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맥주시장이요? 하이볼과의 전쟁이었는데요?
코로나19가 끝나면 많은 것이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것이 이미 변해버렸다. 음료로 치자면 ‘맥주’의 상황이 많이 변했다. 편의점 맥주코너에만 가도 알잖아. 그 많던 수제맥주, 수입맥주는 모두 어디로 간 거지?
- 여전히 맥주는 많은 사랑을 받는 술이지만, 상황이 변했다. 예를 들면
- 테라의 하이트진로가 100주년을 앞두고 신제품을 내며 맥주전쟁을 시작했다
- 오비맥주(카스)와 롯데칠성음료(클라우드)가 전쟁에 적극 대응했다
- 그사이 수제맥주 업체들은 하이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오늘 마시즘은 격동의 2023 맥주 전쟁을 진영별로 분석해 본다. 내가 마시는 맥주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1. 오비맥주의 공수 분담
맥주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것은 ‘카스’다. 지난 몇 년간 ‘테라’의 공격적인 기세로 병도 바꾸고, 다른 제품(한맥)도 출시하며 1위 타이틀을 지켜냈다.
2023년 올해의 카스가 잘한 점은 ‘큰 변화’ 없이 하던 것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다른 맥주들이 여러 마케팅으로 도발을 걸 때도 묵묵히 하던 일들을 했다. 여러 세대에서 찾는 만큼 변화보다는 단단함을 택했다. 물론 한정판 카스 레몬 스퀴즈로 약간의 변주들을 주는 것 또한 전략적이었다.
반면 적극적 공격을 할 수 있는 ‘한맥’의 리뉴얼은 아쉬웠다. 원래는 테라를 견제하기 위해 태어났는데, 이젠 새로 나온 ‘켈리’를 견제하기 위해 리뉴얼되었다. ‘켈리’를 막기 위해 야구선수 ‘켈리’에게 한맥 모델을 맡기겠다는 어그로는 좋았으나…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켈리’라는 말뿐…
2. 하이트진로의 무한공격
올해의 맥주 전쟁을 만든 공격수는 ‘하이트진로’다. 돌풍에 가까웠던 ‘테라’의 데뷔는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켈리’라는 신제품을 출시해서 쌍끌이 공격을 한다는 것이다.
자칫 집안싸움이 날 수도 있는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테라가 식당이나 술집 등에 주요 고객이 있다는 것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정용을 노리고 맛을 달리해서 출시했다.
또한 ‘카스테라’라고 불리는 한국 맥주의 이지 선다형 문제에서 ‘켈리’를 넣음으로 ‘테라켈리’ 중에 고르게 하겠다는 의도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도는 들어맞았다. 테라만큼이나 뜨거웠던 켈리의 데뷔로 하이트진로는 창사 100주년인 내년에 카스를 끌어내리겠다며 달리고 있다.
문제는 뜨거운 제품이 2개가 되니, 마케팅비용도 2배라는 것. 게임으로 치자면 현질을 크게 하는 것인데 과연 어디까지 써야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3. 나를 두고 1, 2위 다툼을 하지 마라
상대적으로 한국 맥주 3대장인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는 조용했다. 오비맥주 패밀리(카스, 한맥)와 하이트진로 패밀리(테라, 켈리)의 한국시리즈 같은 경쟁 속에서 유의미한 것은 잽은 날려왔다는 것이다. 바로 ‘클라우드도 신제품 나옴’이라는 예고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여름이 되었는데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가을이 되었는데 나오지 않았고, 거울이 거의 되어서 나오게 되었다. 어… 그런데 클라우드가 아니라 ‘크러시’네? (하지만 카리나는 완벽…☆)
크러시가 이제 여러 식당과 술집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맥주에 대한 평가는 내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새로 소주로 소주의 트렌드를 가져왔듯이 크러시로 맥주의 새로운 세대교체를 할 수 있을까?
4. 곰표맥주의 족보전쟁
곰표 밀맥주로 시작한 편의점 수제맥주의 시대는 곰표 밀맥주로 끝나는 것 같다. 뜨거웠던 논쟁은 ‘곰표 밀맥주’의 소속사 변경이다. 타임라인을 거칠게 나누자면.
- 곰표 브랜드를 가진 ‘대한제분’이 곰표 밀맥주를 만들던 ‘세븐브로이’와 결별을 했다(세븐브로이 마상 +1)
- ‘세븐브로이’는 맥주 이름을 ‘대표 밀맥주’로 바꾸고 곰을 계속 사용했다(대한제분 마상 +1)
- 대한제분이 곰표와 유사한 그림을 사용하는 것을 문제제기 했다(세븐브로이 마상 +1)
- ‘세븐브로이’는 동물을 호랑이로 바꿨다 (세븐브로이 마상 +1)
- 곰표 밀맥주가 ‘제주맥주’에서 나왔다 (세븐브로이 마상 +1)
- 하지만 곰표 밀맥주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모두 마상 +1)
결국 편의점 수제맥주의 시대는 맥주회사에 대한 정체성보다, 함께하는 콜라보에 더욱 힘이 실렸다는 것을 알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수제맥주회사들은 대중의 관심에 따라 이제는 모두 하이볼을 만든다. 그렇게 변신하는 과정 중에 대중들에게 맥주회사의 정체성은 고려사항이 되지 않고 있다.
5. 완판과 재고의 아사히 생맥캔
올해의 가장 임팩트 있는 데뷔를 말하자면 ‘아사히 생맥주 캔’이었다. 느낌만으로 따지자면 손석구를 사용한 켈리보다 뜨거웠고, 곰표 밀맥주의 전성기를 보는 것 같았다. 얼마 들여오지 않은 아사이 생맥주 캔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음 물량을 준비하고 들어온 ‘컴백’은 상황이 변했다. 시장에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니 대중들의 관심이 차갑게 변했다. 구하기 힘들었을 때는 그렇게 먹고 싶던 것이, 쉬워지니 냉담해지다니… 사람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하니.
6. 기네스의 분산투자
코로나19 이전에는 가장 멋진 수입맥주 중 하나였던 디아지오의 ‘기네스’가 새로운 제품을 한국에 먼저 출시했다는 것은 ‘기네스 덕후’인 마시즘으로서 떨리는 일이었다. 실제로 맛도 좋았고, 팝업스토어도 성황리에 끝났다. 하지만 대중의 입맛이 많이 변했다. 요즘에는 맛이 중후한 맥주보다 가벼운 하이볼이 유행이라고요!
하지만 기네스는 최근 앰버서더도 국내에 초빙하고, 생맥주처럼 낼 수 있는 액세서리 출시 등 계속되는 변화를 준비하려는 듯하다. 하이볼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데 너무 여유로운 건 아닐까 싶었는데.
아! 하이볼에 쓰이는 위스키(조니워커)도 기네스 소속사 ‘디아지오’에서 파는구나. 이래서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7. 120년 노력이 한 방에
칭따오 맥주는 국내에서 차곡차곡 인지도를 밟아가는 맥주였다. ‘양꼬치엔 칭따오’를 시작으로, 한국을 위한 여러 패키지나 마케팅으로 기존의 강자였던 하이네켄과 아사히 맥주를 물리치고 수입맥주의 왕이 되어갔다. 심지어 논알콜로 나온 칭따오는 대중과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받았는데…
칭따오 맥주 사건이 일어나 버렸다. 직원 한 명의 일탈로 공장에 소변을 보는 듯한 영상이 중국에 공개되고 중국은 물론 한국도 발칵 뒤집혀버렸다. 공장은 전면폐쇄되었고, 해당 공장은 중국내수용이었다고 하지만…
억울한 입장과 달리 국내소비자들의 칭따오 사랑이 너무 컸고… 사랑만큼 마상도 큰 것 같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2023의 맥주는?
트렌드는 빨리 바뀌지만, 근본적인 것은 영원히 계속된다. 술과 관련한 다양한 변화에도 맥주시장을 주목하는 것은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누군가는 계속 맥주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볼 캔제품들의 파도 같은 공격 속에서 ‘근본맥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온 2023 맥주대전.
과연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의 기억에 남는 맥주는 무엇이었을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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