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잊고 있던 질문, “왜 하는가”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기술을 배우는데 하는 투자(시간, 정력 포함)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이루고자 하는 ‘가치 추적’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과 가치는 방법과 목적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왜 공부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 직장인들은 투자를 하지만, 왜 돈을 버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 고시원에 묻혀 살면서, 고시에 붙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 노후 준비를 한다며 영끌을 하지만, 노후에 뭘 할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스팩을 쌓으려고 하지만, 정작 그 직업으로 뭘 할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 열심히 코딩을 배우는데, 정작 코딩을 어디다 써먹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에게 왜 공부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지, 노후 준비를 하는지 등을 물으면 백이면 백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돈을 잘 벌기 위해. 잘살기 위해, 무시받지 않기 위해’라고 대답한다. 추상적이고 획일적인 대답이다. 아래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가?
위의 질문들은 굉장히 철학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들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대답 되어야 하고, 절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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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실질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고민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 남이 대신 해줄 수도 없다. 개개인이 오로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한 번에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후의 인생 경험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평생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추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거지. / 남보다 나은 삶. / 돈 많이 벌고 무시 받지 않으며 사는 거지. / 자식을 위해서.
이런 대답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모든 기준의 중심이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기 때문이다. ‘남들만큼’ 산다는 게 본인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왜 AI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광풍이다. 너도나도 AI를 해야 한다고 난리다. 여기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AI를 배우려고 하는가?
대부분은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이제 전 세계가 AI로 덮일 테니까 / AI를 모르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으니까 / 사회에 뒤처지니까 / 다들 하니까
마찬가지로 성립하지 않는 질문들이다. AI가 출현하기 전에 스마트폰 세상이 열렸고, 인터넷 세상이 열렸고, 그전에는 PC(컴퓨터) 세상이 열렸다. 그러면 지금의 세상을 사는 여러분께 묻겠다.
-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이론인 대기행렬이론을 아는가?
- 인터넷 프로토콜인 TCP/IP의 스택 구조를 이해하는가?
- TCP/IP 구현을 직접 코딩해 본 적이 있는가?
- HTML이나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할 줄 아는가?
- 통신 장비의 기본이 되는 모뎀의 동작 원리를 아는가?
- 스마트폰의 지도 앱에 쓰이는 GPS 기술을 아는가?
위의 내용에 대해서 전부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 말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위의 내용들을 몰라도 인터넷을 사용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구글 맵을 본다.
AI 또한 마찬가지다. 정작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초등학생도 AI를 코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AI를 몰라도, 심지어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컴퓨터가, 그리고 인터넷이 발전해 가면서 하이테크 기술들이 일상화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AI를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그 분야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목적이 오직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세상에 도움을 주는 기술들은 당신이 굳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결국 AI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AI라는 도구를 배우는 데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 (AI를 이용하여) ‘무엇을’ 할지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위의 2가지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은 단순히 AI라는 도구를 배운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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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가 가고 AI 할아버지의 시대가 오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오로지 인간 개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세상은 여전히 힘들고 답답할 것이다.
원문: Amang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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