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많은 이유에 대한 두 가지 해석
당신이 하고 싶은 게 많은 이유에 대한 첫 번째 해석은, 그냥 유전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게 태어났거나 호기심을 갖는 것이 장려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도파민 관련 유전자의 변이가 호기심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죠.
※ 도파민: 뇌에서 보상과 즐거움, 학습 및 동기 부여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즉, 호기심이 많고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나 경험을 추구하면 보상과 즐거움, 동기부여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런 활동들에 매진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해석도 있습니다. 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파악한 것인데요,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낮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욕구로 삶을 살아갑니다.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관심을 두게 되죠.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단지 희망뿐인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처음 하는 일은 대개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난이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잘할 필요도 없어서 마음 편히 즐겁게 해 볼 수 있지요. 결과적으로 이 시도를 통해 가치가 상승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요)
하지만 빨리 포기하게 되는 이유 분석
호기심이 강한 기질을 가진 첫 번째 이유는 제외하고 두 번째 이유와 연결시켜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시도하지만 빨리 포기하게 되는 이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흥미를 갖고 재미있어하지만,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게 되고 더 많은 능력을 요구받을 때 흥미를 잃게 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 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가치 상승의 느낌’이 목적이었거든요. ‘가치 상승’의 느낌이 끝나는 지점에서 행동할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 재밌다, 흥미롭다, 할 수 있겠다. → 어렵다, 힘들다, 잘할 수 없겠다 → 잘할 수 없다 → 가치가 없다
거기에 더해, 처음에는 정말 흥미 때문에 시작했을지라도 어느새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기존의 말이 떠오르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뭔가를 할 거면 제대로 해’ ‘투입한 만큼 결과를 만들어야 해’ ‘남들만큼, 혹은 남들 이상으로 해야 해’라는 목소리입니다. 자신을 향한 가혹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즐거웠던 활동은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일종의 ‘의무’ ‘과제’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현재 실력상, 그러한 의무나 과제를 제대로 해내거나 클리어하기 힘들 거라고 믿기 때문에 흥미를 곧바로 잃어버리고 포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이 선택하는 더 나쁜 결론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얼마 가지 않아 그만두게 되면, 그저 ‘해봤는데 별로 재미없더라’라고 마무리해도 됩니다. 그런데 이들은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내면의 공격으로 마무리하는 겁니다.
나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고, 항상 중간에 포기하지?
(간혹 부모님이 실제로 이러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자존감은 더 떨어지게 됩니다. 앞서의 가치 상승 활동을 찾아 헤매는 굴레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죠.
이제는 중간에 포기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당신이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하고 싶거나 몰입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처럼 즐겁게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게 아니라, 어느새 ‘잘해야 하는 활동, 해야 해서 하는 활동’이 되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에 흥미를 잃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 활동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고, 잘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못해도 괜찮은 일이었다면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끈기’나 ‘꾸준함’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릴 필요 없이 말이죠.
지금 당장의 단기적인 처방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은 역시 자존감을 높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처방도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할 때 ‘잘해야 한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싸우고, 대신 ‘하고 싶은 만큼’ ‘즐거운 만큼’만 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지요.
당신이 시작한 그 활동은 지금 막 시작했고, 초반에는 못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못 하는 게 당연한데 하물며 잘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옆에서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이 당신보다 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활동과 관련이 없습니다. 당신은 그 일이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을 뿐, ‘누구보다’, ‘특정 시기 안에’, ‘잘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잘하면’ 좋은 거지, ‘잘해야 되는 것’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재미있는 그 지점에만 일단 집중하세요. 만약 어느 정도 했음에도 실력이 쌓이지 않고, 도저히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그만해도 괜찮습니다.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재미를 못 느꼈을 뿐입니다.
근본적인 처방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고 중간에 그만두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집중해야 할 것은, 그만두지 않을 새롭고 딱 맞는 활동을 찾는 게 아닙니다. 자존감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당신이 자존감을 높여 자신의 가치를 높게 인식한다면, 새로운 시도들과 관련해 다음의 결과들이 나올 것입니다.
- 나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파악해서 좋아하고 잘 맞는 일을 좀 더 쉽게 찾음
- 중간에 어려움을 겪어도 격려해 주고 응원해 줘서 극복하기가 쉬움
- 어떤 일을 즐거운 만큼 하며, 잘하고 싶다면 열심히 해서 실력이 향상됨.
-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여기며, 즐거움을 느끼는 데 집중함.
- 어떤 일에 흥미를 갖지 못해서 그만두더라도, 별다른 후회 없이 마음을 유지
도파민 관련 정보 출처
- The Dopamine D4 Receptor (DRD4) Gene Exon III Polymorphism, Problematic Alcohol Use, and Novelty Seeking: Direct and Mediated Genetic Effects
원문: 멘디쌤 조명국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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