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이미 5mm 이하 크기로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버린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면 마찰에 의해 조금씩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먹이 사슬을 통해 생태계 전체로 퍼지는 것은 물론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도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잘라지기 전에 아예 쓰레기를 회수하거나 혹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미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필터를 사용해서 일부 걸러낼 순 있지만, 바닷물 전체를 필터로 거를 순 없는 일입니다.
체코 브르노 공대 및 멘더 대학 (Brno University of Technology and Mender University in the Czech Republic)의 연구팀은 안전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그동안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이산화티타늄 (TiO2) 마이크로봇 (microbot)을 만들고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백금 같은 금속을 사용했으나, 가격이나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살아 있는 미세 조류 (micro algae)를 살아 있는 로봇처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사실 미세 조류 세포 표면의 -COOH기는 음전하를 띄기 때문에 양전하를 띄는 미세 플라스틱 및 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미세 조류를 먹이로 삼는 바다 생물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제거되기 보다는 먹이 사슬로 유입되어 인간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구팀은 미세 조류에 자성을 띤 산화철 (Fe3O4) 나노 입자를 코팅해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흡착하면서도 자석을 이용해 쉽게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하이브리드 마이크로봇 (Biohybrid microbot)은 설령 사용 후 회수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세포 분열을 하면서 희석되고, 다른 동물이 먹었을 경우에도 철분제나 다름 없어 큰 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물론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연구팀은 이 마이크로봇을 magnetic algae robots (MARs)이라 명명하고 인공 미세 플라스틱이 있는 수조에서 테스트했습니다. 그 결과 나노 플라스틱 입자의 92%와 마이크로플라스틱 입자의 70%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MARs는 다른 에너지원 없이 태양 에너지의 힘으로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입자를 제거하기 때문에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전체 입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오염시키기는 쉬워도 이를 다시 주워 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환경 유입을 막고 사용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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