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탑4를 찍은 영업이익 5백억 상장사, 팬덤 플랫폼 ‘페스티버’를 만들다
이승환 ㅍㅍㅅㅅ 대표(이하 리):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봉환 슈피겐 코리아 부문장: 슈피겐 코리아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국봉환 부문장입니다. 최근에는 페스티버라는 팬덤 플랫폼을 론칭하여 운영 중입니다.
리: 코스닥 상장사인 슈피겐 코리아부터 이야기해 보죠. 휴대폰 액세서리로 아마존 탑 셀러 찍은 회사죠?
국봉환: 맞습니다. 아마존 글로벌 전체 셀러 중 4위까지 기록했고, 지금도 10위권 안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아마존에서 탑’은 ‘글로벌 탑’이나 다름없거든요. 작년 매출이 약 4500억, 영업이익은 500억 수준이었습니다.
리: 엄청나네요;;; 그런데 갑자기 웬 팬덤 플랫폼인가요?
국봉환: 2012년 매출액이 500억대 였으니, 10년간 10배 성장한 거죠. 2014년도에는 코스닥 상장도 했고요. 그런데 과연 기능성 제품만으로 현재의 가파른 성장을 지속할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를 했어요. 그때마다 다 순식간에 매진됐어요. ST 듀퐁 같은 럭셔리 브랜드, 세계 3대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진로 두꺼비, 모나미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엄청난 힘을 알게 됐죠.
리: 콜라보하고 나니까 부럽다?
국봉환: 그렇죠. 혹시 케이스티파이라는 핸드폰 케이스 브랜드 아세요? 그 회사가 이런 콜라보를 많이 해요. 그런데 시즈널로 잠깐 하거나 길어봐야 1년 계약으로 제품 내고 끝이죠. 결국 힘은 브랜드, IP가 가지고 있는 거예요. 국내 콜라보의 시작은 당사가 먼저 개척했지만 연속성을 가지고 가는건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리: 그래도 글로벌 톱10 브랜드에 상장사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좀 호들갑스러운데요.
국봉환: 물론 저는 슈피겐 역시 하나의 IP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믿고 재구매하는 고객이 전 세계에 억이 넘으니까요. 하지만 저가 제품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타깃이 한정되기는 합니다. 그냥 아무거나 싼 거 쓰자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찾는 분들이죠. 또 제품이 튼튼한 게 파는 입장에서는 단점인 게 교체주기가 깁니다. 그러니 좀 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게 무엇인가 고민했고 IP에 대한 팬덤만큼 잠재력이 큰 건 없다고 여긴 거죠.
IP를 가진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는 몸만 오세요, 굿즈, 행사, 플랫폼까지 모두를 지원합니다
리: 그런데 보통 기업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서 확장하잖아요? 슈피겐은 제조와 유통을 잘하는 회사인데, 급진적으로 팬덤까지…
국봉환: 제품력도 팬덤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국내에 이미 ‘팬덤 플랫폼’이라 하는 곳들이 몇 있습니다. 보통 크리에이터들이 팬들에게 도네이션을 받은 리워드로 제품을 만들어주는 곳이죠. 저희보다 훨씬 일찍부터 업계에 자리 잡고 이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제품에서 문제가 생길 때가 종종 있어요. 팬분들은 눈이 까다롭고, 굿즈 제품력이 떨어지면 실망할 때가 많아요.
리: 그런데 슈피겐은 글로벌 탑 급의 제품력이 있다?
국봉환: 맞습니다. 저희에게 콜라보 요청이 많이 오는데, 모든 브랜드 담당자분들이 자기 브랜드에 걸맞은 신뢰 가는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슈피겐은 상품 종 수만 2~3천 개에 달합니다. 그러니 브랜드와 IP에 맞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거지요.
리: 근데 페스티버 사이트를 보면 ‘제품’은 없고 오히려 ‘펀딩’ 플랫폼 같은데요?
국봉환: 펀딩 플랫폼과의 가장 큰 차이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획’을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펀딩 사이트는 ‘판매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하나 다 기획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팬이 많은 사람보다는 장사를 잘하는 분들이 많이 모입니다. 반면 저희는 크리에이터 분을 위한 모든 기획과 진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매력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리: 오… 예를 들어 어떤 게 있을까요?
국봉환: 오프라인 이벤트 진행에 굿즈 제작까지 들어가면 보통 4~5천만 원에서 시작해요. 에이전시를 안 끼면 좀 아낄 수 있지만 손이 많이 갑니다. 이벤트 티켓 플랫폼, 굿즈 제작부터 배송에 CS까지, 경험이 많지 않으면 힘든 일이 많죠. 저희는 이 모든 걸 통합적으로 진행해 드립니다. 장용혁 팀장님께서 영미권 댄스 페스티벌 디렉터였고, 빅뱅, 투애니원, 위너 등의 멤버들의 댄스 트레이너로도 활동하여 무대 이해도가 높죠. 또 슈피겐은 제품으로 연 4500억을 파는 회사라 굿즈 제작, 배송에 문제도 없습니다. 여기에 IT 역량을 더해 페스티버 플랫폼으로 쉽게 펀딩이 가능하죠.
리: 오… 반응은 좀 어땠나요?
국봉환: 올해 상반기까지 베타로 18건 이벤트를 진행하고 60여 팀의 굿즈를 제작했어요. 크리에이터의 자세한 수익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당일 수익만 3천만 원을 넘은 경우도 있습니다. 매출도 높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손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죠. 결국 페스티버는 1) 크리에이터는 자기 매력에 집중, 2) 팬덤은 높은 퀄리티의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 이 둘을 잇는 가교가 되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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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억 매출 슈피겐의 성장 비밀: 퀀텀 점프가 아닌 작은 개선과 학습의 누적
리: 그나저나 하드웨어 제조 유통업에서, 뜬금 폭로 팬덤 사업을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국봉환: 처음엔 반대가 많았죠. 슈피겐 상장도 하고 잘나가는데 왜 굳이 신사업이냐… 그러다 2018년 저희가 사옥을 세우게 됐는데요. 지하에 회사 사람들이 사용 가능한 농구장 등 체육센터를 만들 계획이었어요. 그걸 ‘슈피겐홀’로 만든 게 첫 시작이었어요. 이건 다행히 설득이 쉬웠습니다. 농구장 만들어봐야 몇 명 안 쓸 건데, 강연장 만들면 직원들 다 쓰고 대관 수입도 올리지 않겠나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리: 근데 돈 벌기에 슈피겐 홀은 돈 너무 많이 쓰지 않았나요? 그 LED 패널만 해도 장난 아니던데…
국봉환: 행사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슈피겐을 만나는 거니, 허름하게 만들 수 없어서 돈이 많이 들었죠. 그런데 이게 굉장히 좋은 효과를 일으켰어요. 최초에 구상했던 강연장이 공연장이 됐거든요. 아이돌 컴백이나 팬사인회, 팬미팅 등이 매주 잡힐 정도였어요. 서울 안에 이렇게 입체적으로 구성된 행사장이 없거든요. 영상과 음향도 이런 시설은 어지간한 대형 공연에서도 비싸다고 못 쓰는 수준이에요.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이 많이 찾기도 했죠.
리: 아, 그래서 공연과 팬사인회가 그렇게 많았고, 자연스럽게 팬덤과 연결됐겠군요.
국봉환: 네. 그리고 슈피겐홀이 알려진 또 한 번의 계기가 ‘코로나’였습니다. 저희와 비즈니스에 가장 밀접한 기업이 애플, 아마존, 삼성인 만큼 디지털화가 잘 돼 있어요. 그래서 코로나 이전에 라이브 스트리밍 시설을 갖춰뒀습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찮게 코로나를 직면하게 되었고, 아이돌들의 라이브 공연 공간으로 슈피겐홀이 자주 사용되게 되었죠. 보통 공연 라이브는 외주업체를 쓰는데 슈피겐은 내부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니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했거든요. 전국 공연장 평균 가동률이 24%였는데, 슈피겐홀만 가동률이 66%가 넘었습니다.
리: 어떻게 보면 오픈하자마자 연예인들 줄 서고 잘 된 격이네요?
국봉환: 그렇지는 않습니다. 슈피겐홀을 연지 5년이 됐는데,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이제야 겨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어요. 사업이라는게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존 설명회에서 슈피겐을 예시로 소개할 때, 2016년 매출이 급증한 것만 소개하는데, 슈피겐은 이를 위해 꽤 오랜 시간 투자하고 준비해왔었거든요. 이처럼 페스티버의 성장 역시 퀀텀 점프가 아닌, 준비와 준비가 누적하여 좋은 결과를 이루고자 매진하고 있습니다.
리: 그러고 보니 팬덤 플랫폼 페스티버도 슈피겐 홀을 연지 5년 만에 열렸군요.
국봉환: 맞습니다. 슈피겐의 철학은 ‘경험 중심적으로 사고’하자는 겁니다. 절대 무리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증명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죠. 반대로 우리가 부족하다 싶은 사업은 과감히 접습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슈피 홀을 통해 우리가 팬덤과 IP 사업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어요. 그리고 이제는 슈피겐홀이라는 장소에 갇히지 않고, 페스티버라는 팬덤 플랫폼으로 이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가능성을 확인한 팬덤 비즈니스, 슈피겐 제품처럼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어갈 것
리: 그러면 앞으로는 페스티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으신지요?
국봉환: 그동안 슈피겐홀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써 역할에 충실해왔다면, 페스티버는 IP, 팬덤, 굿즈, 콘텐츠가 모두 연결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도약하려 합니다. 지난 5년간, 슈피겐홀을 통해 여러 IP와 일을 해오며, 어떤 IP와 팬덤에 어떤 경험이 가장 어울리는지 알게 됐어요. 이제 더 많은 IP 소유자들과 같이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저희는 공간을 가지고 있고, 라이브 송출도 직접 관리하며 진행 가능합니다. 여러 굿즈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고, 또 페스티버 플랫폼으로 펀딩과 모객도 가능하죠.
리: 컨퍼런스 발표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국봉환: 저는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요즘 불황이라 너무 진부해보이기도 하는데, 슈피겐은 항상 생존에 몰두했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다음 비즈니스를 찾았고, 5년 전부터 콘텐츠 비즈니스, 팬덤 플랫폼을 준비해왔죠. 우리는 왜 콘텐츠와 팬덤을 다음 비즈니스로 잡았는지, 어떤 고민을 담아 IP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리: 뭔가 약간 뜬구름 같은데요…
국봉환: 그렇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5년 전에 했으면 훨씬 뜬구름 같았을 거예요. 5년 전만 해도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었거든요. 슈피겐은 7~8년 전부터 고민해왔기에 지금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거죠. 휴대폰 액세서리 사업 역시,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도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요. 사람들 눈에는 결과만 보이지만, 사실 중간과정이 험난하거든요.
리: 그러면 향후 페스티버는 어떻게 확장해나갈 생각인가요?
국봉환: 슈피겐이 15년간 망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온 이유는, 될만한 사업구조를 신중하게 쌓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슈피겐홀에 이어 팬덤 플랫폼 페스티버로 IP 분야에서도 그 가능성을 펼쳐나가고 있는 거죠. 이미 전국 단위로의 공연장 네트워킹을 형성 중이고, 실제 감스트의 부산 행사를 성공하며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뉴욕과 도쿄 진출 역시 살피고 있습니다. 슈피겐 제품의 성공도 글로벌이었듯, 팬덤도 글로벌이 필수라 생각합니다.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봉환: 슈피겐홀과 페스티버를 운영하며 많은 추억이 쌓였는데요. 슈피겐홀이 팬덤의 성지로 자리 잡아서 굉장히 뿌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어 스테이지’라는 비영리성 이벤트도 기억에 남는데요. 꼭 무대에 서고 싶은 분들에게 무대뿐 아니라 연출까지 지원해 드리는 프로그램이었어요. 한 번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한 분이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만들고 가족들이 관객으로 섰는데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IP가 되고 모두가 팬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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