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1. 국력이 곧 베스트셀러
19세기 초 인쇄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책 출판 부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6세기 인쇄소가 하루에 찍어낼 수 있는 페이지 수는 1,250장이 최대였거든요.
인쇄도 인쇄지만, 그 시기에는 판매량을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판본 수 혹은 번역본의 수가 작품의 성공을 증명했죠. 그렇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의 강대국인 나라에서 주로 등장했죠.
- 16세기: 『돈키호테』로 대표되는 스페인
- 18세기: 『로빈슨 크루소』로 대표되는 영국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독일
- 19세기: 『레미제라블』의 프랑스와 『두 도시 이야기』의 영국
- 20세기: 미국의 소설들
2.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 『톰 아저씨의 오두막』, 해리엇 비처 스토
1852년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출판 담당자였던 주잇은 책이 출간된 지 일주일 뒤에 첫 광고를 내는데요. 이 광고에는 “5,000명의 독자가 책을 구입했다”라는 문구가 있었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주 후에는 신문의 반쪽 면을 사서 “1만 권 판매 돌파”, 3개월 뒤에는 신문 한쪽 면 전체를 사서 “8주 만에 5만 부라는 미국 출판 역사상 전례가 없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홍보했어요. 출간 1년 후, 주잇은 미국에서 30만 5천 부를 판매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 홍보문구는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이 30만 부 판매를 달성하긴 했는데요. 소설이 출간된 지 6년 후였어요. 어찌 되었든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하는 행위가 실제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보여주었죠. 이는 책의 판매 부수 및 책의 판수를 부풀리는 행위가 횡행하는 원인이 됩니다.
- 『나귀가죽』, 발자크
반면 출판사의 사기(?)행위를 싫어하는 작가도 있었죠. 『나귀 가죽』의 출판 담당자는 4,500부가 판매했다며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수치로 홍보했습니다. 문제는 작가가 이걸 무척 싫어했다는 겁니다. 결국 출판 담당자에게 개정판 서두에 발행 부수와 관련된 정정문을 실으라는 약속까지 받아냈죠.
3. 욕설은 무시하면 사라지지만, 발끈하면 홍보가 된다
- 『악마의 시』, 살만 루시디
1989년 살만 루시디는 『악마의 시』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은 평범한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악마의 시의 번역자를 처형하고, 무슬림이라면 『악마의 시』라는 제목의 책을 쓴 자와 그 책의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처형하라는 발표를 하자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악마의 시]는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국에서만 75만 부가 팔렸죠.
이처럼 호메이니가 발끈한 것은 소설 속 몇몇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무함마드가 다신교의 신들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과 발언을 번복하는 모습, 종교 지도자 ‘이맘이 가브리엘을 이용해서 이교의 여신인 알-랏을 죽이는 모습 등이 문제가 된 것이었죠.
- 『인생 수정』, 조너선 프랜즌
한동안 미국에서는 책 판매에 있어 오프라 윈프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북 클럽에서 선정된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이죠.
2001년 오프라는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을 오프라 북 클럽의 책으로 선정하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하지만 정작 프랜즌은 이를 불편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프라 북클럽에 선정된 책 표지에 찍히는 로고 때문에 남성 독자들이 사기를 주저할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오프라는 책 선정 이후 진행하는 작가 인터뷰를 취소했어요. 하지만 이 소식은 오히려 소설을 홍보해주는 결과를 낳았죠.
4. 예나 지금이나 야한 게 잘 팔린다
- 『보바리 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보바리 부인』은 1857년 한 잡지에서 연재되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무척 노골적이었던 성애 묘사 때문에 연재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었죠. 결국 정부에서는 ‘종교와 공중도덕, 미풍양속을 모독한 죄’로 『보바리 부인』이 연재된 잡지 ‘파리 평론’과 플로베르를 기소했습니다.
다행히 뛰어난 변호사 덕분에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고,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 머리글에 변호사에 대한 헌사를 써두었죠. 『보바리 부인』은 이 스캔들로 더욱 큰 주목을 받아, 5년간 3만 5,000부를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 『채털리 부인의 사랑』, D.H.로런스
1928년에 완성된 D.H.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 때문에 한동안 판매금지 되었습니다. 로런스가 죽고 난 뒤인 1960년이 되어서야 미국과 영국에서 문화적인 조건에서 외설적인 서적을 출간을 허락하는 법률이 통과되어 이 책도 출간되게 되었죠. 이 책은 판매가 시작되고 2달 만에 총 200만 부가 팔렸다고 하네요.
한편 1957년 일본에서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번역 출판되었는데요. 검찰 측에서 음란 외설물 유포 혐의로 번역자와 출판사 사장을 고소했고 유죄 판결을 받았죠.
-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955년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도 외설적인 내용으로 출간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죠. 미국에서 첫 3주 만에 10만 부가 팔렸어요. 처음에는 외설적인 내용으로 유명해졌지만, 이후 문학적으로 재평가되어 고전이 되고 50년 동안 5천만 권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러가 되었죠.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L.제임스
반면 2011년대 3년 만에 1억 부가 팔린 외설적인 소설이 있었는데요. 바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그 주인공이죠. 트와일라잇의 팬픽에서 시작한 이 책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BDSM이라는 가학적인 성적 취향을 더한 이야기였죠.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라는 평가와 함께 출간 석 달 만에 전 세계에서 3천만 부가 팔렸습니다.
롤리타와는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일례로 유행이 지난 이 책을 사람들이 중고로 팔거나 기부를 했는데요. 영국의 한 자선 단체에서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이 책의 기부를 안 받겠다고 선언했죠.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문헌
- 프레데리크 루빌루아, 『베스트셀러의 역사』(2014, 까치)
- 이윤경, 「[명작! 이래서 명작] ‘보바리 부인’」 (2001,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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