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는 신체 대사율이 높은 조류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끊임없이 꽃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꽃꿀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하는 에너지도 엄청납니다. 매일 자신 몸무게의 80%에 달하는 양을 먹어야 합니다. 사실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꿀벌이 월등히 우수합니다. 솔직히 벌새의 존재는 꿀벌과 나비만 꿀을 빨게 할 순 없다는 집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무지막지하게 많은 양의 꿀을 먹을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과도한 알코올 섭취입니다. 엉뚱한 소리 같지만, 자연계에는 꿀 속에 들어있는 단순당 성분을 분해해서 알코올 성분으로 만드는 효모나 박테리아가 많습니다. 꿀벌처럼 수분을 적당히 제거해서 장기 보존하는 게 아니라, 꽃꿀을 그냥 먹어버리는 벌새는 필연적으로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생물학자인 로버트 두들리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biologist Robert Dudley)가 최근 이 문제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애나스 벌새 수컷 세 마리를 대상으로 알코올 농도에 따른 섭취량을 살폈습니다.
우선 자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코올 농도인 1% 설탕물을 주었을 때 애나스 벌새들은 이를 잘 마셨습니다. 하지만 농도를 2%로 올린 후에는 섭취량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과도한 알코올이 벌새들이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하는데 지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알코올의 농도는 보통 1.5%를 넘지 않습니다. 특히 알코올은 물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화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농도가 낮아져 0.05%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농도는 높지 않아도 하루에 몸무게 대비 80%를 마신다면, 몸무게 대비 알코올 섭취량은 인간보다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벌새의 신진대사는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알코올 대사 산물을 빠르게 분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코올로 인한 음주 비행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생기진 않았는데, 알고 보니 벌새가 매일 같이 알코올을 섭취하는 주당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참고
- 「Are hummingbirds getting drunk on flowers?」, NEW ATLAS
- 「Hummingbird ingestion of low-concentration ethanol within artificial nectar」, Royal society open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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