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갯과의 포유류. 가축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영리하다. 일반적으로 늑대 따위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 냄새를 잘 맡으며 귀가 밝아 사냥이나 군용, 맹인 선도와 마약 및 폭약 탐지에 쓰인다. 전 세계에 걸쳐 모양, 크기, 색깔이 다양한 300여 품종이 있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3단 진화: 늑대→ 개-늑대 → 개
고대 늑대들은 인간들이 먹고 버린 음식을 먹으며 공존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고대 늑대가 언제 어떻게 개가 되었는지는 아직도 논쟁거리입니다.
고대 동물 유골 전문가인 팻 시프먼(Pat Shipman)의 가설에 따르면, 4만 5천 년 전 인류는 개-늑대(dog-wolf)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했을 것으로 봅니다. 매머드를 해체했던 장소에서 매머드의 뼈와 개-늑대의 뼛조각이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개-늑대는 과거의 늑대나 개에서 발견되지 않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진 갯과 동물입니다. 오늘날의 개나 늑대의 조상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요. 다만 개-늑대는 훗날 가축화된 개와는 큰 차이가 있어서,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 멸종한 것으로 추측합니다.
개는 어디 출신일까?: 동남아시아 vs 이라크
개의 등장에 대해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DNA 조사로는 10만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고, 화석 연구에서는 약 3만 5천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죠.
또한 DNA 조사에 따르면 개의 조상은 동남아시아에서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가장 오래된 개의 유적은 이라크의 한 동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한편 가축화된 개들 중에는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딩고라는 품종은 3~4천 년 전 아시아 지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야생화되었다고 합니다.
3. 기원전부터 사용된 개 목걸이
기원전 14세기 이집트 왕실 부채 관리인의 무덤에서 개 목걸이 2개가 발견됩니다. 하나는 선인장꽃과 말들이 그려져 있었고 황동 단추로 장식되어 있었죠. 다른 하나에는 염소와 가젤을 사냥하는 개들의 그림과 함께 개의 이름인 ‘탄타누트’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폼페이에서는 서기 79년 델타의 개 목걸이가 출토되었습니다. 개 목걸이에는 델타가 바다에 빠질 뻔한 주인을 구한 일, 강도를 물리쳐 주인을 구한 일, 늑대에게 공격당한 주인을 살린 일이 새겨져 있었어요. 프랑스 왕 루이 11세의 그레이하운드는 진주와 루비로 장식된 벨벳 목걸이를 하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4. 인간이 만들어 놓고 ‘순종’?!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인공적인 교배로 다양한 품종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품종은 이때부터 생겨났어요.
그리고 자신의 개를 과시하기 위한 도그 쇼가 시작됩니다. 도그 쇼는 출전한 개가 순종과 얼마나 비슷한지 평가하는 전시회로, 1850년에는 퍼그 전시회가 열렸고, 1852년에는 스패니얼과 소형견을 위한 쇼가 열렸어요. 하지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쇼는 1859년 영국 뉴캐슬어폰타인의 뉴캐슬 시청에서 열린 쇼였습니다.
도그 쇼는 켄넬 클럽(Kennel Club)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켄넬 클럽에서는 품종에 대한 분류와 기준을 세우는데, 현재 약 400여 종의 개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5. 진도의 개가 한국을 대표하는 종이 되기까지
진돗개의 기원에는 송나라나 몽골에서 전해졌다는 설, 진도의 토종개와 늑대의 혼종이라는 설 등이 있습니다.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설은 신석기 때부터 존재한 개가 진도에 정착하면서 진돗개로 발전되었다는 것이죠.
진돗개를 비롯한 다양한 토종개가 우리나라에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전쟁 방한 용품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토종개를 대규모로 도살했죠. 불행 중 다행으로 1938년 조선 총독부에 의해 진돗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멸종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진돗개가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기슈견과 닮았기 때문이었어요.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진돗개는 다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순종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이유로 1960년대까지 세계 견종 협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969년 직접 진도로 내려가 진돗개 30마리를 사들이고, 150마리까지 개체 수를 늘립니다. 그중 확실하게 순종이라 할 수 있는 한 쌍을 찾았고 1979년 정식 품종으로 인정받게 되죠.
6. 삼성이 만든 안내견 학교
중세 그림에서 안내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언제부터 안내견이 등장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공식적인 안내견은 1916년 독일에서 등장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시력을 잃은 군인을 위해 독일셰퍼드가 안내견으로 배정되죠. 그는 당시 설립된 최초의 안내견 훈련 센터 출신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안내견은 셰퍼드종의 ‘사라’입니다. 대구대학교의 임안수 교수가 1972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안내견과 함께 귀국한 것이죠. 그로부터 21년 뒤인 1993년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에도 안내견 학교가 설립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의 최초 졸업생은 리트리버종의 ‘바다’라고 하네요.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
- Anders Bergström et al(2020) 「Origins and Genetic Legacy of Prehistoric Dogs」 Science vol.370. no.6516. pp. 557-564
- 브라이언 페이건(2016) 『위대한 공존』 반니.
- 이주은(2019)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파피에.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dog show」
- Walter R. Fletcher(1975.03.20) 「A Brief History of the Dog Show」 NY Times.
- 김정미(연도미상)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나는 한국이 대표 토종개다! 안내견학교」
- 윤지원(2020)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남달랐던 반려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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