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아주 작은 표현이나 행동에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혹은 평범하게 한 행동에 대해서도 전혀 다르게 해석을 하고, 방어적으로 나오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지요. 저는 그 사람이 현재 ‘피해 의식이 큰 상태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러한 피해 의식을 갖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피해 의식이 만들어지는 원인과 그로 인한 문제점, 해결 방향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 의식의 생성
피해 의식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용어 자체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피해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되지요. 단순히 하루면 잊혀지는 크기가 아니라, 앞으로 겪고 싶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피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엄청 뜨거운 난로에 덴 것과 같은 것이지요.
이러한 피해의식은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겪은 폭언이나 폭력에 기인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겪었던 따돌림의 경험이나 전여친·전남친의 상처가 되는 표현과 평가, 범죄 피해, 글에 달린 악플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은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때 제대로 된 치유가 되지 않을 경우 피해 의식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즉, 상대의 행동이나 말에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나는 이전의 피해로 인해 피부에 큰 상처가 남았고, 이 피부에 무언가가 닿으면 너무나 아프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상처를 만지려 한다거나, 모르고 스치기만 해도 상대방을 밀어내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제대로 된 치유란, 그 상처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유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도 상처가 많아서 상대의 상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치유를 안 해주는 걸 넘어서서, 상처를 더 키우는 경우도 있고요.
한편 진화적으로 볼 때, 피해 의식은 분명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게 위협이 되는 자극을 경험한 후에는 그 자극을 다시 경험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테니까요. 안타깝게도 현대 시대에 들어서 우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지요.
피해 의식이 만드는 실제 피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직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힘들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의식으로 인해 새로운 피해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자기실현적 예언’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자기실현적 예언(自己實現的 豫言, 영어: self-fulfilling prophecy, 자기 충족적 예언, 자기 성취적 예언)이란 사회심리학적 현상의 하나로, 누군가 어떠한 일이 발생한다고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 혹은 기대가 실현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서, 행동을 믿음에 따라 맞춰가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믿음이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상의 원리는 사람이 사람이나 사건에 대하여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을 바탕으로 결과를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실현적 예언은 부정적 결과와 긍정적 결과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이 포함되어 있었던 무리에서 누군가의 시기 질투로 인해 오해를 받고 모임에서 나오게 된 사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상처로 인해 타인을 믿지 못하고, 누군가의 호의도 언제 배신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과 경계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에 새 모임에 가게 되지만, 피해 의식으로 인해 이전처럼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하며,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이 사람이 언제든 나를 상처 줄 수 있어’라며 마음을 열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모임의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갖고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이 보일 뿐이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사람들이 다가오지만, 방어하고 쉽게 화를 내고, 밀어내는 모습에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그중에는 ‘이상하다’ ‘별로 친해지기 싫은가 봐’ 등의 표현도 할 수 있겠지요.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이 실제 피해를 또 만들어 내고, 자신의 피해의식은 또다시 강화됩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사람들은 나를 상처 주려고 하는 거야’ ‘사람들은 나를 많이 무시해’ 등등.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했던 관계는 맺지 못하고, 피해 의식만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심각하게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피해 의식은 피해망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겠지요.
피해 의식을 회복하기
피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1. 자신이 피해 의식을 갖고 있고, 이것이 나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깨닫기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올바른 판단과 생각을 한다고 믿고 있을 것입니다. 그 믿음에 의심을 갖고 공고한 생각을 깨야 합니다. 잘못된 생각 때문에 현재 자신에게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자신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2. 내 피해 의식이 만들어진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상처를 돌봐주기
피해 의식은 더 이상 과거에 겪은 상처를 입지 않겠다는 데에서 나오는 마음입니다. 이것은 과거에 입은 상처가 계속 아프게 하기 때문에 지속됩니다.
따라서 과거에 입은 상처를 충분히 케어하게 되면, 그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한다는 예민한 태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치유 과정에서는 상처 입은 나를 향한 위로와 응원, 공감이 들어가야 하며, 내가 겪은 그 상처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 상처를 일으킨 대상과 시간이 바뀌어도 계속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물론 함께 사는 가족은 반성이 없다면 계속 일으킬 수도 있겠네요)
3. 일상에서 피해 의식이 드는 사건에 대해서 스스로 챙겨주기
과거의 상처에 대한 치유뿐 아니라, 현재 겪고 있는 피해 의식도 챙겨줘야 합니다. 즉, 현재 상대의 행동이나 말로 인해 느낀 상처나 좌절,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완화시켜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피해의식이 심한 분들은 자신이 겪은 상처 때문에 분노를 느끼고 화를 내고,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집중해야 할 것은 상처받은 내 마음입니다. 그리고 내 상처를 보듬어주다 보면, 마음의 숨통이 트이게 되고 감정이 완화되면서, 자신이 겪은 사건이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거 같아 화가 나! → 무시당했다 생각해서 슬펐구나 → 인사도 안 받아주고 너무했다 → 그런데 네가 문제여서 그렇게 행동한 건 아닐 수도 있어 → 저번에는 인사 잘해줬어. 이어폰 끼고 뭔가를 보고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 → 다음에도 한 번 똑같이 하는지 살펴보고 생각해 보자.
이 과정에서 분노는 줄어들고,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그러면 이 일은 살짝 기분 나쁜 사건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겠지요. 자연스럽게 일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원인에 해당되는 상처를 치유하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챙겨주는 것이 피해의식을 해소하는 방법임을 잊지 마세요.
원문: 멘디쌤 조명국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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