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시장에서는 구축보다 신축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함께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신축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다. 하방 경직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아파트 연령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는 가격이 5.49%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준공 5년 이내 아파트는 3.17% 하락해 낙폭이 덜했다.
신축이 선방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재건축을 바라보고 낡은 아파트를 사기보다는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트렌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때 큰 수익을 안겨줬던 재건축 사업 환경도 녹록치 않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고금리로 이주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건축비가 3.3m2당 900만~1000만 원에 달할 만큼 껑충 뛰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후의 복병인 재건축 부담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재건축을 통해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인식이 시세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를 고를 때도 드러나는 ‘가치관의 차이’
이런 생각도 해본다. 신축 아파트 선호 흐름은 주택 시장의 주력 세력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주거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100% 다 설명할 수 없더라도 적지 않은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통계를 보자. 전국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로, 전체 매입 물량의 26.6%였다. 이는 50대 비중(21.5%)은 물론 40대의 25.8%를 넘어선다. 20대까지 포함하면 2030세대의 매입 비중은 전체의 31.1%에 이른다.
MZ세대는 미래보다 현재에, 축적보다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산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그들의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에게 행복은 지금 향유하는 것이지 미래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 최상의 가치다.
부동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재테크를 위해 낡은 재건축에 살면서 현재 고달프게 사는 것을 싫어한다. 재건축에 투자하더라도 일단은 갭투자를 했다가 완공된 뒤 새 아파트에 실거주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허름한 집에 살기는 싫고, 돈은 벌고 싶은 심리다.
미국발 고금리 태풍이 불기 전 젊은 층에서 재개발 예정지에 전세 낀 소액 빌라들이 팔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부모 세대가 낡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구역에 살면서 시세차익과 새 아파트를 얻는 ‘일석이조’ 투자를 했던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편리미엄’을 찾는 MZ세대의 등장
최근 한 자산가를 만났다. 그는 MZ세대인 아들의 아파트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주식과 벤처기업 투자로 큰돈을 번 아들은 강남구 H아파트와 한강 조망권을 갖춘 성동구 T아파트를 높고 고민하다가 후자를 매입했다.
X세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강남 부촌의 상징’인 강남구 구축 아파트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값이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대지 지분이 많고, 향후 개발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는 낡은 아파트에서 불편함을 견디며 살기보다는 새 아파트의 안락한 삶을 더 선호한다.
최근에는 한 30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헌 아파트에 사느니 차라리 새 오피스텔에 살겠다고 했다. 확실히 새집에 대한 선호가 생각보다 강한 세대인 것이다.
아마도 MZ세대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표현처럼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합친 개념인 ‘편리미엄’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체득하고 있는 세대일 것이다. 그래서 새 아파트에서는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춰 MZ세대의 편리미엄 니즈를 충족시킨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혹시 그들은 부모 세대가 “우리는 구질구질하게 살더라도 너희는 너무 궁색하게 살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런 삶의 가치를 우선하게 된 게 아닐까? 그런 가르침이 주거에 대한 가치관에도 그대로 녹아들게 된 것이다. 내 생각은 그러하다.
원문: 집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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