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시대 초기 인류는 다양한 도구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일부는 칼이나 도끼, 화살촉처럼 명확한 용도를 쉽게 알 수 있게 생겼지만, 일부 도구들은 대체 용도가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게 생겼습니다. 독일 홀레 펠스(Hohle Fels)에서 발견된 상아 가공 막대기 역시 그런 것 중 하나입니다.3만 7천 년 전 만들어진 이 상아 가공품은 21cm 정도 길이에 네 개의 구멍이 있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상아를 갈아 이렇게 만들었다면 꽤 정성스럽게 가공한 것인데, 분명 중요한 용도로 사용되어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외형만 보고 어떤 용도인지 알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독일 튀빙겐 대학의 연구팀은 구멍의 마모 형태와 미세한 잔류물의 형태를 분석해 이 도구가 사실은 로프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마모 형태가 질긴 식물성 소재에 의한 반복적인 마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데다, 잔류물 역시 식물 소재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만들어 쐐기풀, 버드나무, 피나무, 부들 등 다양한 식물의 질긴 줄기의 네 가닥을 서로 꼬아 하나의 로프로 만드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로프 제작에 맞는 물건일 뿐 아니라, 비슷한 형태의 마모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상아 도구의 형태를 보면 당시 구석기인도 매우 정교한 도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지능과 손기술이 발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시기적으로 봐서 현생 인류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이들이 현대의 원시 부족만큼 정교한 도구를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선사시대부터 머리가 좋았는데, 문명이 발전한 건 최근이었던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빙하기 같은 기후적 영향이 컸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외 다른 요인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참고
- 「Experiments suggest ancient four-holed ivory baton was used to make rope」, PHYS.ORG
- Nicholas J. Conard et al, Rope making in the Aurignacian of Central Europe more than 35,000 years ago, Science Advance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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