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사람들은 어떤 선택이나 결정에 앞서 최악의 결과를 떠올리는 방식을 활용하곤 합니다. 일종의 ‘기대 낮추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떤 선택이나 결과로 인해서 내가 경험할지도 모르는 실망과 스스로에 대한 비난을 미리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만약 자신이 예상한 그대로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마음의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전략을 계속 고수하는 것이지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요? 오늘은 최악의 케이스, 결과를 떠올리는 사람의 심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조금 더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이런 생각 안에는 자신의 대응 능력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에 대한 신뢰가 없고, 거기에 더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면 그것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는 것이죠.
자신의 선택이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혼날 줄 알고 대비하고 있으면 덜 충격을 받을 테니까요.
이러한 불안은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능력, 즉 가치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자신의 가치를 믿지 못하는 상태, 즉 자존감이 낮은 것이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전략일까?
그렇다면 최악을 가정하는 것은 과연 좋은 전략일까요? 충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선택과 결정에 앞서 심적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과 마음 깊이 그 선택에 집중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적당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정도에서 심적 에너지가 쓰이고 끝나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다양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난 또 실망하겠지? 더 좋은 선택을 했어야 했나?
아예 결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또 막상 그 결과가 좋게 나오면, 그것을 즐기기보다는 “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갖는 데 그칩니다(불안→ 안도). 충분히 만족하고 축하해줘도 좋을 텐데 말이죠(기대→ 만족).
또한 이것이 관계로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는 마음을 온전히 열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이 사람과 관계를 시작하더라도, 이 사람이 언젠간 나를 떠나거나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상대가 안 좋은 표정을 짓거나 연락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겠지요(이 또한 에너지를 낭비시킵니다).
사실은 이렇게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가 떠날 수 있지만, 자신으로 인해 상대가 막상 떠나면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화입니다.)
변화의 방향: 최악을 가정하기보다, 적절한 대응 준비
당신이 만약 자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고 있다면, 이제 전략을 좀 바꿔보기를 바랍니다.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세요.
-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실망을 보듬어주기
-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비난하지 말기
- 결과가 나온 후 무엇을 할 지에 집중하기
어떤 선택에 따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실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스트레스도 받고 짜증도 나고 다소 며칠간 후회도 하겠죠.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회피하거나 확대시키지 말고, 이러한 감정들을 자연스레 이해해주고, 보듬어주세요.
스스로에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실망했구나, 다음엔 잘할 수 있을 거야” 등의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세요. 이를 통해 감정이 해소되고 맑은 상태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당신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우리는 언제나 그 당시에 가장 좋은 선택을 합니다.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되지만, 그전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아쉬움을 받아들이고, 비난하지 말고 보듬어주세요.
끝으로, 어떤 결과가 나온 후에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향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작게 시작해 봅시다.
만약 당신이 실망한 자신을 돌봐주고, 비난하기보다 보듬어주고, 실행계획을 세워 결과에 대응한다면 당신은 굳이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며 심적 에너지를 쓸데없이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격하지 않을 거고 충분히 대응할 거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이러한 불안을 줄여줄 거예요).
최악에 대한 상상을 활용하는 법
만약에 당신이 최악을 상상하는 것을 활용한다면, 한 가지 좋은 방향이 있기는 합니다. 중차대한 선택을 앞두고 최악을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대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지요.
정말 망하더라도, 고향의 부모님은 날 받아 주겠지. 내 친구들은 옆에 있어 주겠지.
이런 생각들로 지금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때, 최악을 상상하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원문: 멘디쌤 조명국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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