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캐리, 백수에서 최초의 프로게이머, 최초의 게임해설자로 서기까지
[인터뷰] 김캐리, 스타크래프트의 15년 추억을 회상하다 에서 이어집니다.
리승환 : 스타 해설자가 어느 순간 롤을 맡게 됐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김캐리 : 아… 참 이것도 저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비판 많이 해요. ‘쟤는 롤하는 애야, 스타하는 애야?’ 이런…
리승환 : 김동준 해설위원도 롤 해설하지 않습니까?
김캐리 : 김동준 해설위원은 둘 다 같이 하지는 않잖아요. 같이 하는 사람은 제가 유일해요. 이게 굉장히 어려운 입장이거든요. 뭐냐면… ‘쟤는 하나라도 똑바로 하나?’, ‘스타나 똑바로 하든지, 롤을 하든지.’ 이런 식이죠. 이 부분에 대해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유일한 양다리 해설자로서 갈등하며… 스타 2팬에게도 까여, 롤에게도 까여…
리승환 : 그래봐야 콩만큼 까이겠습니까(…)
김캐리 : ……
김캐리, 스타 해설자에서 롤 프로그램 진행자로 또 다른 도전!
리승환 :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김캐리 : 원래 제 스타일이 약간 감정적이기도 하고, 정형화되는, 고정적인 것을 싫어해요. 여기서도 스타1에서 저의 해설색깔에 대한 고민과 같은 결론을 내렸어요. 심적 부담 엄청났지만 정면돌파하기로 했죠. 제가 그렇게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프로게이머 1호고, 게임 해설자 1호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번에도 또 개척하기로 했어요. 주변 사람들한테도 당당하게 이야기했어요. “왜 하나의 게임만 다뤄야 해? 왜 틀에 박혀야 돼? 그런 기준 누가 만들었는데?” 이렇게요.
리승환 : 그래도 이도저도 아니라는 느낌도 들긴 합니다.
김캐리 :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면 스타와 롤, 둘 다 좋아할 수 있잖아요. 장르나 게임을 꼭 가릴 이유는 없어요. 제가 그렇거든요. 스타도 좋아하고, 롤도 좋아해요. 저는 롤하는 사람이 스타2 누가 하냐고 까고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고민해봐야 답도 없고, 그냥 부딪히자는 생각으로 했죠.
리승환 : 본인이 중간에 내리는 판단은 어떤가요? 성공적인가요?
김캐리 : 처음보다야 이미지 많이 좋아졌죠. 제가 잘하건 못하건을 떠나 어느 정도 가교적인 역할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스타 2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 행쇼에서 롤 이야기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재밌다고. 첨에는 온겜넷에서 스타행쇼 한다고 할 때 제가 나온다니까 ‘롤하는 사람 왜 부르냐?’면서 롤 플레이어들이 싫어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롤 이야기 많이 하니까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두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이어주고 싶어요.
하지만 김캐리의 이런 따뜻한 뜻을 모르고 포근히 잠드는 듀오(…)
리승환 : 하지만 정작 본인이 롤을 잘 못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김캐리 : 아… 그거… 제가 정말 그 실력인 줄 알아요? 하핫…
리승환 : 흥분하지 마시고요(…)
김캐리 : 뭐 방송이라는 측면에서 제가 끌고가는 측면이 있다보니 집중이 잘 안 돼요. 제가 원래 단순하다고 했잖아요? 두 가지 일 한 번에 잘 못해요. 게임할 때는 말 없이 조용히 게임만 해야 하는데, 진행도 하고 의사소통도 하면서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아요.
리승환 : 뭔가 핑계 같습니다…
김캐리 : 뭐, 핑계라면 핑계인데…
리승환 : ……
김캐리 : 뭐… 솔직히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리승환 : ……
김캐리 : 그래도 정석이보다 잘해요
리승환 : ……
김캐리 : ……
김캐리의 민주화 발언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
리승환 : 좀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민주화’ 발언에 대해 한마디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캐리 : 아… 거기에 대해서는 그저 참 민망하고, 또 반성하고 있어요. 당시에는 정말 모르고 썼었어요. 롤 플레이 하면서 실질적으로 유저들이 많이 썼던 말이거든요. 게임에서 하는 속어라고 생각했죠. 지역비하 발언 알고 썼다면 미친 놈이죠. 그래도 어린애도 한 것도 아니고,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요.
리승환 : 롤에서는 민주화가 보통 어떤 뜻으로 쓰이나요?
김캐리 : 상대 라인 압도하고 거기 차지했을 때 ‘민주화했다’고 하고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민주화는 좋은 말이잖아요. 저는 정말 그런 뜻으로 알고… 그래서 ‘그런 말 쓰지 마’라고 했을 때 ‘왜 안되는데?’라고 되물었던 거고…
리승환 : 그러게요. 나름 억울한 것 같기는 합니다(…)
김캐리 : 억울하기보다는… 사실 좀 화가 났어요. 원래 좋은 뜻인 민주화를, 안 좋게 이야기하는 걸 그대로 가져가야 하나… 왜 좋은 말에 부적절한 의미를 부여한 걸 우리가 그대로 따라야 하나… 원래대로라면 민주화가 금지어라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걔네들이 뭐라고 그 쪽 의미대로 가져가고 못 쓰는 게 답답했어요. 왜 그런 말을 왜 우리가 빼앗겨야 하는지 이해가 너무 안가는 거에요. 홍어나 계엄군이나 폭동이나 이런 것과는 전혀 다른… 원래 좋은 말 가지고 왜곡한 거잖아요. 뭘 알지도 못하는 애들이 쓰는 거에 우리가 이끌려 갈 필요가 있나… 이런 답답한 건 있죠.
리승환 : 홍어도 원래 나쁜 뜻 아닙니다(…)
김캐리 : ……
리승환 : 아무튼 불만이 많으시군요.
김캐리 : 제가 되게 감성적이다 보니, 안어울리게 정의도 되게 중시해요. 그래서 민주화라는 단어에 담긴 부정적 의미가 참 화가 나요. 아무튼 알고 썼다면 제가 정말 미친 놈이겠죠. 아무튼 물의를 일으킨 건 두말할 필요 없이 무조건 잘못했고 정말 반성하고 있습니다.
롤 vs 스타를 넘어 e스포츠의 쌍두마차로
리승환 : 롤은 어느새 게이머들에게는 스타1처럼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타1의 후예는 스타2가 아니라 롤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김캐리 :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는 스타만큼 뜨기 힘든 조건이 있다고 봐요. 등장할 때부터 느낀건데 롤은 5:5잖아요? 스타는 내가 잘하면 끝나는 개인전이에요. 그런데 5:5는 나 혼자 잘하면 소용이 없어요. 그 부분에서 스타1만큼 흥하기에는 약간의 장벽이 있다고 봐요.
리승환 : 단체전이라고 해서 꼭 방송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어 보입니다만.
김캐리 : 아… 그게 프로스포츠는 아마추어의 근간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게임이 프로로 정착하려면 아마추어가 일상화되어야 하고, 발굴이 손쉬워야 해요. 스타는 그런 부분에서 발굴이 손쉬운 측면이 있었죠. 하지만 롤은 5명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력있는 게이머가 프로가 되고 싶어도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이 부분은 각 게임단에서도 선수 수급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니, 점점 나아지기는 할 것 같아요.
리승환 : 요즘 롤이 뜨면서 스타 방송이 재미있다는 사람과, 롤 방송이 재미있다는 사람들의 대결모드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김캐리 : 이것도 비교도 좀… 그렇지 않나요? 스타 재밌는 사람은 스타가 재밌고, 롤 재밌는 사람은 롤이 재밌는 거고… 사실 비교대상이 아니거든요. 전혀 다른 게임이에요. 오히려 스타 좋아하니까 스타가 더 낫다고 하고, 롤 좋아하니까 롤이 더 낫다고 하는 쪽에 가깝다고 봐요. 저는 둘 다 방송이 충분히 재미있다고 봐요.
리승환 : 롤을 통해서 온게임넷과 한국 e스포츠가 세계 시장을 열어 갈 기회를 맞이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캐리 : 국제대회가 이미 방송으로 나가고 있죠. 스타 2도 외국인 대상으로 가고 있고… 확실히 이제 글로벌 방송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승환 :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세계에서 God보다 더 위의 랭크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롤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까?
김캐리 : 스타야 뭐, 한국이 당연히 최강이고… 롤은 아직 모르는 단계죠. 하지만 분명 많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벌써부터 SK, CJ 등이 롤 프로게임단을 창단하고 있잖아요? 벌써부터 스타처럼 한국인이 다 해 먹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는 외국인도 있어요. 이게 가능한 게 시스템의 힘이거든요. 프로게이머 연습하는 데 있어서 한국은 정말 체계적이에요. 물론 그에 따른 문제도 있겠지만.
리승환 : 롤을 하면 애비애미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김캐리 : 그렇죠… 롤의 가장 큰 문제는 불건전한 채팅 문화죠. 너무 안 좋죠. 이거는 스타 때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리승환 : 스타는 ctrl + alt + del 을 누르죠(…)
김캐리 : -_-… 그보다 일단 스타는 1:1이다보니 채팅할 틈도 없지만, 롤은 5:5이다 보니 팀원과 소통을 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욕설이 난무하는데, 굉장히 심각한 문제에요. 그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유저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약속도 중요한데, 사실 힘들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재도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뭐, 하려면 다 하겠지만… 실제로도 어느 정도 논의가 되고 있고요.
리승환 : 아무튼 가끔 일베도 좀 하고 그러세요. 거기 가면 온갖 쓰면 안되는 용어들을 다 배울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해롭겠지만…
김캐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