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소포자충 (Toxoplasma gondii)은 고양이과 동물을 종숙주로 삼는 기생충으로 중간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과잉 행동을 하고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고양이에 쉽게 잡아먹히게 되는 것입니다.
톡소포자충은 사람에도 쉽게 감염되며 뇌에 숨어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의 정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별로 좋은 기생충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은 이 기생충의 놀라운 능력 하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뇌를 보호하는 장벽인 BBB(blood-brain barrier)를 쉽게 통과하는 능력입니다.
뇌는 매우 민감한 장기입니다. 그래서 머리는 뇌를 두개골과 뇌척수액으로 둘러싸서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혈액에서 아무 물질이나 쉽게 뇌세포로 들어가는 것도 막기 위해 BBB라는 방호벽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이나 단백질을 투여해서 뇌 질병을 치료하려 할 때도 BBB가 막기 때문에 의사들을 곤란하게 만듭니다.
글래스고우 대학의 오디드 레카비 교수(Professor Oded Rechavi)와 동료들은 톡소포자충을 살아 있는 약물 전달 장치로 만들기 위해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 치료 물질인 MeCP2를 생산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이 실험에는 쥐와 미니 인공 장기가 이용됐죠.
결과적으로 유전자 변형 톡소포자충을 원하는 단백질을 주입할 수 있는 미니 공장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BBB를 손상시키지 않고 다른 뇌 조직에 큰 영향이나 염증 없이 원하는 단백질이나 약물만 투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톡소포자충이 계속 살아있으면 뇌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사멸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사람에게 실제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아 있겠죠. 하지만 자연이 이미 개발한 BBB 통과 마이크로머신인 톡소포자충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기발한 것 같습니다.
참고
- NEW ATLAS 「“Cat poop” brain parasite could be hijacked to deliver drugs」
- nature microbiology 「Engineering Toxoplasma gondii secretion systems for intracellular delivery of multiple large therapeutic proteins to neurons」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