멤버십 회원들도 90일씩 체류가 가능한 것은 똑같지만, 현지 이민국에서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국경으로 비자 런을 뛰는 것보다는 편하다. 전체 회원 중 30%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돈 많은 한국인들이 참 많은데 나만 가난하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좌절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돈 많은 사람들은 멤버십에 가입해 보시든지.
ATM기기로 돈을 인출하려면
1. VISA, MASTER 카드
태국은 웬만한 시골동네라도 은행 ATM기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돈이 있다면 뽑아 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아무 은행이나 찾아가서 해외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하나 만들면, 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발급되는 카드는 주로 visa나 master 카드다.
문제는 수수료인데, 카드에 visa나 master 표시가 있는 카드는 수수료가 좀 높은 편이다. 수수료는 아래와 같이 계산된다.
한국 은행의 수수료(3~6천 원) + visa, master 망 사용료(출금액의 1%) + 태국 ATM 수수료(약 6천 원)
태국의 ATM기를 사용해서 해외 계좌의 현금을 인출할 경우, ATM기기의 수수료는 150바트다. 태국 은행 연합회에서 정한 것이라, 어느 은행을 가더라도 동일하다. 한때는 AEON이라는 업체의 ATM기가 수수료를 떼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 업체도 수수료를 받는다. 간혹 영수증에 수수료가 0바트라고 찍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출금 금액에 수수료가 합산됐다. 계좌 잔액을 확인하고 계산해 보면, 수수료 150바트가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visa나 master 카드를 사용하면, 얼마를 인출하더라도 기본적으로 1만 원 정도의 수수료가 나가므로, 한 번 뽑을 때 최대한 많은 금액을 인출하는 것이 이득이다. 남는 돈은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환전하면 되니까. ATM 기기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한 번에 뽑을 수 있는 인출액의 한도는 2만 바트 정도다.
2.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
visa와 master 카드의 수수료가 이렇게 비싸기 때문에, 최근까지 해외 배낭 여행자들의 필수품 중 하나가 바로 씨티은행의 ‘국제 현금 카드’였다.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에서, 씨티은행(CITIBANK) ATM기에서 현금 인출을 하면 수수료가 1달러(USD)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3월 15일부로 이런 수수료 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씨티은행이, 1달러 수수료 외에, 인출액의 0.2%를 수수료로 더 받는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현금카드 발급비가 3만 원으로 인상되기도 해서, 카드 발급비까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도 visa나 master 카드보다는 수수료가 훨씬 싸기 때문에 국제현금카드를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밖에는 없을 테다. 하지만 태국에서 장기체류한다면 3만 원이나 되는 발급비를 내고 이 카드를 발급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왜냐면, 2013년 3월 20일 현재, 태국에는 씨티은행 ATM기가 방콕 도심에만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제2의 도시라는 치앙마이에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씨티은행 ATM기가 없다. 그러니 방콕에 머물 생각이 전혀 없다면, 이 카드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한 번씩 방콕을 방문해서 많은 돈을 인출해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효율성 면에서 그리 좋지 않은 방법이다.
3. ExK
visa와 master가 1%라는 망 사용료를 징수하기 때문에, 은행 쪽에서도 불만이 많았던 듯하다. 그래서 각국 은행 연합들이 자체적으로 전산망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는 ExK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은행들을 연결하고 있는데, 이것은 은행 연합의 자체망이기 때문에, visa나 master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어려운 말은 집어치우고, 현실적인 내용들만 알아보자. 일단 국내 메이저 급 은행을 찾아가서, ‘해외에서 ExK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면 카드 발급은 쉽게 된다. 그리고 태국에서 ‘ExK’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ATM기를 찾아서 돈을 인출하면, 1%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즉, ExK를 이용할 때 수수료는 다음과 같다.
한국 쪽 은행의 출금 수수료(3~6천 원) + 태국 ATM기 수수료(약 6천 원)
visa, master 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 물론 씨티은행 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수수료가 더 나가지만, 태국에는 방콕에만 씨티은행 ATM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K 기기는 방콕 외에도 조금씩 있으니 효율성 면에서 훨씬 낫다. 하지만 길거리에 놓여있는 모든 ATM기에서 ExK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미리 해당 지역 어디에 ExK용 ATM기가 있는지 알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은 ExK 카드와, visa 혹은 master카드를 모두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방콕 시내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씨티은행 카드도 만드는 것이 좋겠다. 다른 카드들은 발급비라고 해봐야 몇천 원 수준이지만,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는 발급비가 비싸므로,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4. 사설 업체를 통한 거래
태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인데, 한인 소식지 같은 것을 보면 사금융 광고가 나온다. 계좌이체로 업체에 돈을 송금하면, 그 업체에서 태국 통장으로 태국 돈을 송금해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사기를 당할 확률이 높으므로, 여행자들은 웬만하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참고로 태국에서 외국인이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아무 은행이나 찾아가서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 물론 많은 은행들이 외국인 계좌 개설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다른 은행을 찾아가면 된다. 이때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에 따라 외국인 계좌를 개설해 주기도 하고, 개설해 주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발품이 진리다. 하지만 외국인 용 계좌의 경우, 이자는 주지 않고, 연 사용료를 받으니 재미로 만들 아이템은 아니다.
태국으로 피난 가기
1. 태국에서 집 구하기
2. 태국에서 돈 벌기
3. 태국에서 먹고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