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게임, 엄마들의 아름다운 자율 규제의 장
사실 게임 정책사는 90년대 이전까지 별 의미가 없었다. 최근 셧다운제를 비롯한 규제로 관심이 생긴 것 뿐이지, 이전에는 그냥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93년 정덕진, 정덕일 형제가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금품을 건넨 슬롯머신 사건 등을 계기로 사행성 사업을 규제하기도 했으나,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신경쓴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김대중 정부 정도에서부터 관심을 가진 정도다.
사실 김대중도 별로 한 일은 없지만(…) 김대중이 일본문화 개방하기 전에는 일본어가 나오는 게임 수입이 불가능했을 정도이니 나름 큰 역할을 수행했다 하겠다. 특별소비세도 어찌 보면 규제이기도 하지만 작은 문제고, 예전 오락실은 조폭과도 관련이 있기에 야사도 많지만 대충 넘어가자. 안 그래도 할 말 충분히 많으니(…)
게임 정책은 오래 전부터 보건사회부 소관이었다. 현재 여가부에서 담당하는 규제 라인의 시작이 보건사회부다. 왜 보건사회부 소관이냐고 묻지 말자. 애초에 보건사회부도 별 관심이 없었다(…) 예전 기사를 찾아보면 놀라울 정도로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80년대 초부터 오락실은 언론으로부터 청소년 탈선의 현장이라 욕이란 욕은 다 먹었지만, 보건사회부에 대한 지탄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산업연혁을 봐도 80년대까지 아무 일 없이 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당시 기사들은 오락실 연장영업, 무허가 오락실 문제, 게임의 폭력성, 사행성 도박 게임장 등을 문제로 삼았고, 보건사회부의 규제도 문제가 생기면 해당 업소를 처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게임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고, 밤 늦은 시간에 오락실 문 닫게 하고, 공부에 도움되는(?) 퀴즈 게임을 넣도록 하는 수준이었다는 전설이 있다.
90년대 들어오면서 조금 빡세지기 시작한다. 91년부터 학교보건법의 규제대상이 되는데, 이에 의해 풍속영업 규제를 받게 된다. 풍속영업이라 하면 소프란도나 이마쿠라를(모르는 사람은 걍 넘어가자…) 떠올릴 사람들이 많겠지만, 성매매업뿐만 아니라 여관, 비디오방, 노래방, 무도장 등도 포함된다. 그래봐야 학교 주변 200미터에서 사라지는 거 제외하면 의외로 별 게 없다.
결국 이 때까지는 오락실 규제, 즉 장소에 대한 규제로 퉁칠 수 있다. 사실 이 규제는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당시 오락실은 호환마마보다 두려운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으면 알아서 엄마몹이 등장해서 오락실 의자로 머리를 직격하는 WWE 못지 않은 멋진 장면이 쉽게 연출됐기 때문이다.
광과민성 발작, 게임을 무대접에서 푸대접으로 끌어올리다
하지만 93년 광과민성 발작을 통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반짝 하고 떠오른다. 우선 광과민성 발작에 대해 알아보자. 닌텐도 증후군이라고도 불린 광과민성 발작은 번쩍거리는 색에 의해 간질 증세가 일어나는 증상이다. 우스워 보이지만 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다. 해당 영상을 보면 여러분도 ‘그럴싸한데?’라고 생각할 거다.
아무튼 이 사건은 게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한다. 백만 프로토스, 아니 2천만 게이머의 적 YMCA에서는 사전심의를 주장했으며, 93년부터 게임도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게임은 무대접에서 벗어나 푸대접의 세계로 들어간다. 무관심의 대상이 관심사병(…)이 된 것이다.이후부터 언론에는 종종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다뤄졌는데 주로 둠 시리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 엘프 사와 실키스 사의 게임이 뉴스에 등장했다. 그 때 뉴스 보고 뜨끔했던 사람들 많았을 거다(…)
그리고 여론이 형성되며 문화체육부 산하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규제를 받게 되며 연령별 게임 등급제가 시작됐다. 드디어 게임이 규제를 받는 영광의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초기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에서 심의 관련 업무를 대행하며, 사실상 자율심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사행성 게임 금품 로비로 인해 98년 8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 바로 그 영등위의 전신에 심의 업무를 넘겨줬다.
되돌아 보면 연령별 규제가 없었다는 게, 얼마나 게임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게임은 청소년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18세 이용가의 4등급으로 분류됐으며, 우리 기억 속 PC게임과 비디오 게임에 녹색, 빨간색 태그가 붙은 건 이 때부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4등급으로 분해 놓고서도, 정작 비디오게임에서는 18금 게임은 출시가 불가능했다(…)
돈 되는 게임, 문광부와 정통부 사이의 갈등을 낳다
이와 동시에 현재 문광부가 맡고 있는 진흥 라인은 상공부에서 시작됐다. 진흥 라인이기는 하지만 여기도 당연히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말 벤처와 IT 붐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특히 이 변화를 주도한 정통부는 게임 진흥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게임은 빠르게 성장했다. 대량 백수가 양산되는 IMF 외환위기 속 스타크래프트와 O양(…)은 엄청난 속도로 초고속인터넷(ADSL)을 보급했고,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포트리스2,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 메가히트작이 등장한다. 그리고 폐인이 양산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갈등이 일어난다. 문화관광부도 게임 쪽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꾀한 것이다. 정통부는 이미 1995년부터 게임산업 육성에 나섰으며, 96년에는 매년 100억 원을 게임 산업에 투자하겠다 천명한 상태였다. 그런데 파이가 커지자 문화부도 진흥에 눈을 돌린다. 98년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의 “단순 오락시설로 여겨져온 컴퓨터게임장을 첨단산업으로 육성하고자…”라는 간지나는 한 마디는 정부의 게임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들이 당시 신경 쓴 아케이드 산업이 이후 급속도로 망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부처간 충돌은 결코 깨끗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예로 PC방 주도권 싸움과 스타크래프트 유해성 여부 등에서 충돌은 이들 부처의 힘겨루기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진흥의지가 약한 문화관광부 라인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후에도 충돌은 끊이지 않았다. 두 부처의 갈등은 무려 10년이나 계속됐는데, 이 싸움이 종결된 건 정통부가 망해서 그렇다(…)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해 좀 더 소극적인 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여가부와 맞서는 슬픈 사태가 일어나는데, 이에 대해서는 후에 서술하겠다.
바다 이야기, 게임 이미지를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게임 진흥책은 멈추지 못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이들 싸움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2005년 말 오락실은 그야말로 파탄 직전이었다. 이미 대세는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RTS와 리니지를 비롯한 MMORPG였고, 아케이드 게임은 높아지는 단가와 떨어지는 고객 수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이 때 바다이야기는 오락실 업주에게 마지막 희망과 같은 존재였다.
이 파칭코 게임은 특유의 엄청난 중독성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를 엄청난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이는 순식간에 사회적 문제로 확대됐고 경찰은 조사에 나섰다. 여기서부터 희대의 개막장극이 펼쳐지는데, 언론, 경찰, 공무원 등이 몽땅 걸린 대량의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화관광부 영등위에서는 도박 기능의 탑재 사실을 경찰에게 은폐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아케이드 업계는 부흥은 커녕 완전히 망해버리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엔하위키를 참조하자.
이는 사행성 게임에 국한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극도로 추락시킨다. 그리고 비리의 중심에 선 영등위는 게임물등급위원회, 일명 개게등위로 규제를 넘겨주게 된다. 게등위는 어쨌든 게임만 다루는 데다가, 심의가 투명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규제 기준이 (특히 사행성 부분에서) 워낙 자의적인데다가, ‘등록 안하면 다 불법!’ 이라는 이상한 기준으로 욕이라는 욕을 다 먹으며 지금까지도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게임을 카테고리로 하여 법제화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등장한다. 게임 이미지는 버릴 데로 버렸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게임 육성은 여전히 중요한 테마였다. 그래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2007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리메이크개정 되는데, 이 개정은 사행성 게임물을 게임물로 명확히 분리시킨 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기존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법률에 비해 게임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 온라인의 잦은 업데이트까지는 커버했으나, 모바일이 들어오고 N스크린까지 등장하며 법 제정이 게임을 따라잡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법의 적용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등장한 셧다운제, 대체 왜?
아무튼 정부가 게임에 대해 신경 쓴지도 얼마 안 됐고, 규제뿐 아니라 진흥에도 꽤나 신경을 썼다. 물론 게임업계는 그냥 다 필요 없으니까 내버려 달라고 하지만(…) 아무튼 정부가 그렇게 게임 때려 잡기에만 힘쓴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작은 국토에서 순식간에 깔리는 초고속망이 게임 진흥에 상당한 도움이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셧다운제는 왜 또 들어와 난리인가? 이는 요즘 들어 어쩌다 등장한 게 아니라, 사실 20년 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던 규제 라인이 노력해 온 결과물이다. 현재 여성가족부 하위의 청소년보호과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다양한 병크를 내놓고 있는데, 이 전신은 과거 보건복지부 청소년시민과다. 이 곳은 대중문화에 집적거려 온 유구한 역사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당장 청소년 보호법이 여기에서 탄생했다. 97년 일진회 사건은 조직화된 학원폭력의 원흉으로 만화를 지목했고(…) 이로 인해 청소년보호법 조례가 등장했다. 덕택에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가 음란물 유포죄로 사라졌으며, 모든 성인만화는 별도 서가에 비치하게 되면서 성인만화가 사라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정확히는 덕택에 만화가 죽어버렸다. 게임은 관심 밖일 때 자생력을 키우는 데 성공했으나, 만화는 그러지 못했다. (물론 이 밖에 내외부 문제가 있었으나, 분량상 다른 글에서 서술하겠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또 하나의 놀라운 업적은 대중가요 가사에 딴지를 건 것이다.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할 것 같애”에 대해서는 ‘술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술의 사용을 조장한다(…)고 19금, “이쁜 여자와 담배피고 차 마실 때”는 ‘담배가 나온다고’ 19금 등, 술담배만 나오면 무작정 19금을 걸었다. 최근에는 싸이가 뜨니까 은근슬쩍 라잇 나우의 19금을 해제해 또 욕을 먹고 있다.
이들이 게임이라고 그냥 놔둘리가 없다. 2000년대 들어오기 전에는 별 규제가 없었는데, 그건 게임하는 사람 수가 적어서였기 때문일 뿐,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가 급성장할 때부터 이미 셧다운제 이야기가 나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게임이 빠르게 성장하고 수출이 늘어나며 산업역군이라는 분위기도 있었고, 인터넷 초기인지라 가능성에서만 끝났다. 하지만 규제의지는 이 때부터 존재했다.
즉 셧다운제는 그저 때가 맞았을 뿐이다. 노무현 때까지 비교적 힘이 있었던 진흥 라인 정통부가 무너졌고, 힘 없는 여성가족부로 밀려난 규제 라인이 타이밍을 재다가, 여가부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청소년보호법 법개정을 통해 규제 드라이브를 시작한 것뿐이다. 여기에 맞서야 할 문화부는 너무 소극적이고 힘도 약하다. 정통부가 건재하거나 기재부 등에서 게임을 담당했다면 달랐겠지만, 문화부에서 파워 게임을 펼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데일리게임의 정통부는 셧다운제를 방치했을까?를 참조하자.
아무튼 여가부가 미친 게 아니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항상 이러고 놀았다. 아… 일했다. 차라리 놀아라(…)
이게 다 여가부 때문이다? 파편화된 게임업계의 문제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다. 이건 수치상으로 드러나고, 여가부도도 인정하고 있다. 여가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파워 증강이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 협력하는 세력은 학부모 단체와 기독교 단체다. 학부모들은 순수하게 진짜 애들을 공부시키고 싶은데 게임이 방해가 되니 게임을 막으려 한다. 기독교 단체는 애들이 게임 때문에 예수님께 눈을 안 돌리니까 뒷다리를 걸고 싶어한다. 이렇게 서로 묶인 상태다. 애들이 공부 안하고 게임을 많이 하는 건 학부모에게 거슬릴 수밖에 없고, 이들이 모이면 100만 파워가 된다.
자, 그렇다면 이제 게임업계에서 이에 대해 얼마나 올바르게 대응했는지 생각해 보자. 아쉽지만 낙제점이다. 우선 게임 3사가 각자 핸디캡이 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약점이 있다. 한게임은 사행성 비판에 약하고, NC는 중독성 비판에 약하고, 넥슨은 애들 코묻은 돈 뜯는다는 비판에 약하다. 뭉쳐도 힘들 판에 각개격파 당하기 딱 좋은 지형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산업협회가 이를 타개할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하려 할까? 아쉽게도 이들에게는 별다른 유인이 없다. 말이 게임산업협회지, 실질적으로 돈을 통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는 넥슨, NC, 한게임, 네오위즈 정도다. 이들에게는 게임 규제가 별다른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심의 등이 굳건한 한 신규진입장벽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좋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지경이다(…)
지금 협회를 봐도 그렇다. 역대 회장들을 보자. 현재 협회장은 네오위즈의 최관호 이사다. 초기에 잠시 NHN 글로벌 김범수 대표, 넥슨 권준모, 한게임 김정호 대표 등이 맡았으나 최근에는 네오위즈 최관호 이사가 그 자리에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게임산업협회 회장이 오히려 기피하는 자리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책임지고 피곤하니 높은 사람은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형 회사는 이에 대해 개입할 유인조차 없다. 결과적으로 게임업계의 단합을 이끌 리더십을 상실한 게 현재의 게임업계다. 게임 관련 언론에서 몇 차례 지적됐지만 바뀌려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사이에서 학부모들의 불만은 커진다. 학부모단체들의 주장에 게임업계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학부모단체들은 온라인 게임업체와 이야기를 나눈 후 게임업체가 벽창호 같다는 인식을 가진다고 한다. 아이를 망치는 기업이니 어떻게 해야겠다는 사명의식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피해는 모든 게임업계 전체로 돌아간다.
이전 인터뷰에서 볼 수 있었듯 미국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비롯한 여러 업계가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협력하는 공동의 플랫폼 의식이 자리 잡혀 있다. 즉 공동의 플랫폼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일본 역시 비디오게임에 대해 유사한 로열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공동의 플랫폼 지키려는 의식이 부족한 데다가 이해관계까지 갈려서, 외부 위협에 대응을 하지 못한다.
예로 자기 이익을 희생해도 중독성 이슈에 맞서기 위해 중독성이 덜 생기게끔 시스템적 배려를 할 수도 있다. 물론 게임업계 스스로 피로도를 도입하기는 했으나, 중독성보다는 컨텐츠 덜 털리기(…) 용에 가까웠고, 오히려 독한 놈들은 더하게 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이익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통한 매출이 그리 높지 않은 게임이라면, 학부모들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좀 더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식품, 자동차 등의 업계는 업계 이익을 위해 맞서면서도, 소비자 보호에 힘쓰려는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그렇지 않다. 이런 장기적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그럴 이유를 협회에서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여가부는 당분간 게임 산업에 대해 최대한 많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별의별 뻘짓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현재 여가부의 다음 스탭을 셧다운제 전연령 확대로까지 점치고 있다. 어차피 곧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면 성인, 미성년을 가릴 방법이 없고 결국 입김 센 학부모가 이를 빌미로 이것저것 뜯어간다는 아름다운 시나리오. 우선 청소년보호법으로 첫 스텝을 밟았고, 다음은 아청법으로 뭔가 걸어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다.
그 다음은? 여가부는 예측 불가능하겠지만, 게임업계가 해야 하는 일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만나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게임업체간 협력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를 내놨다. 될 일이면 진작 됐을 거라는 것. 박명수의 명언처럼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은 때’일지도 모르겠지만, 더 나빠질 게 없다면 뭉치고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 글은 수많은 게임업계 분들의 도움으로 작성됐습니다.
자료와 의견 주신 게임업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