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0칼로리의 시대는 끝이다. 이제는 ‘맛있으려면 0칼로리’가 되어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세상에는 수많은 제로 칼로리 음료가 나타났다. 이제는 탄산음료를 넘어 주스, 심지어는 ‘소주’에서도 제로를 외친다. 덕분에 지갑도 제로가 되고 있지만, 맛있는 음료를 마시면서도 건강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신상 음료들에게 ‘제로 칼로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오늘 마시즘은 새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제로 칼로리 음료들에 대한 이야기다. 칼로리 걱정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물을 마셔… 아니 맛있는 제로 칼로리 음료들을 살펴보자.
웰치를 잡으러 온 닥페박사
닥터페퍼 제로 VS 웰치제로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모르지만, PC방이라는 세계에서는 코카콜라, 펩시가 부럽지 않은 양대산맥. 닥터페퍼와 웰치(웰치스) 포도에도 ‘제로 칼로리’가 생겼다. 단순히 칼로리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제로 칼로리가 되자 닥터페퍼와 웰치는 더욱 힙해졌다.
‘닥터페퍼 제로’는 가장 최근에 나온 제로 탄산음료 중 하나다. 이미 한국에는 수십년간 조직적으로 활동해온(아니다) 닥터페퍼 매니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출시 소식만으로도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닥터페퍼 같은 완벽한 음료가 제로 칼로리가 되는 순간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을 했다. 후추박사님이 강등을 당해 석사페퍼, 혹은 학사페퍼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역시 닥터페퍼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안 그래도 매력적인 맛이, 제로 칼로리가 되어버리니 더 매력폭발단계가 되어버렸다. 냉장고에서 닥터페퍼를 꺼낼 때 ‘내가 오늘 몇 개의 닥페제로를 마셨더라?’ 카운트를 할 정도다. 물론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닥터페퍼보다 빠르게 제로칼로리가 된 ‘웰치제로’는 다양성으로 승부한다. 포도맛뿐만 아니라 오렌지맛까지 나와버린 것이다. 심지어 대용량 페트병까지 나왔다. 닥터페퍼가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는 음료이기에 매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면, 웰치제로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맛을 가졌다. 평소에 마시던 웰치와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맛이다. 닥페제로와 웰치제로, 과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구일까?
탄산만 제로니? ‘차’도 제로가 된다
보성홍차 제로 VS 실론티 제로
의외로 아이스티는 왕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웬만하면 다 맛있는데, 특출나게 맛있는 녀석은 없다고 할까? 결국 브랜드를 보기보다는 그날따라 마시고 싶은 것으로 골라 마시는 일이 잦다. 그런데, 여기에 ‘제로 칼로리’를 붙이면 이야기가 다르지.
‘보성홍차 제로’는 제로 칼로리가 궁금해서 마셔본 에디터에게 아이스티가 이렇게 깔끔해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 음료였다. 물론 인터넷에서는 소주에 타 마시고, 커피에 타 마시고 하는 음료계의 이케아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그만큼 칼로리 부담 없이 맛있는 음료 퓨전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네가 제로면, 나도 제로다. 한국 차음료계의 뿌리 깊은 나무(?) 실론티도 제로가 되어버렸다. 바로 ‘실론티 제로’다. 보성홍차 제로 레몬맛과 계열이 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실론티에는 전 국민이 한 번쯤은 당연히 마셨을 추억과 또 실론티 처돌ㅇ…아니 실론티 매니아들이 존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론티의 맛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칼로리 감량을 하면서 원본 음료와는 차이가 생긴 것 같다. 문제는 그 가벼움이 대중들에게 더 맞는 맛이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실론티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이렇게 되면 ‘데자와’도 제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술 마시는데 제로 이야기가 나와?
하이트 제로 0.00 VS 처음처럼 제로
이제는 술에서마저 제로를 찾는 시대가 되고 있다. 심지어 주류 라벨에는 아직 칼로리가 적혀있지 않는데 말이다. 이쯤 되면 사실 우리는 건강 걱정보다, 그저 ‘제로 칼로리’란 단어를 소장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귀가 등을 편하게 하기 위해 그런 걸까(술을 안 마시면 된다).
제로칼로리 맥주 하이트 제로는 시대를 빠르게 열고 들어온 제로 음료다. 알콜이 없고, 칼로리가 없고, 설탕이 없는 3無를 자랑한다. 무알콜맥주가 드물었던 시대부터 출시되어 이제는 하나, 하나 건강에 배치되는 적들을 없애고 있다. 제로칼로리에 대한 인식이 변하니 또 은근 맥주 맛 같이 느껴진다. 분명 맛을 업데이트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성장형 맥주라고 볼 수 있겠다.
최근 가장 뜨거운 주류 중 하나는 ‘처음처럼 새로(이하 새로)’다. 소주와 같이 깔끔한 맛, 멋진 제품과 광고 속 캐릭터 소개로 술집에 꼭 비치해야 하는 매력적인 소주가 되었다. 맛은 오히려 다른 소주들보다 달콤함이 느껴지던데. 새로의 매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다.
실론티 제로와 더불어 새로도 결국 ‘롯데칠성음료’라는 것. 분명 연구원들이 음료 대신 ‘무엇이든지 제로칼로리로 만드는 빔’을 개발한 게 분명하다.
제로의 시대는 어디까지 갈까?
맛있는 음료를 만들면서도, 마시는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시대에도 통하는 이야기다. 당분간 새로운 제로 칼로리 음료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오히려 ‘제로 칼로리’가 메인이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때까지는 음료를 계속 마셔보려 한다, 물론 제로칼로리로 말이다.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