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튜브 이야기
예전에 비해서 유튜브(동영상+스트리밍)를 자주 보는 편이다. 예전에는 동영상이라는 것이 그저 텔레비전의 대체용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인터넷 인프라가 그리 좋지 않던 시절이라 화질 좋으면서 길이가 긴 동영상을 스트리밍의 형태로 보기가 쉽지 않았기에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동영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에 고루했던 생각들이 몇 가지 계기를 통해 바뀌게 되었다.
몇 년 전 이야기이긴 한데, 첫째 아이가 갑작스레 큐브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에게 한 면이라도 맞춰 달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엔가 혼자서 직접 모든 면을 다 맞추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5분 이내로 모든 면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둘째가 큐브를 시작하더니 2주 정도 지나서는 첫째와 마찬가지로 몇 주 지나지 않아 5–10분 언저리에서 큐브의 모든 면을 맞추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큐브를 해본 경험이 있다. 솔직히 이거 다 맞추는 거 절대로 안 쉽다. 너무 신기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배웠냐고 물어봤다. 그 답이 ‘유튜브’였다. 그리고 보면 둘째가 머리 꼬기를 하거나 실타래 가지고 노는 일을 할 때 보면 내가 알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것들을 할 때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 또한 유튜브의 힘이었던 것이다.
비단 놀이뿐 아니다. 아들 아시겠지만 실제로 유튜브의 많은 교육 콘텐츠가 실질적인 학습에 도움을 준다. 예전에는 ‘단순한 동영상’으로 치부했던 유튜브가 지금은 교과서, 참고서와 같은 ‘교육 도구’로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동영상 콘텐츠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교육 콘텐츠라고 해서 모든 동영상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영상·구성의 측면에서) 잘 만든’ 동영상이 반드시 ‘(질적으로) 좋은’ 동영상은 더더욱 아니다.
어쨌든 내가 처음으로 가장 크게 감명(?)받았던 동영상 채널은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다. 물론 지금은 큰 사업체가 되었고, 그들의 플랫폼은 단순한 동영상 콘텐츠 사업을 넘어선 지 오래다. 더 이상 한 사람이 주된 콘텐츠(즉 가르치는 파트)를 제작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야기하는 건 초창기 때의 동영상 콘텐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들어가면 예전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쇼킹(?)한 경험을 한 유튜브 채널은 바로 3블루1브라운(3Blue1Brown)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채널이다. 칸 아카데미가 초/중/고 아이들 배우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3블루1브라운은 대학 혹은 그 이상의 과정에 집중한다. 선형대수, 푸리에급수, 미/적분 등 공대생들이 배우는 수학 이론을 비롯해 블록체인, AI 등 최신 기술을 가장 직관적이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채널이다.
수학 비전공자(?)로서 어렵풋이 알던 개념을 가장 명쾌하면서 직관적으로 가르치는 채널은 본 적이 없다. 가장 놀라운 점은 ‘동영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즉 교실에서 가르치거나 책이나 참고서를 통한 기존의 교육 방법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방법이라는 데 있다. 참고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것은 선형대수학이다.
그런데 ‘백종원의 요리비책’이 대단한 이유는 백종원 대표가 직접 채널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도 있겠지만 단순히 개인 요리가 아니라, ‘식당 사장님’들을 위한 요리를 한다는 거다. 그것도 국내가 타깃이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음식으로 장사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2. 박사(Ph.D)라는 자격
나는 그냥 여러 가지 하는 사람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글을 썼던 분야를 보면 보는 관점에 따라 내가 박사 때 전공했던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적인 글이라고 하는 것은 대중 서적이 아니라, 해당 전공 분야의 저널이나 학회 논문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박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박사면 다 박사지? 무슨 다른 자격(?)이 필요하나?’ ‘박사라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박사라고 자랑하나?’ ‘박사라도 실력 없는 사람 많은데, 무슨 박사 자격 웃기시네?’ ‘박사? 그게 뭐야? 듣보잡인데? 베스트셀러 없잖아? 난 모름’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사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 어떤 사람들은 그 가치를 별것 아니게, 또 어떤 사람들은 그 가치를 별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어쨌든 내가 가진 박사라는 가치는 내가 모셨던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내가 박사 디펜스를 마치고 졸업할 때 즈음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박사는 ‘이제부터 당신은 독립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자격증과 같은 거야. 너의 가치는 박사 학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얼마나 관련된 연구업적을 쌓느냐에 달렸네.
박사를 취득했거나, 교수직을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연구업적은 해당 전공 분야의 저명한 저널에 등재가 되고, 관련 분야에 특허가 나오고, 해당 학회에 연설자로 초대를 받는 것을 뜻한다. 이런 맥락으로 박사를 갓 취득한 사람(3년 이내)들을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사실 전문 분야(특히 STEM 분야) 국제 저널에 박사가 아닌 사람이 단독으로 논문을 기재하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이게 요즘 말로 카르텔이라면 카르텔일 수 있지만 논문을 포함한 박사 과정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본인이 혼자 제대로 된 논문을 쓰는 게 힘들 뿐더러 인정받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지도교수가 있는 것이고, 지도교수가 학생의 논문의 교신 저자가 되는 것이다. 내 지도교수님은 추가로 이런 이야기도 하셨다.
박사 학위를 가지고도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박사가 아니다.
괜찮은 국제 저널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등재하는 것은 박사로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단독 저자로의 첫 논문에 바로 ‘나는 내가 독립적으로 연구할 능력을 갖췄다’는 가장 확실한 증명이기 때문이다. 모든 박사가 학생들을 멘토링 하는 교수가 되지는 않는다. 교수가 돼서 학생들을 멘토링하고 같이 논문을 쓰면서 ‘교신저자’가 되지 않는다면 이런 ‘독립적 연구능력’은 항상 검증 받아야 한다.
매번은 아니지만 2–3년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은 저널에 단독 저자로 등재 할 수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단독 저자로 연구 업적을 낸 적이 없다면 더 이상 박사 자격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랬기에 대기업에 있을 때 윗분들 눈치 봐가면서 학회 및 저널에 단독 저자로 논문을 썼다. 박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3. Ph.D.가 Doctor of Philosophy인 이유
석사 과정을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석사는 보통 MS(Master of Science), MEd(Master of Education), ME(Master of Engineering), MBA(Master of Business Adminstration) 등으로 분야가 나뉜다. 그런데 어떤 전공이든지 박사는 MD를 제외하고는 유독 Ph.D.(Doctor of Philosopy)이다. 박사가 Ph.D.인 이유는 여러 썰이 있으나 내 지도교수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명백하다.
언급했듯 박사는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자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전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박사라는 것은 ‘연구할 능력’에 대한 자격이지 해당 전공에 대한 자격이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10년 전에 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치자. 그리고는 10년 동안 해당 연구나 논문이 없었다면, 이 사람은 박사 학위는 있을지 모르나 박사 자격(여기 언급된 기준)은 없는 사람이다.
근데 10년 뒤에 이 사람이 기계 공학 쪽으로 연구하고는 해당 전공 저널에 기고를 하고 등재가 되었다면, 이 사람은 박사다. 적어도 연구하는 시점에서는 ‘기계공학’이 전공인 박사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원래 박사 전공이 다르더라도 다른(혹은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독립적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가 박사를 채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연구능력 때문이지, 박사 학위 받을 때의 전공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전공의 박사가 그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곧바로 박사의 자격이 있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반드시 그에 대한 자격 요건, 즉 해당 분야 논문이나 특허, 그것도 그중에 몇 번은 단독 저자인 것으로 갖춰야만 박사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4. 박사와 전문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해당 전공 박사 학위 자체로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한은 대략 3–5년 정도로 본다. 이런 맥락으로 박사를 갓 취득한 사람(3년 이내)들을 전문가로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갓 박사를 졸업한 사람은 독립적인 연구 능력(단독 저자)을 검증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위가 큰 프로젝트거나 하면 혼자 연구를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초입 박사를 전문가로 인정하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사 학위를 받은 지 3년이 넘어가면 박사 때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해당 전공의 연구 실적으로 그 사람의 전문성을 결정 짓는다. 여기서 말하는 (학문 분야로서의) 연구실적은 해당 분야에 저명한 저널 논문이나 특허 같은 것을 의미한다.
만약 박사가 아닌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을 받을려면 어떻게 할까? 답은 동일 하다. 현재 해당 전공의 연구실적으로 인정받으면 된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박사 학위가 없이 해당 분야의 저명한 저널에 등재(공동 저자더라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 가끔 박사 학위도 없고, 교수도 아닌 이가 저명한 국제 저널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
그 정도 능력이면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박사 학위 따위는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은 박사 학위(종이 쪼가리)가 없을지는 몰라도 독립적으로 연구할 능력을 스스로 증명한, 즉 박사 자격은 충분한 사람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연구실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지, 대중적인 인기나 베스트셀러 혹은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다.
5. 스토리텔러(작가)와 전문가
스토리텔러는 무언가를 일반 대중들에게 잘 설명해주는 사람을 뜻 한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박식한 지식과 그 지식을 잘 연결 할 줄 알아야하고, 그걸 감동적으로 풀어 낼 줄도 알아야 한다. 전달 매체가 책이냐, 그림이냐, 동영상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텔링 결과물은 또 하나의 창작물로써 인정을 받아야 함은 마땅하다. 나 개인적으로 이런 말주변이 없기에, 이런 실력 있는 스토리텔러들을 나는 존경한다. 위의 유튜브 채널들을 보고 이렇게 소개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런 능력 있는 작가(스토리텔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칸 아카데미, 3블루1브라운, 백종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해당 콘텐츠 자체에 대한 어마무시한 실력을 가진 스토리텔러임에도 ‘본인은 (콘텐츠 분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점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스토리텔러가 자신들이 해당 콘텐츠로 인기를 끈다고 해서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위해 습득한 지식들이 마치 전문가적 능력인 양 착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스토리텔링을 위한 지식 습득이 전문가적 능력일 수도 있다. 그런 지식 습득을 ‘연구실적’으로 인정받으면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문가라는 것은 해당 분야가 존재하고,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을만한 연구실적을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많은 양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고민을 남들보다 많이 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6. 전문가와 실력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문가(및 박사)는 연구실적만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고, 연구실적이라는 것이 애매한 분야더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받는 방법과 ‘주관적’으로 인정을 받는 방법이 있다. 학문적 분야에서 인정은 보통 타당한 지표, 즉 저널 논문 및 학회 논문, 특허 등 ‘연구실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예를 들어 요리학이 아닌 ‘요리’라든지 ‘비즈니스’라든지 ‘자기계발’이라든지 이런 류는 객관적인 지표를 찾기가 힘들다. 그럴 경우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주관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다. 아주 영향력 있는 요리사 밑에서 일을 했다든지, 아주 유명한 기업가에게서 추천받았다든지, 그래서 그를 추종하는 다른 동종 분야 전문가들이 실력을 인정하게 되는 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틀림없이 해당 분야에 객관적인 지표가 존재함에도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자신을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요 기만행위이다. 어떤 분야가 ‘연구실적’이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존재한다면 전문가(혹은 박사)는 오로지 ‘연구실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해야 한다.
때로는 이런 전문가 집단이 항상 공정하지는 않을 수 있다. 생각보다 자기 밥그릇에 민감한 경우도 많다. 즉 어떤 이는 전문가 집단의 정치적인 논리나 질투심에 의해 해당 분야 전문가 집단에서 인정을 전혀 못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들 중에는 동종 분야는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유관 분야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들을 ‘실력자’라 칭한다.
이런 실력자는 설령 해당 분야 전문가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관련된’ 다른 분야 대다수의 사람에겐 인정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력자의 자격(?) 또한 일반 대중의 인정이나 인기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당 분야와 ‘관련된’ 이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박사나 전문가라는 명칭은 소위 말하는 ‘타이틀’이다. 제대로 된 박사/전문가라면 그에 걸맞은 실력이 있어야 한다. 학문적 분야가 존재하는 분야에서의 실력은 바로 ‘(위에 언급한 기준의) 연구실적’을 뜻한다. 박사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그에 준하는 실력이 없다면 그들은 전문가나 박사의 자격이 없다.
실력만 출중하다고 해서 실력자들이 바로 박사가 되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박사는 ‘따야’ 하고, 전문가는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되도록이면 객관적인) 인정’을 받아야 한다. 운전을 아무리 잘하고 실력이 있어도 운전면허가 없으면 ‘무면허’이듯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박사 학위가 없으면 박사 아니요, 해당 분야 연구실적이 없으면 전문가가 아니다. 진정한 실력자는 ‘타이틀’이 필요 없다. 제대로 된 실력자라면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을 당당하게 그을 줄 알아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앞서 언급한 칸 아카데미, 3블루1브라운, 백종원은 선을 넘지 않는 진정한 실력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더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타이틀 있는 이들을 깎아내리고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타이틀을 타이틀로 인정해준다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들은 전문가가 될 자격이 없고 자신보다 대단한 전문가가 많다고 한다.
마치며…
사실 박사 따는 거 쉽지 않다. 더구나 제대로 된 교수 밑에서 혹독하게 훈련받은 경우라면 더욱더. 최근 박사 출신 작가와 현직 교수 간에 충돌로 인터넷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서로 입장차이가 있으니(적어도 박사 출신 작가의 주장으로는) 그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논쟁의 중심이 되었던 ‘당신은 왜 박사인가? 당신은 왜 전문가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물론 위의 기준은 마구 내 기준이고 동의 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기준은 내가 박사 학위를 받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던 내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어차피 귀결되는 것은 박사 출신의 작가 말처럼 타이틀이 아니라 실력이다.
진정한 실력이라 함은 바로 자신이 이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객관적 실력을 갖추는 것, 타이틀이 없다면 타이틀 자체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상대가 타이틀이 없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 타이틀만 있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 타이틀과 관계없이 실력으로 인정하는 것, 타이틀만 있어도 타이틀 따낸 과정은 인정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휴, 이 기준으로는 진정한 실력자가 되기엔 아직도 멀었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냥 여러 가지 하는 사람이다.
원문: Amang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