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드라이어
헤어드라이어 젖은 머리를 말리는 기구. 찬 바람이나 더운 바람이 나오며 머리 모양을 내는 데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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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어드라이어의 시작은 오븐과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는 1888년 프랑스에서 알렉상드르 페르디난드 고데프로이 (Alexandre F. Godefroy)가 최초로 개발합니다. 근데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어요. 오븐에 연결된 보닛과 같은 모습이었죠. 마치 주방에 있는 후드처럼 생겼죠.
1910년대에는 가정용 헤어드라이기가 등장합니다. 그때가 이제 막 진공청소기가 상용화되었을 때였는데요. 진공청소기에 열원을 부착하여 헤어드라이어로 쓰는 일종의 DIY 키트였죠.
강한 자만이 머리 말릴 수 있던 시절
1920년이 되어서야 헤어드라이기는 오늘날의 모습과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요즘 헤어드라이기의 1/10밖에 안 되는 출력을 가지고 있어 말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게다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서 0.9kg이나 되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초기에는 헤어드라이기를 사면 팔 거치대를 같이 주기도 했어요.
이때까지 헤어드라이어는 모터가 외부로 튀어나온 형태였는데요. 1954년 AEG에서 모터가 안으로 들어간 헤어드라이어를 선보이면서 비로소 오늘날 모습과 거의 똑같아집니다. 이후로는 외관의 변화보다는 모터의 출력을 강하게, 가볍게, 그리고 안전하게 만들어지죠.
참고로 1970년대까지는 헤어드라이에 대한 안전 규제가 없었는데요. 헤어드라이어를 물이 찬 욕조나 세면대에 떨어트려 감전한 사례가 기록된 것만 수백 건에(!) 달합니다. 감전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하죠. 197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소비자 제품 안전 위원회(CPSC)에서 안전 규정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1950년대에는 보닛 헤어드라이어가 유행합니다. 보닛 헤어드라이어는 헤어캡과 송풍기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로 머리에 직접적으로 바람을 전달해 비교적 빠르게 머리를 말릴 수 있었어요. “너무 빨라서 실제로 평균 22분 안에 머리를 말릴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홍보하기도 했죠.
초기에 보닛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했지만 이후에는 송풍기를 허리에 차고 이동하면서 사용가능한 보닛 헤어드라이어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점차 헤어드라이어의 출력이 높아지면서 금방 머리를 말릴 수 있게 되었고, 보닛 형태보다는 기존의 헤어드라이어가 다시 유행하게 되죠.
4. 변하지 않는 헤어드라이어 모습?
헤어드라이어는 디자인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래도 중간 중간 색다른 모습의 제품들도 등장합니다. 특히 전설적인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가 이끌던 브라운에서 인상적인 모습의 헤어드라이어가 등장한 바 있죠.
그리고 2016년에는 가운대가 뚫린 형태의 다이슨의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가 등장합니다. 슈퍼소닉은 손잡이 부분의 흡입구에서 공기를 강하게 밀어 올려, 제트기류를 만들어내는 원리인데요. 외관도 기술도 기존의 헤어드라이어와 다른 모습을 보여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제품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5. 파마를 유행시킨 최초의 고데기
Fi파마는 열과 화학 약품을 이용하여 머리를 변형시키는 건데요. 원시적인 형태의 파마법은 이집트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나일강 유역의 점토를 머리에 바른 후, 나무나 금속으로 된 막대기로 말고 태양열에 건조시키는 방식이었죠.
현대적인 방식, 기계장치를 이용한 파마는 1872년에 시작됩니다. 마르셀 그라토(Marcel Grateau)가 컬링 아이론(Curling iron), 그러니까 고데기를 발명한 것이죠. 이 고데기는 금속으로 된 집게형태로 불에 달궈서 사용하는 거였어요. 고대기를 머리에 가져다 대기 전 신문지에 테스트를 했는데, 종이가 타지 않고 갈색으로 변하면 그제서야 머리에 가져다 댔죠.
마르셀의 고데기로 스타일링한 머리를 마르셀 웨이빙이라고 불렀는데요.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였던 제인 하딩(Jane Hading)이 곱슬곱슬한 머리를 하면서 유명해졌죠. 마르셀은 1905년 미국으로 가서 이 고데기를 “Curling-Iron”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하고, 1918년에는 전기로 고데기를 데우는 통을 개발하죠.
6. 고데기의 가장 큰 혁신은 바로 지금!
참고로 고데기는 다림질을 의미하는 일본어 고테(鏝)에 ‘기’를 붙어 만들어진 단어라고 하는데요. 원래 우리말로는 전기머리인두기라는 무지막지한 이름을 가지고 있죠.
고데기는 1959년이 되어서야 프랑스인 르네 르리에브르(Rene Lelievre)와 로저 르무아(Roger Lemoine)가 전기제품으로 개발합니다. 그리고 고데기의 변화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앞부분(배럴)을 갈아끼우는 기능은 1965년에 처음 등장하는데요. 이로써 집에서도 다양한 느낌의 컬을 줄 수 있게 되었죠. 1980년에는 미용사 테오라 스티븐스(Theora Stephens)가 온도제어 기능과 스프링이 장착된 클램프를 사용한 고데기를 개발합니다.
이처럼 고데기는 헤어드라이어보다도 큰 혁신 없이 발전해왔습니다. 게다가 디자인도 두 갈래의 금속 막대기 형태를 벗어난 적이 없었죠. 2018년이 되어서야 고데기에도 혁신이 등장합니다. 바로 다이슨의 에어랩이죠.
다이슨의 에어랩은 물체 표면 가까이에서 기류를 만들면 표면에 붙는 듯한 형태로 기류가 흐르는 코안다 효과를 이용한 제품인데요. 외관뿐만 아니라 기술에도 혁신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참고
- Victoria Sherrow. (2006). Encyclopedia of Hair: A Cultural History. Greenwood Pub Group.
- The New York Times Magazine, 「Who Made That Hair Dryer?」
- Maria Teresa Hart. (Unknown) 「The Hair Dryer」Freedom’s Appliance. theatlantic.
- FHI Heat. (2021). 「THE HISTORY OF THE HAIR DR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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