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직장인의 웰빙과 조직의 성과에 매우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조직심리학자들은 불면증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성격적 특성이나 업무와 관계로 인한 부담과 압박 등 직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직장인 불면증의 치료법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터를 벗어난 공간에서 명상이나 운동, 심리 치료와 같은 활동이 효과적이라고 추천한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직장 내에서 능동적으로 불면증을 줄이고 부정적 결과를 막기 위한 효과적 활동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불면증이 가장 큰 적이었다. 예민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하고자하는 욕구가 더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불면증은 일과 삶, 인생 전반을 지옥으로 만드는 특성이 있다. 신체적 고통이 상대적으로 덜할 뿐, 인간이 겪는 최악의 고통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영화 <Sleepless in Seattle>은 낭만적이지만, 직장인에게 불면증(insomnia)는 낭만은커녕, 괴로움만 안겨준다.
그런데, 최근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직장인의 불면증 관련 연구가 발표돼 반가운 마음에 읽고 브런치에 공유한다. 텍사스 대학교 샌안토니오 카를로스 알바레즈 경영대학원(Carlos Alvarez College of Business)의 디나 크라시코바(Diva Krasikova) 교수 등의 연구진은 직장인 113명을 대상으로 열흘 동안 매일 2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면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엉뚱하게도 업무 중 표현하는 말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업무 중 표현하는 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의 업무나 조직의 전반적인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디어나 제안을 표현하는 향상적 목소리(promotive voice)다. 업무 관행이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상적인 상태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함으로써 단순히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목소리다.
목소리가 협력적이고 지지적인 것으로 인식되면 동료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동료와 리더로부터 더 자신감 있고 유능하며 이타적인 사람으로 비칠 확률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미래 상태에 대한 인지적 초점은 흥미와 열정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활성화와도 관련 있다.
다른 하나는 조직에 해로운 업무 관행이나 시스템, 직원들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금지적 목소리(prohibitive voice)다. 실수를 예방하고 오류를 찾고 조직의 효율성을 방해하고 구성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제약 조건을 언급하는 말이다. 금지적 목소리도 조직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지만 누군가를 비난하고 경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한, 문제나 불만 사항에 대해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고 조직의 기존 관행과 리더에 대해 반발하기 때문에 무례하거나 일탈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대인 관계의 원만성을 깨뜨릴 우려가 있고 동료나 리더로부터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다. 그러다 보면 소위 말해 하지 않아도 될 말, 후회할 말을 했다는 자책이 들기도 쉽다.
직장인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직장에서의 사건이 퇴근 후 정서적 분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에서 느끼는 긍정 정서는 퇴근 후 심리적 분리를 유도하지만, 부정 정서는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반추적 사고로 인해 심리적 비분리가 강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심리적 분리가 되어야 심리적 회복이 쉬운데, 부정 정서는 심리적 이완을 방해하고 정신 생리학적 활성화 수준을 높여 불면증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이런 경향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낮은 직장일수록 더 심하다. 심리적 안전감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조직의 분위기이자 문화다. 그런데, 불평을 말하고 나서 불안감을 느끼는 문화라면 부정정서에 휩싸일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리더의 개방성(supervisor openness)이 떨어져도 유사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개방성이 낮은 리더 앞에서 부정적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담해져야 한다.
연구 결과, 향상적 목소리는 불면증을 막는 데 효과적이었고, 금지적 목소리는 불면증을 강화했다. 지금 현재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불평, 불만보다는 일이 잘될 수 있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긍정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며 대화하는 것을 억지로라도 시도해 보길 바란다. 특히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낮고 리더의 개방성이 낮다면 불평불만을 잠깐 멈추는 것이 자신의 심리적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라. 조직 내 잘못된 관행이나 리더십에 대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꼭 지금, 반드시 내가 할 필요는 없다.
조직 문화와 리더십이 안전감과 수용성을 갖추고 있다면 불평불만을 말해도 불면증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조직 문화와 수용성이 낮은 리더에게 불평불만이 더 쉽게 나오는 법인데, 오히려 그럴수록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불평을 하지 말라니.
문제는 항상 우선순위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선 자신의 웰빙을 먼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 다시 그 불만사항을 보면 이제는 불만을 넘어서 대안까지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긍정 정서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넓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여, 조금만 더 밝은 점에 주목해 보자.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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