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렇게 콜라만 마셔서 커서 뭐가 될래?”
어른들은 언제나 방 한구석에서 콜라를 마시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 엄마가 콜라를 사주지 않아 배 아픈 연기를 했던 마시즘은 기어코 ‘콜라를 마시는 게 직업’인 사람이 되었다. 이쯤 되면 나 지구에서 콜라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아닐까?
아니다. 가까이 일본에는 콜라가 너무 좋아 자신만의 콜라를 만들고, 이름마저 ‘콜라’로 바꿔버린 이가 있다. 내가 아무리 콜라가 좋아도 이름마저 콜라와 교환하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오늘 마시즘은 일본의 수제콜라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요시 콜라(伊良コーラ)’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은 넓고 콜라에 미친 사람은 많구나!
콜라에 미친 남자가 발견한 레시피
콜라의 새로운 흐름을 만든 ‘다카히데 고바야시(隆英小林)’는 평범한 콜라광이었다. 콜라에 대한 사랑이 술로 바뀔 수 있는 20대에도 맥주 대신 언제나 콜라를 마셨다. 세상에 다양한 콜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멕시코, 동남아시아 등 독특한 콜라 생산국을 여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콜라러버의 길을 걷고 있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금단의 문서를 발견하고 만다.
바로 ‘콜라 제조법’이다.
수제콜라를 판다고? 코카콜라와 펩시가 있잖아
콜라의 제조비법은 철저하게 비밀로 숨겨져 있다. 원조라고 볼 수 있는 코카콜라의 경우는 레시피 유출을 막기 위해 특허등록도 하지 않고 서류를 금고에 보관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상징적인 이야기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콜라를 직접 만들어서 맛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알고 있다.
고바야시는 레시피에 적힌 재료를 구매해서 콜라를 만들어보았다. 콜라라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가능성을 느꼈다. 낮에는 광고회사에서 일을, 밤에는 집에서 콜라를 만드는 생활을 2년 여 가까이했다고 한다.
콜라를 집에서 만들었다고?
반신반의하던 회사 동료들도 그의 콜라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야, 이거 팔아도 되겠는데?
그렇게 정말로 자신의 콜라를 팔게 되었다. 어? 콜라는 근데 코카콜라랑 펩시가 있잖아?
한약방에서 콜라 가게로, ‘이요시콜라’의 탄생
콜라광이었던 그는 얼핏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성장배경이 코카콜라를 만든 존 팸버턴과 닮아있다는 것을 말이다.
존 펨버턴이 미국의 약사로 이런 음료를 만들었다면, 고바야시에게는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한약방이 있었다. 그는 콜라를 만들 때 한방재료를 적극 이용하며 아시아의 코카콜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중고 푸드트럭을 사서 주말에 마켓에 나가 콜라를 팔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회사원, 주말에는 콜라 판매원이 된 것이다. 세계의 콜라들을 만나며 배운 아이디어들도 적극 활용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콜라나 음료를 비닐팩에 주는데 이를 착안하여 테이크아웃 비닐을 만들었다.
트럭에서 색다른 콜라를 판매하는 ‘이요시 콜라’에 대한 입소문이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콜라. 사람들은 이 콜라를 이렇게 불렀다. ‘크래프트 콜라(수제콜라)’다.
크래프트 콜라의 중요점 2가지
고바야시가 생각한 크래프트 콜라의 조건은 두 가지다. ‘천연재료로 만들 것’ 그리고 ‘장인정신이 들어갈 것’. 마시즘도 ‘이요시 콜라’를 마셔보았다. 유명 콜라들의 맛을 압도하는 맛있음…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매력이 다르다. 보다 더 재료의 맛을 살리려고 애를 썼다는 게 느껴진다.
고바야시에게 어느덧 콜라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콜라가 맥도날드에 어울린다면, 자신들의 콜라는 수제 햄버거집에 어울리고, 영화관에 콜라가 어울린다면, 자신들의 콜라는 독립영화관에 어울린다고 말한다. 응원하고 싶어지는 당당한 마음가짐이 이요시 콜라의 진짜 매력이라고 할까.
푸드트럭에서 시작한 이요시 콜라는 일본의 크래프트 콜라 붐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지역별 특산물이 발달한 일본에서 크래프트 콜라라는 아이템은 눈이 가는 장르였다. 100여 가지의 크래프트 콜라가 나왔고, 그만큼 이요시 콜라의 영향력은 커졌다.
심지어 이름마저 이제 ‘다카히데 고바야시’가 아닌 ‘콜라 고바야시’로 바꾸게 되었다.
이요시 콜라는 이제 매장을 내었고, 병타입으로 그리고 캔으로도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은 평일에는 문을 닫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열린다고 한다. 왜냐면 평일에는 콜라를 연구해야 하니까.
언제나 사랑의 끝은 창작
출시 초기 하루에 5잔을 팔았다는 코카콜라의 초반 이야기 같은 전설을 낯선 동양에서 써 내려가는 이요시 콜라. 콜라에 대한 사랑이 창작으로 발전한 그의 행보는 어디까지 갈까? 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궁금한 일들을 그가 해내고 있다.
이제는 훌쩍 멀리 콜라 사랑의 길을 떠난 ‘콜라 고바야시’의 전설을 살펴보다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콜라 고바야시’는 그냥 부르는 거고… 아직 법적으로 개명한 것은 아니라고.
조금만 기다려라 고바야시. 김콜라, 이 콜라, 유콜라의 한국이 곧 올 것이다(아님).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伊良コーラ IYOSHI COLA
- Tokyo’s vibrant food scene, BBC
- Iyoshi Cola: Taste the World’s First Plant-based Craft Cola in Japan, miho, MATCHA, 2022.05.18
-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수제 콜라, 맛은 어떨까, 최지희, 프레스맨, 2020.09.03
- “작명도 ‘콜라’…2028년 ‘코카콜라·펩시·이요시’로 불리는 게 목표”, 오윤희, 조선비즈, 2022.12.10
- 나의 길을 가련다, 이요시 콜라, 김24, 미식생활자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